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욕하면서도 새누리당 찍는 이유

[게릴라칼럼] 무능력한 새정치연합-야권에 필요한 3가지

등록 2014.08.01 11:06수정 2014.08.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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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동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서는 안철수 공동대표. ⓒ 남소연


선거란, '결과'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이긴 선거에서는 모든 것이 승리 요인이 되고, 진 선거에서는 모든 것이 패배 요인이 된다.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 대해서도 '야권 패배'란 결과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인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제각각이다.

공천 파동이나 휴가철 저조한 투표율이 패배요인으로 제기되고, '세월호 사태에 대한 피로감'까지 한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2010년 무상급식과 같은 의제가 없었다는 것과 '야권연대에 대한 보수층 결집'도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요인들이 이토록 무력한 야권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공천파동이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의 심각한 내부 갈등을 촉발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찻잔속의 태풍이었다. 국민들이 공천 파동 때문에 지지를 철회하거나 투표장에 가기를 거부할 정도로 새정치연합 내부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휴가철이라 국민들이 투표장에 달려가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사전투표제도로 휴가 기간을 피해 충분히 투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투표율 50%를 상회한 격전지에서는 모두 여당이 승리했다.

세월호 사태에 대한 피로감이나 야권연대에 대한 반작용 등의 요인도 전형적인 결과론이다. 세월호 사태가 없었다면, 야권연대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경쟁이라도 해볼 수 있었을까? 의제가 없었다는 것 역시 깊이 새겨 들어야할 비판이지만, 냉정히 말해 2008년 촛불시위 이후 2010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있었던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은 특별한 정책의제 없이도 연이어 승리했다.

야권의 온건화·보수화 전략, 성공할 수 있는가?

이 무력감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과론적인 해석보다 야권의 일관된 전략적 패턴에서 찾아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좌클릭'을 시도하던 민주당은 18대 대선을 전후해 온건화·보수화 전략을 추진했다. 자신들이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덜 위험한'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중간층의 지지를 획득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여기에는 정권심판의 의지를 가진 야권 표를 다 모아도, 투표자의 50%를 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어차피 더 급진적인 세력이나 지지층은 자신을 지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간층, 혹은 보수층을 겨냥해 이들의 지지를 얻어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략은 성공한 전례가 있다. 바로 1997년 15대 대선에서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전국연합과 정책연합을 이루었지만 패배한 김대중 후보는 15대 대선을 앞두고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보수 정치인인 김종필, 박태준과 이른바 DJT 보수대연합을 성공시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14대 대선에 비해 평균 득표율이 6.45%p 상승했는데, 대전에서 2.53배, 충북에서 1.77배, 충남에서 3.06배 올랐다.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과의 보수대연합이 승리에 결정적이었던 셈이다.  

물론 대선 승리라는 결과에는 보수대연합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김대중의 온건화·보수화 전략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에는 몇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있었다. 첫째는 이인제 후보의 완주로 인해 보수층이 분열한 것이며, 둘째는 13대 대선과 달리 야권에서 김대중 후보 이외의 현실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지막 셋째는 김대중 후보의 보수화에도 불구하고 '측면효과'를 제공해줄 급진운동이 여전히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측면효과다. 1996년 말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와 한보 비리, 대선자금 문제, 1997년 말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외환위기 국면에서 높아진 정권심판 여론은 김대중의 보수화 효과를 극대화했다. 온건화 전략은 급진세력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이들과 거리를 둘수록 효과적이다. 중도·보수층에게 급진세력으로부터 가해지는 위협을 자신이 관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15대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던 온건화 전략은 다양한 열망들을 복합적으로 녹여내는 데 성공한 전략이기도 했다. 

측면효과 없는 새정치연합의 보수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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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 남소연


그렇다면 지금 새정치연합의 보수화·온건화 전략은 얼마나 위력적일 수 있을까? 우선 여권은 친이계와 친박계, 혹은 뉴라이트와 올드라이트로 대표되는 잠재적 균열 가능성이 항상 존재함에도 여전히 견고한 결합을 유지 중이다.

