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향한 유언비어, 국정원 배후조종 의혹"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51]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록 2014.08.28 09:04수정 2014.09.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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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한 다음 날인 20일, 국회 의석수가 5석밖에 안 되는 정의당 지도부는 광화문 광장, 의원단은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그들은 왜 이 무더운 여름에 길바닥으로 나왔나. 또, 광화문에 앉아 단식하며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 25일, 광화문에서 단식 중인 천호선 정의당 대표를 만나 거리로 나온 이유와 꽉 막힌 정국 해법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3자 협의체가 좋은 안은 아니지만, 괜찮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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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정의당 대표 ⓒ 이영광


- 단식을 시작한 지 6일째입니다. 19일, 양당 재합의가 단식을 시작하게 된 원인 같은데 무엇이 문제입니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번째 합의는 유가족을 당황스럽게 했습니다. 그걸 막기 위해 새정치연합 의총장에 가서 항의하고, 양당 원내대표에게 가서도 항의했죠. 어쨌든 저희 때문만은 아니지만, 철회되었죠. 그러나 다시 재협상하는 데 결과도 맘에 안들지만, 과정도 문제였어요.

그런 상태에서 재재협상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봐서 정의당 의원들이 할 일이 많지 않겠다고 보고, 정당으로서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느꼈죠. 최후 방법으로 단식농성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나왔어요."

- 재재협상이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영선 원내대표가 재재협상은 없다고 말했지만, 24일 3자 협의체 제안은 재재협상을 하자는 거였죠.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미 두 번이나 협상해서 합의했는데 그걸 파기하면 되겠느냐? 재재협상 없다'고 했죠. 저는 재재협상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지만, 문제는 가족들 뜻이 중요해요. 기존 양당협의가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해야 해요.


두 번째는 상설특검법이란 틀 내에서 국회 추천 4명을 어떻게 하느냐잖아요. 그것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 시절에 상설특검법을 통과시켜서 그것에 애정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죠. 이 특별법은 말 그대로 특별한 법이기 때문에 특검을 벗어나서 진상규명이 가능한 법을 만들어야 하죠. 3자 협의체가 좋은 안은 아니지만, 괜찮다고 봐요."

- 일반인 유가족은 합의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던데...
"그게 좀 걱정이에요. 일반인 유가족의 판단을 존중해야겠지만, 그래도 대다수 유가족은 역시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는 특별법을 바라고 있어요. 즉, 다수 유가족은 지금 재협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죠. 그것을 정치권이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지도부는 광화문에서 단식하고, 의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하는데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당이 작아요. 그래서 주목받지 못하지만,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어요. 하나는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에 의해 결국 특별법이 좌초되고 유민 아빠 목숨도 위험해진 상황이죠.

현재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해요. 대통령은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여당의 실질적 지도자죠. 또 가족에게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래서 청와대에 촉구하는 것이 필요했죠. 또 한 편으로 이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 많은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청와대는 의원단이 하고, 광화문은 지도부가 하고 있죠."

- 직접 광장에 나와 단식을 하니 어떻습니까?
"오늘 6일째인데 아직은 괜찮아요. 유민이 아빠는 단식 44일째입니다. 제가 보기에 얼마나 더 버틸지 모릅니다. 저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함께 하기 위해 나왔어요. 유민 아빠가 병원에 실려 가고 나서 단식 열기가 오히려 더 배가 되고 있어요. 농성장을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종교인은 물론이고 영화인, 만화인, 문학인 등 예술인들이 많이 찾아주셨어요. 정치 이전에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겠죠. 저보다 훨씬 오랜 기간 단식하고 있는 분도 계세요. 그들도 아직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 어떤 생각을 하세요?
"고민이죠.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두 가지인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분노 그리고 어떻게 이 문제를 풀지에요. 그간 박 대통령이 해 온 걸 보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분노와 답답함을 동시에 갖고 있어요. 뾰족한 방법이 안 보여요. 정의당이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까 하는 무력감도 있어요. 그러나 어찌 됐건 저희가 먼저 단식하기 시작했고, 당원들도 많이 모였죠. 다행이에요."

