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1위' 의정부고 졸업사진, 교감은 왜 버럭했나

학교측, 24일 학생들과 간담회... 욕설한 교감, 학생들에게 사과

등록 2014.07.24 12:13수정 2014.07.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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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고등학교 홈페이지 ⓒ 의정부고


[2신 : 24일 오후 3시 55분]
의정부고 교장 "졸업 앨범에 손 안 대겠다"

경기 의정부고교에서 졸업 앨범 사진 촬영 퍼포먼스를 두고 일었던 논란이 사실상 마무리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의정부고 박아무개 교장은 24일 오후 1시 30분부터 이 학교 고3 학생 3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졸업 앨범에 손 안 대겠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논란이 일었던 검열위 설치 역시 "학생자치회에 맡기겠다,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학생회를 만들어 주겠다"라고 약속했다.

학생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며 물의를 일으켰던 고아무개 교감도 이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고 교감은 "학교에서 욕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거듭 사과하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졸업앨범을 잘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후 자리를 떴다고 한다.

이날 양측의 합의에 따라 학생들이 찍은 분장 퍼포먼스 사진을 졸업앨범에 수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방침도 사라졌다.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노출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표현 수위가 거친 사진 등을 걸러내고 다른 사진들은 그대로 졸업 앨범에 수록하기로 양측이 합의한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졸업 앨범 사진을 찍기 전에 미리 학생들이 자체적인 규정을 정하면 학교는 이를 가정통신문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이 같은 내용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난 23일 오후 의정부고 방송부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던 "교감선생님께 드리는 의정부고 방송부의 메시지"라는 동영상도 내리기로 했다. 이 동영상에는 졸업 사진 퍼포먼스를 막은 교감에 대한 학생들의 재치 있는 반박이 담겨 있었다.


30여분 간 진행된 이날 모임에서 학교 측이 졸업 앨범 촬영 과정에서 빚어진 일을 사과하고 학생들이 이를 수용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양측이 소통함으로써 달아오르던 논란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1신 : 24일 낮 12시 15분]
학생들 "학생들의 문화이고 우리 앨범에 들어간 사진"

경기도의 한 고교(공립, 남고)에서 벌어진 졸업 앨범 사진 촬영 퍼포먼스를 두고 논란과 관심이 뜨겁다. 학생들이 정치인부터 연예인, 스포츠 선수, 영화배우 등 다양하게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SNS를 통해 세상에 공개하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 학교 고아무개 교감이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며 제지, 사진을 다시 찍게 하고, 검열위원회를 설치해 학생들이 찍은 분장 퍼포먼스 사진을 졸업앨범에 수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게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의정부고등학교는 23일 방학식을 했으나 저녁 늦게까지 교장,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아무개 교장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는 안 막는다, 검열위도 하지 않는다"며 "아이들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는데 (학생들의) 인권 침해를 했다면 그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하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이어 이 학교 고아무개 교감이 분장을 마친 학생들에게 "야, 이 XXX야! 당장 안 갈아 입어!"라고 욕설을 하거나, 교문지도를 하다가 분장에 사용할 도구를 들고 등교하는 학생에게 "학교 망신시킬 일 있냐? (도구를) 부서뜨리겠다, 하지 마라!"라고 폭언을 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는 학생들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그것도 해결할 테니 지켜봐 달라"면서 기사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등교 시 교문지도를 하며 학생들의 복장 단속 등을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 교장은 "교통지도를 하는 거다, 그거(교문지도) 없어진 지가 언젠데 요즘 그렇게 못 한다, 애들 말만 믿지 말라"고 못 박았다.

실제로 교문지도는 김상곤 교육감 시절인 2010년 생활인권교육을 강화하고, 단속과 징벌 중심의 교문지도를 폐지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상당수의 경기도 내 중고교에서 여전히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교장 "분장 할 수 있지만, 성적 수치심 유발은 지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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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이 화제와 논란이 되면서, 23일 한 포털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로 뜨기도 했다. ⓒ 네이버

그러나 학생들은 박 교장의 이 같은 말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생들은 "교감 선생님 2명과 교사 5명이 벌점 차트를 들고 아침마다 나와서 학생들을 일일이 스캔하며 단속하고 있는데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벌점제는 이재정 신임 경기도교육감이 폐지를 공약한 사항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분장 퍼포먼스와 관련해서도 학생들은 "학생들의 문화이고, 우리들 앨범에 들어갈 우리들 사진이다"라며 "문란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평소에는 너희들이 학교의 주인이라고 해놓고 학교에서 이를 막고 경멸하는 건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장은 이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분장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학생들이 연출한 것 중에 좋은 것도 많지만 남학생들이 여성 팬티, 브라 등의 속옷을 걸치고 상반신을 노출하는 등 여교사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건 누군가 지도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박 교장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우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받아들였다. 이어 "그런 복장으로 수업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일부러 찾아가서 보여 준 것도 아니다"라며 "성적 행위를 한 건 더더욱 아니다, 단지 졸업 앨범 사진을 찍기 위해 분장한 인물의 캐릭터를 잡는데 필요한 소품을 쓴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동문 혜문스님 "아이들 자율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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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고 졸업사진 중 일부 ⓒ 의정부고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평행한 가운데 의정부고는 23일 저녁 학생들에게 '졸업 앨범 사진 촬영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하니 관심있는 학생들은  24일 오후 1시 30분 본교 시청각실로 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이 일부 학생들에게 언론과 접촉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혜문스님도 24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정부고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불법 반출된 우리 문화재 환수를 위한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스님은 글에서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튄다고 교감선생님께서 반대하신다고 한다, 몇몇 동문들에게 내가 아이들의 자율을 지켜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지금 도쿄에 있는데 7일 뒤 귀국시까지 해결 안 되면 모교에 한번 찾아갈까 한다, 속세를 떠난 선배지만 나도 항의방문해 줄게, 힘내"라고 의정부고 출신 동문 선배로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4~5년째 이어져 온 의정부고의 졸업 앨범 사진 촬영 퍼포먼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발랄한 문화라는 설명과 기성세대의 꼬리표 붙이기라는 관점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과 학생들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정부고 #졸업앨범 #졸업사진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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