제도정치 공간에서 새정치연합의 대표성은 올해 3월 26일 민주당과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통합하면서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그들의 전략적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세월호 사태 등으로 인해 등장한 정권심판의 의지가 투영될 대상이 그들 외에는 딱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통합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에서 확실하게 승리하지 못했다고 평가해야할 것이 아니라 통합을 이뤘기 때문에 '그나마' 그 정도의 성적이라도 거둘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어줄 급진세력의 측면효과의 부재다. 새정치연합의 보수화 전략이 가지는 한계는 그 효과를 넘게 해줄 측면효과를 발휘할 급진세력이 거의 초토화된 상황에서 행사됐다는 점이다. 진보정당은 2012년 내부경선부정 의혹 사건과 2013년 내란음모 사건 이후 파편화와 내부 적대로 인해 주변화된 상황이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조직운동세력 역시 지난해 철도 파업 철회 이후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8대 대선 직후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역시 국정원이 개입한 서울시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프락치까지 동원된 내란음모 사건, 세월호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는 상황에서도 정권을 위협할 측면효과는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대중 여론의 변화 외에는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온건화 전략만 구사한 거대 야당의 미약함은 측면효과를 살리기는커녕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다. 정권의 통치 안정화 전략의 핵심인 종북프레임에 대해서도 회피와 거리두기, 방관으로 일관했다. 이번 재보궐선거를 '박근혜 정권 심판'이 아니라 '무력한 야당심판'의 의미로 받아들인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 단지 소설은 아닐 것이다.

사건의 성격은 실체적 진실만이 아니라 반응 자체에서도 규정된다. 이런 점에서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거대 야당이 보인 반응들은 '합리적이며 온건한 야당'의 이미지가 아니라 '지독하고 한심한 무능'의 이미지만 쌓아 올렸다. 측면효과를 전유하려고만 했을 뿐, 스스로 그것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재보궐 선거 성적표다. 

우리 앞에 놓인 세 가지 과제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사퇴는 이런 야권의 전략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급진적 진보정치와 온건한 중도세력 간의 역할분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런 전략을 지속하는 것은 패배와 무력감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이 무력감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측면효과를 발생시킬 급진정치세력이 쇠락하고 있는 조건에서 새정치연합의 온건화 전략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측면효과를 발생시켜 거대 야당으로 하여금 어부지리를 얻게 만들어 줄 세력이 없다면, 스스로 그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48%의 한계를 넘어설 고민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그 48%조차 지키기 어렵다. 어부지리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총대를 메야 한다.  

둘째는 진보정치의 재활성화다. 문제는 이합집산의 셈법과 공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 주체들이라도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좌충우돌과 내부 적대만 거듭하고 있는 진보정치는 존재이유를 설득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과연 현실 진보정치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파편화된 거의 모든 세력이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고 있다. 왜 지금 시점에서 진보정치가 필요하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놔야 한다. 공학적인 재편방안은 그 후의 문제다. 

셋째는 역시나 운동정치의 재활성화다. 어느 순간 운동의 역량들이 제도정치 공간으로 모조리 투입된 이후, 운동정치는 조직화된 힘이 아니라 미조직화된 대중정치의 힘으로만 움직여 왔다. 그러나 2008년 촛불시위가 보여주듯, 조직되지 않은 대중정치의 활성화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운동정치는 그 자체로만 유의미한 것이 아니라 제도정치 공간의 세력관계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독히도 무력한 야당, 초토화된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위한 힘은 운동정치의 활성화에서도 촉발될 수 있다. 

과거로의 퇴행? 단절에서 해답 찾아야

보다 적극적인 야당의 공세 전략으로의 수정, 진보정치의 전망 구축, 운동정치의 재활성화라는 방향은 2008년 이후 시점으로의 회귀를 주문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 차라리 돌아가야 한다. 2008년 촛불시위가 소멸한 이후 우리의 과제는 촛불의 한계, 야권연대의 한계를 넘어서자는 것이었지, 그것을 허물자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때의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필요하다면 차라리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과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의 현실은 그 과거만도 못한, 퇴행의 퇴행이라는 순간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견딜 수 없이 무력하지 않은가? 거대야당만이 아니라, 진보정당만이 아니라, 운동을 도모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해결해야할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차라리 누군가를 비판하는 데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할 몫을 찾으려 했던 그때로, 잠시나마 돌아가야 한다. 그때와 지금의 단절적 순간에 답이 있을 것이다.
#재보궐 #새정연 #보수화 전략 #진보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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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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