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눈물 사과, 진심 아니었나요?"

[인터뷰] '세월호특별법 대행진' 함께 걷는 가수 이은미

등록 2014.07.24 20:54수정 2014.07.2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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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째인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가수 이은미 씨가 1박2일 도보행진에 합류해 유가족, 시민들과 함께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광장을 향해 걷고 있다. 이은미 씨는 "그냥 조용히 함께 걷는 것. 그것이 위로가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실 순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나왔다"고 1박2일 도보행진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유성호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하는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선 가수 이은미 ⓒ 유성호


"이렇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 없이, 세월이 약이라고 생각하시나? 세월 지나면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잊어버리게 될 거야, 이렇게 믿고 계신 것 같아서…. 우리가 자꾸 잊어주니까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건가? 그렇다면 청산하신다는 적폐의 해소는 언제쯤 이뤄질지 궁금하네요?"

국회 본청에 나타난 가수 이은미


'맨발의 디바' 가수 이은미씨가 24일 오후 국회 본청에 나타났다. 검은색 비옷에 운동화 차림. 가슴 위에 노란 리본을 달고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로 모자까지 푹 눌러썼다. 언뜻 보아서는 '가수 이은미'인지 쉽게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제가 뭐라고 유족들께 인사를 해요. 그냥 조용히 함께 걷는 것. 그것이 위로가 될 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실 순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나왔어요. 100일이나 이렇게 있다는 게… 참. 뭐라도 해야겠기에 왔어요."

그는 전날 오전 9시 안산합동분향소를 출발해 이날 오후 2시경 국회에 도착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100리 대행진' 참가자 대열 속에 함께 섰다. 음악가라는 레테르는 떼고 그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엊그제부터 잠이 안 왔어요. 참 답답했어요. 저는 우리나라가 정상적 국가라면 반드시 세월호 참사 이전과 그 이후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사건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 일을 기억하고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무기력, 무능력, 부패한 정부를 그냥 바라보면서 희생자나 희생자 가족 여러분들게 게속 더 기다려라, 아직 합의가 안 됐으니 더 기다려라, 이렇게 말하는 게 너무나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해요."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 안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말하는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뭘까요?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시나요? 특임검사가 오면 사법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것이고, 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는 건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건가요? 거기에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국민들에게 정확히 알릴 필요는 없나요?"

이씨는 유족의 뜻대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유족들의 요구대로 조사의 실질적 권한이 있는 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사과에 진정성이 있다면 그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분명 기자회견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어요. 울면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약속했어요. 본인이 무슨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하겠노라고. 그렇게 해결할테니 분노를 가라앉히시라고. 그러고도 벌써 얼마의 시간이 지난 건가요? 박 대통령의 눈물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자꾸 의문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이씨는 "왜 유가족들이 단식농성을 해야 하죠? 왜 아이들이 안산에서 국회까지 걸어와서 진상규명의 뜻을 전달해야 하는 거죠?"라며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었다.

"이런 세상을 만든 어른 중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솔직하고 인간적인 제 나름의 사과를 하고 싶었어요. 아직도 팽목항엔 열 분의 희생자를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계십니다. 또 다시 이런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최소한 왜 이런 사건이 생겼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고칠 것 아닙니까.

그것이 국가개조이든 뭐든 간에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막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에요. 시간이 이 만큼 흘렀으니 그저 묻어둬라? 그건 너무 잔인한 겁니다. 내가 다쳐서 아픈 게 아니니까, 나는 모른 척 하겠다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이 대열에서 떠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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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 100일째인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수 이은미 씨가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박2일 도보행진에 함께 걸으며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 유성호


가수 이은미씨는 울분에 차서 "오늘밤 이 대열에서 떠나지 않겠다"며 "사실은 어제(23일)부터 합류하고 싶었는데 일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서 오늘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분명 이 비극을 통해 달라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게속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호 전체가 침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본이 무시되고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리는…. 그 어떤 잘못을 해도 그저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사과 한 마디로 다 덮어지고,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그런 게 용납되는 사회라면 이민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고 그 성과에 만족해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이 나라에 희망이 있는 것이지요. 다른 것 다 떠나서,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해요.

'내 것' '내 사람' '내 식구'… 남보다 내가 나아야 하고, 우위를 선점해야 하고, 그런 성공지상적 발상들 말고 잘한 사람이 있으면 박수쳐주고 격려해주고 훌륭하다 저런 사람 본받아라 이래야 될 것 같아요. 그게 기본 아닌가 싶어요."

이은미씨는 이날 유족들에게 "죄송합니다, 그것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정말 자기의 모든 것을 주어서 살리고 싶었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을 분들, 그 아픔이 얼마나 크겠나"라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이렇게 방치하는 것 같아서 정말 죄송하고 그런데도 계속 참아라 기다려라 말하는 것이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들께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단식을 선택했다"며 "단식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인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에게 네 목숨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것 같아서 정말 무섭다"고 걱정했다. 덧붙여 "나라가 정말 이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도 "대통령이 눈물로 호소하셨던 그 진실은 무엇이며, 지난 선거 때 대통령을 살려달라며 국민에게 90도 각도로 넙죽 엎드려 절 했던 그 분들은 다 어디로 가셨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제 선거로 본인들 살았으니 자신들의 보따리만 챙기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냐"며 "이렇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 없이 세월이 약이라고 생각하시나?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릴 거라고 믿고 계신가? 우리가 그렇게 자꾸 잊어주어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건가? 그렇다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적폐는 언제 청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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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 씨는 "대통령이 눈물로 호소하셨던 그 진실은 무엇이며, 지난 선거 때 대통령을 살려달라며 국민에게 90도 각도로 넙죽 엎드려 절 했던 그 분들은 다 어디로 가셨냐"고 반문했다. ⓒ 유성호


#가수 이은미 #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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