- 24일, 가족대책위에서 국정원이 유민이 아빠를 사찰했다고 하던데...
"이미 SNS에 유민이 아빠에 대한 사생활과 유언비어, 흑색선전이 돌고 있어요. 그 배경에 국정원이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들어요. 댓글을 달고, 그들이 관리하는 단체들을 이용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는 의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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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정의당 대표 ⓒ 이영광


- 그럼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운영한 댓글 부대가 지금도 존재한다고 보세요?
"그건 단정하기 어려워요. 다만 직접 댓글을 달지 않더라도, 아니 직접 댓글을 다는지조차도 엄정하게 조사하고 수사하지 않았고 처벌도 받지 않았으니까요. 직접이든 간접이든 (국정원이) 개연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봅니다. 또 (김영오씨 관련) SNS에 퍼지는 유언비어와 (국정원이) 고향에 찾아간 걸 따로 떼어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국정원의 김영오씨 주변 사찰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기자 말)"

"문 의원은 유민이 아빠 단식을 중단하기 위해... 저희는 정치적 한계 느껴서"

-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정의당의 동조단식에 "여야의 타협 정치에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 돌아봐야 한다. 본인 뜻과 다르다고 단식하고 거리로 나가는 것은 4류 국가에서도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평가하며 "국회의원이 있어야 할 곳은 광장이 아닌 국회"라고 비판했는데...
"김 의원이 단식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4류국가'라고 했는데 제가 보기엔 김 의원이야말로 4류 정치인 같아요. 얼마 전에 조문을 가서 사진 찍다가 혼난 적이 있는데 아직도 반성을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문재인 의원을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문 의원은 유민이 아빠 단식을 중단하기 위해 했죠. 저희는 정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느껴서 최후의 수단으로 들어온 거에요. 그런 것은 모르고 자신들이 얼마나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서 진상을 가로막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이 없는 거죠."

-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재협상 안에 대해 야당이 유족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야당 뒤에 숨은 새누리당의 태도를 어떻게 봅니까?
"이 최고의원의 말은 답할 필요도 없고, 지금 여당과 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가족이 야당과 가까운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결국엔 가족들도 새누리당과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한 것을 알아요.

가족들을 만나는 건 야당만의 몫이 아니에요. 여당도 해야죠. 더 힘이 세고, 국회의원 수도 많은 여당이 야당보고 '합의했으니 야당이 설득해 와라'는 것은 정말 무책임이죠. 이인제씨 앞으로 그런 식으로 정치할 것이면 정치 그만둬야죠. 그건 망언입니다."

- 정의당이 발의한 특별법도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 특별법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의당은 특검 연계 특별법입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의 특별법은 진상조사위와 특검이 별개인데 저희는 상설특검이 아니라 특별법안에 특검이 있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진상조사위원회가 특검을 추천하고,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검에 수사를 의뢰하면 특검이 판단하겠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수사하는 거죠.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와 특검의 수사를 연계시켰어요.

두 번째는 유가족 특혜 시비에 책임이 될만한 내용이죠. 저희 특별법은 법안에 지원 문제는 없어요. 그건 별도로 입법할 계획입니다. 저희가 가장 먼저 발의했는데 여당은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모를 겁니다. 안타깝지만 저희로서는 유가족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사법체계 상의 이견으로 있을 수 있는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을 만든 거죠."

- 정의당이 5석이란 한계가 큰 거 같아요.
"한계가 크죠. 그러니까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봤지만, 저희 특별법이 주목을 못 받는 것이 가장 아쉽죠. 하지만 저희가 이만큼 할 수 있는 건 5석밖에 안 되지만, 국민이 저희가 하는 일이 옳다고 지지해 주는 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직도 아쉬워요."

-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말씀 부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기가 쉽지 않아요. 제일 좋은 방법은 대통령이 결단하는 것이고, 가족을 만나서 그 뜻을 들어주는 겁니다. 두 번째는 새누리당이 결단하는 방법이죠. 현재로써는 대통령이 결단하도록 촉구하고, 국민의 뜻을 모으는 것이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천호선 #정의당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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