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단 윤 일병, 신병 전입 후 죽던 날까지 매일 맞았다"

[현장] 군인권센터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긴급 현안 브리핑

등록 2014.07.31 17:40수정 2014.08.01 12:45
98
원고료로 응원
[기사보강: 31일 오후 6시 6분]

a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1일 오후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 어눌하게 대답한다는 이유가 맞을 빌미를 제공했다. 심지어는 구타당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부어 쩔뚝거리는 것도 또 다른 폭행을 불러왔다.

군인권센터는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여성미래센터에서 지난 4월 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하루 만에 사망한 윤아무개(20) 일병 사건에 대한 긴급 현안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군인권센터가 군 수사기록을 토대로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 28사단 의무부대로 전입온 피해자 윤 일병은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부터 사망한 4월 6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이아무개 병장과 하아무개 병장, 이아무개 상병, 지아무개 상병으로부터 폭행과 욕설, 인격모독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일병에 대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주도한 이아무개 병장은 대답이 느리고 인상을 쓴다는 이유로 가슴부위를 최초 폭행한 것을 시작으로 이들 4명의 병사들이 지속으로 윤 일병을 괴롭혀왔다. 이 병장은 마대자루가 부러지도록 윤 일병의 허벅지를 폭행했으며, 심지어 공범인 이아무개 상병은 부러진 마대자루로 종아리를 폭행했다.

이들은 피해자인 윤 일병이 살려달라고 호소해도 적게는 2시간 많게는 3시간 이상 기마자세를 강요했고 심지어는 잠을 자지 못하도록 돌아가며 감시했다. 주범 이 병장은 자신이 휴가를 가는 날에도 윤 일병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폭행했다. 다른 병사들은 자신들의 폭행으로 윤 일병이 다리를 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쩔뚝거린다는 이유로 또 다시 폭행하는 잔인함을 보였다.

윤 일병 사망한 4월 6일에는 새벽 2시부터 폭행 시작


심지어 이 상병과 지 상병은 주범 이 병장의 폭행으로 상해를 입은 윤 일병의 허벅지를 찌르면서 반응이 웃긴다며 계속 고통을 주었다. 특히 지 상병은 폭행으로 윤 일병의 무릎이 심하게 부은 것을 보고도 '무릎이 사라졌네, 존나 신기하다'며 윤 일병의 허벅지를 계속 찌르면서 괴롭혔다. 대답을 똑바로 못한다는 이유로 치약을 짜서 먹이기도 했다.

윤 일병이 사망한 4월 6일에는 새벽 2시부터 폭행이 시작됐다. 이 병장은 자신이 폭행하는 동안 다른 3명의 가해자들에게 망을 보게 하거나 폭행이 용이하도록 윤 일병의 팔을 잡게 했다. 잠을 자지 말라는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윤 일병이 깜빡 잠이 들자 7시 30분경 빰과 허벅지를 폭행한 것을 시작으로 오전에만 7회 이상의 폭행을 가했다.

특히 오전 10시경 이 병장은 자신이 침대 밑으로 뱉어 놓은 가래침을 두 차례나 윤 일병이 핥아 먹도록 했다. 오후 3시 30분 냉동식품을 사 와서 함께 먹을 때는 쩝쩝거리며 먹는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가슴과 턱, 뺨을 폭행해서 음식물이 튀어나오자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핥아 먹도록 했다.

오전 10시 30분에는 이 병장의 지시로 하 병장과 이 상병이 윤 일병의 성기에 액체 안티프라민을 발라 성적 수치심과 육체적 고통을 주는 성추행도 저질렀다.

이후 4명의 가해자들은 윤 일병의 정수리 부분과 배 부위를 때리고 '엎드려 뻗쳐'를 시킨 상태에서 폭행을 계속했다. 4시 30분경 윤 일병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싸면서 쓰러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해자들은 윤 일병의 산소포화도와 심전도가 정상이라며 꾀병을 부리고 있다고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윤 일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당황한 이들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윤 일병은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윤 일병은 연천의료원과 국군양주병원을 거쳐 의정부 성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다음 날인 7일 결국 숨지고 말았다.

윤 일병이 병원으로 옮겨진 당일 폭행에 가담한 병사들은 증거인멸까지 시도했다. 자신이 폭행한 윤 일병을 앰뷸런스에 싣고 이송했던 이 병장은 동행한 공범 하 병장과 이 상병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했고, 귀대한 후 이 병장과 이 상병은 부대에 남아 있던 지 상병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또 폭행의 전 과정을 목격한 입실환자인 김아무개 병사에게는 'OO씨는 자고 있었던 거예요'라고 입을 다물라고 압박했다. 그리고 4명의 폭행 가담자들은 윤 일병이 음식을 먹으면서 TV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말을 맞췄다.

사건 다음날인 7일에는 증거 인멸을 위해 하 병장이 윤 일병을 관물대를 뒤져서 수첩 2권을 찢어 버렸다.

조사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주장을 계속하다가 헌병 수사관이 '윤 일병이 깨어날 것 같다'고 하자 범행을 자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31일 오후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병사들의 가혹행위를 막았어야 할 간부도 폭행에 가담했다. 의무대 지원관인 유아무개 하사는 윤 일병에게 가해지는 구타와 가혹행위를 방조하고 본인도 윤 일병에게 화풀이로 폭행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의무대의 유일한 간부였던 유 하사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주범 이 병장을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건이 벌어진 의무대는 이 병장의 제왕적 권력 아래 병사들이 사병화를 넘어 조직폭력배와 같은 양태를 띄고 있었다고 군인권센터는 지적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 사망사건은 우발적인 폭행사망 사건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지속 되어온 집단폭행사건이라며 군 검찰에 가해자들을 살인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의무대라는 공적 공간에서 집단폭행이 이루어졌다는 점, 폭행의 정도가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점, 살해의 의도성이 명백한 점,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점, 군대의 고질적 악습인 폭력이 되물림 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가해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28사단 보통군사법원은 결심공판을 중단하고 공소장 변경 명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혹행위 #군인권센터
댓글9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