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잔인한 '유민아빠 죽이기', 의도가 참...

[게릴라칼럼] 본질 외면하는 <조선> <동아>의 '먹레이킹 저널리즘'

등록 2014.08.26 21:49수정 2014.08.2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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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세월호 참사 → 유병언 일가 파헤치기 → 유병언 사망 → 세월호 특별법 난항 유가족 책임 → 유가족 분열 조장 → 단식중인 김영오씨 파헤치기 → ?

국내 보수신문과 그들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세월호 참사 관련 의제설정 과정을 보노라면 오래 전 미국에서 유행했던 '먹레이킹 저널리즘(Muckraking Journalism)'이 절로 떠오른다. 1960년대 미국 언론사들 사이에선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취재원의 인격은 신경 쓰지 않고 쓰레기 더미를 갈퀴로 파헤치듯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먹레이킹 저널리즘'이 횡행했다. 진실 추구와는 거리가 먼 '흠집내기' 또는 '손봐주기', '꼬투리잡기'식 의제설정의 전형을 말한다.

그러던 것이 좀 더 과감해져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으로 발전했다. 이는 '너 딱 걸렸어'의 준말로, 언론사가 의도하는 쪽으로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교묘히 편집하거나 취재원의 말실수나 해프닝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말한다.  

보수신문의 세월호 의제설정, 눈 뜨고 볼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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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누운 '유민아빠' 지난 22일 세월호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40일째를 맞은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후송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물론 우리나라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모습은 자사의 이념적 성향을 강하게 의제에 투영시키는 보수신문들에게서 자주 목격돼 왔다. 특히 신문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조·중·동 이른바 3대 보수신문들의 의제 패권주의는 자칫 속아 넘어가기 쉬울 정도로 간교하다. 보수신문들의 간교한 의제설정은 선거철 외에도 곧잘 작동하기 일쑤다. 

최근 국가적 참사인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이들 보수신문이 보여주고 있는 의제설정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규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일 넘게 단식을 벌여 온 고 김유민양의 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사생활 파헤치기는 60년대 미국의 먹레이킹 저널리즘에 가깝다.

그 중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들의 종편인 TV조선과 채널A가 이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두 신문과 종편은 연일 영상과 지면을 통해 단식 중 건강악화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꼬투리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두 보수신문은 지난 25일 일제히 유민아빠 사냥에 나섰다. 장기간 단식으로 거의 죽어가는 유족을 상대로 유언비어에 가까운 의제를 설정해 만신창이로 만드는 행태는 세월호 진실규명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세월호는 일반 교통사고와 다를 바 없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유가족들의 특별법 요구안을 기를 쓰고 반대하는 여당이나, 유가족 면담 시 약속했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국정 최고책임자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대통령을 두둔하는 저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언론인지 한심하다.

쓰러진 유가족 사생활 파헤치기,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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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와 인터뷰했는가? 10년 전 이혼한 이후 김영오씨의 '아빠 역할'에 비판적인 기사를 보도한 <조선일보> 8월 25일자 5면. "저 사람 저러는 거..."라는 발언의 출처를 유민의 '외가쪽 인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 조선일보PDF


권력의 방패역할을 자처하기라도 하듯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틈만 나면 엉뚱한 방향으로 의제를 설정해 세월호 책임규명 관련 청와대와 여당으로 쏠리는 시선을 돌려놓기 일쑤다. <조선>은 25일 <유민 외가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 안 돼">란 희한한 제목의 기사를 5면에 큼지막하게 내보냈다. 고 유민양 외삼촌의 발언과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등을 확대해 지면에 실은 것이다.

<조선>은 이날 '아빠 자격 논란', '10년 전 이혼', '양육비 제대로 안 보내' 등의 키워드로 한 달 이상 단식을 하며 몸을 던져 세월호 진상규명을 호소해 온 유가족에게 차마 입에 담기 부끄러운 의제를 던졌다. <조선>은 기사 리드에서부터 "지난 22일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주도하다가 건강이 악화해 병원으로 실려 갔던 '유민 아빠' 김영오(47)씨가 실제로는 이혼 후 딸들을 잘 보살피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고 적었다.

이어 기사는 "인터넷과 트위터 등의 SNS에는 김씨가 금속노조 조합원이고 부인과 10년 전 이혼한 후 양육비도 제대로 보내지 않았다는 의혹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유언비어와 다를 바 없는 내용을 기사로 다루는 등 세월호 진실규명과는 동떨어진 개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데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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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5일자 5면 기사 ⓒ 동아PDF


이날 <동아일보>도 약속이나 한 듯 같은 5면에 비슷한 내용을 비중 있게 실었다. <유민아빠 '아빠의 자격'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문은 유언비어에 기대어 개인의 사생활을 큰 의제로 설정했다. 기사는 리드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2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47)씨에 대한 '아빠의 자격' 논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며 마치 특종이라도 되는 양 큼지막하게 실었다.

이들 신문사와 함께 TV조선과 채널A의 종편은 이보다 앞선 지난 주말(23일)과 휴일(24일)부터 '유민아빠 자격 논란'을 다루며 김영오씨의 눈물겨운 단식과 그와 뜻을 함께 하기 위해 나선 시민들의 단식행렬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한 아버지가 딸의 억울한 죽음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두 언론은 그 아버지의 사생활을 파헤치며 책임문제 등 핵심이슈를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악의적 프레임이 작동한 의제설정에서 언론의 제정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단식 정당성' 훼손하려는 의제설정, 누굴 위한 걸까

<조선>이 지난 23일 1면에 내보낸 <여야합의에 찬물 끼얹는 '대선후보 문재인'의 단식>과 <납득하기 어려운 문재인 의원의 행동>에서도 이런 의도성이 잘 묻어났다. 특히 이날 <조선>은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거의 대부분 드러났다"고 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조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조선> 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돈에 눈이 먼 선사의 불법 증축과 과적, 운항 미숙이 사고를 불렀고 선장과 선원, 정부와 해경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고 수습이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정부의 책임은 어물쩍 뒤로 미뤘다. 청와대와 대통령은 언급조차 없다.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사설은 "이대로 가면 문 의원이 국회와 국정의 '세월호 파행'을 주도적으로 부추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문 의원은 당장 단식 농성을 중단하고 국회와 당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단식 중인 문재인 의원을 조용히 타일렀다.

보수언론들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나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에는 침묵하면서 유병언씨와 그의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식 수사는 연일 중계하듯 보도했다. 그러더니 세월호 특별법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 유가족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그것도 모자라 유가족 단식의 정당성마저 훼손하려 들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보수언론들의 의도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보수언론들은 자신들이 유가족들 요구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며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책임을 더욱 미궁으로 몰아가려는 정부와 여당의 대변지 또는 방패막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물 타기 프레임이 매우 정교하고 순발력 있게 작동하고 있는 보수언론의 악의적 세월호 의제설정, 과연 누굴 위해 저러는 걸까?
#세월호 #김영오 #단식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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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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