공직자 도덕성에 민감한 사회풍토가 중요하다

[주장] 고위공직자 도덕성 붕괴 원인

등록 2014.07.23 16:11수정 2014.07.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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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이란 자신 및 타인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옳은 방향을 추구하려는 심성을 말한다. 도덕성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하지만 특별히 공직자들에게 더욱 강조되고는 한다. 이는 공직이 사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공공의 영역에서 공정하고 청렴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직무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일수록 영향력이 크기에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공직자, 그 가운데서도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은 붕괴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 속에서 이 나라의 고위공직자들이 보인 경악스런 행태는 오늘날 이들의 도덕성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에 대한 단적인 증거다.

국민일반의 정서와 충돌하는 공직자 사회의 집합의식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이 붕괴하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하나는 공무원 집단 내부의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집단 밖의 문제이다. 첫 번째 원인은 공직자 사회 전반이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부패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공직자들은 공익을 대변하는 집단일 뿐 아니라 그 스스로 하나의 이익집단적 성격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는 집단의 구성원들끼리 일련의 사고방식과 규범 등을 공유하는 집합의식을 형성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집합의식 아래서 공직자들은 동료들의 부패행위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으며 집단 내에 공공연히 존재하는 부패에 대해서는 이를 문제로 인식하기조차 어렵게 되어버린다. 이처럼 사회일반의 기준과 집단 내의 규범이 충돌할 때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범이 정당하다고 믿는 것이 집합의식의 위험한 점이다. 집합의식을 공유하며 출세한 고위공직자가 엄격한 도덕성을 갖추기란 그래서 어렵다.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조사결과가 흥미롭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민 가운데 54.3%, 기업인의 34.5%, 외국인의 23.4%가 한국의 공무원이 '부패하다'고 답했다. 놀라운 사실은 공무원 중에서는 오직 4%만이 '부패하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국민과 공무원 사이에 믿기 어려울 만큼의 인식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은 '공직자 윤리 기준' 등 부패에 대한 엄격하고 체계적인 처벌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엄정하게 집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한 바 있는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이 이에 해당하지만 일 년 가까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런 법안이 통과되어 공직자 사회의 규범으로 작용한다면 국민일반의 정서와 괴리된 공직자 사회의 집합의식을 깨는 계기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민감한 사회적 풍토 마련되어야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이 붕괴하게 된 두 번째 원인은 도덕성에 민감하지 않은 정권과 국민들에 있다. 한국에서 고위공직자는 대체로 3급 이상의 일반직 공무원과 국회의원, 지자체의 장, 판사와 검사 등 직무의 책임도가 높은 각종 공직자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선출직과 임명직이다. 선출직의 경우에는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선출하며 임명직은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 등이 지명하고 국회 등의 동의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개각과정에서도 드러났듯 공직 후보지명자들의 도덕성엔 심각한 결함이 엿보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이는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논문표절,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등은 물론이고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크고 작은 범법행위가 심심치 않게 불거지곤 하는 것이다. 정권과 국민이 개인적, 정치적 부패를 묵인하고 이런 인물들을 공직에 앉히는 한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은 회복되기 어렵다. 공직자의 도덕성에 민감한 사회적 풍토와 도덕적으로 엄격한 인사검증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고위공직자는 그 자체로 권한이 막강할 뿐 아니라 속한 집단 및 사회전반에 미치는 공적영향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들의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것은 공직사회는 물론 한국사회 전반에 실추된 도덕성을 복원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위공직자 #집단의식 #집합의식 #2기 내각 #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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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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