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씨 겨냥한 때아닌 '국궁' 논란... 참 저급하다

[주장] 김씨 취미생활까지 공격하며 깎아내리기 몰두하는 극우

등록 2014.08.25 20:17수정 2014.08.2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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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이 화제다. 극우 성향의 누리집 <일간 베스트>(아래 일베)의 회원들과 일부 누리꾼들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국궁' 취미를 문제 삼고 있다. 심지어 일부 극우 성향의 인터넷 언론들까지 나서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김영오씨가 즐기는 국궁이 적지 않은 비용을 소모한다며 김씨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래서 직접 찾아봤다. 국궁은 정녕 비싼 스포츠일까?

국궁, '귀족 스포츠'가 아니다

사단법인 대한국궁문화협회에 따르면 초보자가 사용하는 개량궁은 약 20만 원에서 25만 원을 호가한다. 이에 쓰이는 카본 화살은 1개 당 약 7500원에서 1만5000원 내외이다. 초보자가 혼자 배우기는 어려워 활터를 다닌다고 해도 비용은 크게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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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의 비용 사단법인 대한국궁문화협회 누리집에서 갈무리 ⓒ (사)대한국궁문화협회


국궁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성공적인 '창조관광산업'으로 선정된 '부리다'는 한 달에 4만 원 가량의 강습비를 받고 있다. 경기도에서 사설 국궁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가입비 5만 원에 한 달 회원비 2만 원을 받고 있다"며 "그렇게 비싼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습비와 장비비용을 일체 부담한다고 해도 다른 생활체육에 비해 비싸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근 사회인들 사이에서 생활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회인 야구'와 비교하면 차이는 명확해진다. <헤럴드경제> 등의 보도에 따르면 사회인 야구는 장비와 유니폼 비용만 해도 몇 십만 원 정도 든다. 대회 및 리그 참가비용은 팀당 200만 원 가량이 든다. 그러나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평범한 직장인을 귀족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없다.

국궁은 흔치 않은 취미생활일 수는 있더라도 절대 귀족 스포츠가 아니다. '귀족 스포츠', '양육비도 없는 사람이 취미 생활을' 따위의 수식어는 그저 마타도어(흑색선전)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저들은 국궁을 '귀족 스포츠'라고 왜곡하는 걸까?

일베와 극우 언론의 '메신저' 깎아내리기


'메시지를 비판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비판하라'는 일베와 극우언론에서 많이 쓰이는 수법이다. 이는 심지어 청와대 대변인실도 '순수 유가족'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용한 적이 있다. 김영오씨가 단식으로 표현하는 저 메시지, 세월호 특별법과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저 메시지만을 정면으로 비판하기 어려우니 김영오씨에 대한 왜곡으로 메시지를 격하시키는 것이다. 이는 단순 취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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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씨의 트위터 메시지를 비판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비판하라. 저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다. ⓒ 변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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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비난 <일간 베스트>의 누리꾼들이 김영오씨의 취미를 두고 비난하는 모습 ⓒ <일간베스트> 누리집 갈무리


그간 수구언론과 극우 누리꾼들이 김영오씨의 금속노조 신분과 고향을 문제삼으며 김씨의 순수성에 흙칠을 해놓았다. 노조에 대한 불온의식,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및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음해성 마타도어일 뿐이다. 이들은 이러한 마타도어로 메신저(김씨)에게 흠집을 내고 그의 메시지(세월호 특별법)의 순수성까지 훼손한다. 그렇게 대중들은 그와 그의 메시지 모두를 의심하게 된다.

세월호 특별법의 요구는 단순하다. 세월호에서 아이들은 왜 탈출하지 못하였는지, 왜 그렇게 죽어가야만 했는지, 정부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책임자는 어디에 있었는지를 명명백백히 밝히고자 하는 것이 법의 요지다. 그 목표를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 뿐이다.

김영오씨는 그저 한 '아버지'일 뿐이다

이런 걸 요구하는 김영오씨를 금속노조 일원의 '빨갱이', 전북 정읍 출신의 '전라디언', 국궁 초단 자격증을 갖고 '귀족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으로 비난하는 게 타당한가? 김씨는 그저 아이를 잃은 평범한 한 아버지다. 이혼 후 딸을 자주 만나지 못한 아빠, 결국 딸을 참사에서 지켜주지 못한 아빠다. 딸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뒤늦게나마 몸부림치는 아버지일 뿐이다. 아버지라는 자격말고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마타도어를 뿌리는, 김영오씨의 간절함을 훼손하는 저들이 김씨에게 바라는 자격은 무엇일까.

노조원도 아니고, 전북 출신도 아니고, 돈 드는 취미생활은 하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아들의 죽음을 밝혀달라는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순수성을 요구하는 저들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고 가장 비순수한 이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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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빠 "특별법제정 뒤 유나랑 밥 먹는게 소원" 세월호침몰사고 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양의 동생 유나가 지난 22일 오후 특별법제정 촉구 단식 40일째 건강 악화로 병원에 후송된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병실을 찾아 누워 있는 아빠의 품에 안겨 있다. ⓒ 이희훈


괴벨스는 말했다.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그는 폴란드를 왜곡하여 폴란드에 대한 침공을 합리화했다. 많은 독일인들을 나치의 광신도로 몰고 갔다. 괴벨스의 프로파간다(선전선동)와 김영오씨의 신변을 문제 잡는 마타도어는 전혀 다르지 않다. 사상검증과 지역차별을 조장하는 저 마타도어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영오씨의 입장이다. 그는 '유민 아빠'고, 아빠의 입장으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극우 인종차별집단의 기관지에나 어울릴 법한 저런 저급한 비난은 그들만의 휴지통에 들어가게 내버려 두자. 국궁 초단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전북 정읍 출신의 금속 노조 조합원 김영오씨는 여전히 세월호에 자식을 잃은 '유민 아빠'이자 '유나 아빠'일 뿐이다. 딸과 정답게 전화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카카오톡을 하고, 둘째 딸과 한 침대에 몸을 누이는 아빠말이다.
#김영오 #유나 아빠 #세월호 #국궁 #일간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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