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민-노회찬 단일화, 재보선 후 야권재편 문 열었다

[분석] 연이은 후보 단일화... 사분오열된 야권 무력함 확인

등록 2014.07.24 20:00수정 2014.07.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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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① 2014년 7월 22일

"24일까지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고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지지하겠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이같이 말하자 그의 입만을 바라보던 캠프 관계자들은 낮은 탄식을 내뱉었다. 노 후보 캠프 관계자 중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던 '폭탄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노 후보의 '깜짝 선언'에 "(노 후보의 '사퇴' 발언 회견은) 당과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유감의 뜻을 전했다"라고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 장면② 2014년 7월 24일

"후보직을 사퇴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습니다."

노 후보가 제시한 '사퇴 기한'인 24일, 단일화 상대인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가 사퇴를 표명했다. 노 후보로 단일화한 것이다. 기 후보는 "지도부와 상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기 후보 캠프 관계자는 "기 후보가 30분 동안 연락이 두절되더니 혼자 결단했다, 나도 기자회견을 알리는 문자를 보고 회견 소식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48시간도 채 못 미치는 시간 동안, 두 후보는 각자의 결단을 내렸다. 7·30 재보궐 선거 동작을에 출마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사퇴'로 배수의 진을 친 상태에서 단일화를 제안했다. 기동민 새정치연합 동작을 후보는 본인이 사퇴함으로서 사분오열된 구도를 정리했다. 두 후보가 입을 모은 것은 "박근혜 정부·새누리당 심판"이다. 야권 분열로 인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를 막아야 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흩어지면 죽지만 뭉치면 살 수 있는 '동작을·수원정' 잇따라 후보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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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민 "후보 사퇴"...노회찬으로 단일화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노회찬 정의당 후보로의 단일화를 선언했다. ⓒ 남소연


기 후보와 노 후보가 모두 출마했을 경우 패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뤄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현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지난 19~20일 동작을 유권자 50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는 41.6%의 지지율을 얻어 기 후보와(17.2%) 노 후보(14.5%)를 크게 앞섰다(임의전화걸기 방식,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4.36%p). 그러나 나 후보와 노 후보가 양자대결로 맞섰을 경우 나 후보는 42.7%, 노 후보는 41.9%의 지지율을 보여 후보 간 격차는 0.8%p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나경원-기동민 양자대결 경우, 나경원 46.5% - 기동민 38.4%).

흩어지면 죽지만 뭉치면 살 수도 있는 구도가 마련될 수 있기에 기 후보는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결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정당은 단일화 논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새정치연합 측에서 '당 대 당 야권연대'에 분명히 선을 그은 채 단호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송호창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은 '기동민 사퇴 후' 연 기자간담회에서도 "당 대 당 차원 연대라든지 협상이라든지 있을 수 없다"라는 의견을 재확인했다.

당 간의 야권연대 논의가 정지된 상황에서 수원정(영통)에 출마했던 천호선 정의당 후보도 사퇴 뜻을 밝혔다. 수원정 역시 임태희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천 후보가 야권의 표를 나눠가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상황이다.

<경인일보>가 지난 19~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케이엠조사연구소(주)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임태희 후보는 34.2%의 지지율을 기록해 박광온 후보(27.4%)에 비해 6.8%p 앞섰다. 천호선 후보 지지율은 11.6%로 나타났다. 임 후보와 박 후보의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2.1%의 지지율을 보여 임 후보(36.9%)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수원정 지역 내 성인남녀 501명 대상, 유선 임의전화걸기 방식,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천 후보는 이날 "결국 기 후보가 사퇴하고 동작을에서 두 당의 연대가 이뤄지게 됐다"라며 "비록 당 대 당 연대는 안됐지만 '결단 대 결단'은 저에게 새로운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동작을과 수원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명박근혜 공동정권 부활'은 국민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에 의해 기용된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사인 두 후보의 당선을 용납할 수 없어서 사퇴를 결단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확인한 7·30 재보선... 향후 야권 재편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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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정의당 대표 "수원정 후보 사퇴" 7·30 수원정(영통) 보궐선거에 출마한 천호선 정의당 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후보직 사퇴를 밝히며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하고 있다. ⓒ 유성호


결국 동작을·수원정 단일화를 통해 야권이 확인한 것은 하나다. '야권이 사분오열된 상태로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분 나누기식'의 야권연대에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은 선택지로 떠오르는 것이 야권 재편이다. 이에 따라 정의당이 새정치민주연합과 합당해 새정치연합의 '왼쪽 방'을 차지하는 식의 야권재편과 새정치연합을 제외한 정의당·통합진보당·노동당 등 진보정당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야권재편이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당 대 당 야권연대에 부정적인 의견을 재차 밝혔던 송호창 전략기획위원장은 '당 차원의 통합'을 언급한 바 있다. 송 위원장은 지난 23일 "지향점과 목표, 방향이 같을 때 (야권이) 단일화를 통해 힘을 합칠 수가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선거 때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통합을 한다든지 더 본질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동민 후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정의당과 새정치연합이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양당 간 큰 차이가 없다"라면서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를 보면 정의당도 포함할 수 있을 만한 스펙트럼이 당 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당이 함께 하는 게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은 "그래야 진보 개혁 블록도 강화된다"라며 "큰 틀에서 힘을 기르는 게 사회 전체 변화를 위한 빠른 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흩어졌던 진보정당이 한 데 모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7·30 재보궐 선거에서 동작을에 출마한 김종철 노동당 후보는 지난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정의당과 노동당, 통합진보당은 어떻게든 같이 가야 한다"라며 "(야권 후보가 모두 출마한 동작을) 선거가 진보정당 통합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선의의 경쟁을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진보정당 합체가) 가장 좋다고 본다"라며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더 나은 대안은 없다"라고 잘라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동작을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유선희 후보와 단일화를 이룸으로써 '야권재편'의 길에 한걸음 발을 디뎠다.

각개전투로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없음을 재확인하고 또 다시 단일화를 선택한 야권. 7·30 재보선 이후 어떤 길을 택할지 주목된다.
#7.30 재보선 #동작을 #단일화 #수원정 #야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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