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샘솟는 음악 열정, 전국무대 서다

[인터뷰] 노래하는 흰머리소녀 최병주씨

등록 2014.08.29 16:13수정 2014.08.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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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주씨를 응원하는 ‘한바탕웃음치료회’ 색소폰을 부는 최병주씨를 응원하는 ‘한바탕웃음치료회’ 회원들이 펼침막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 ⓒ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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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주(68ㆍ충남 태안군 태안읍 삭선6리)씨. KBS 1TV 전국노래자랑 인기상에 빛나는 태안의 가수 최병주(68ㆍ충남 태안군 태안읍 삭선6리)씨. ⓒ 이미선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산으로 올라가 소리 한 번 질러봐 나처럼 이렇게 가슴을 펴고 쿵따리샤바라 빠빠빠빠."


지난 24일 낮 방송된 KBS 전국노래자랑 태안군편에 출현해 클론의 '쿵따리샤바라'로 당당히 인기상을 수상한 최병주(68, 충남 태안군 태안읍 삭선6리)씨.

쉰여섯, 독학으로 익힌 피아노로 악보를 볼 줄 알게 되면서부터 하모니카와 기타, 색소폰, 톤차임(하모니차임) 등의 악기를 배우며 남편 이태선(71)씨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노년의 한 조각을 채워나가고 있다.

방송 하루 뒤인 25일 태안읍 삭선6리(삼호아파트)마을회관에서 만난 그녀는 방송보다 더 젊고 활기찬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젊음의 비결이요? 자신감과 도전정신 아닐까요? 호호호."

최씨는 방송에서 선보인 색소폰 실력과 '쿵따리샤바라(클론)', '잘못된만남(김건모)'의 랩 실력을 의아하게 묻는 취재진에게 강단있는 어조로 답했다.


이날은 그녀의 톤차임 강의가 있는 날로 지난해 태안군보건의료원 웃음치료사 교육을 통해 알게 된 7명이 동아리 '한바탕웃음치료회'를 만들어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삭선6리마을회관에 모이고 있다. 이날은 류금례, 이미우, 이재경, 오은정씨가 그 주인공들.

청아하고 맑은 음색을 지닌 톤차임이 우리나라 '아리랑'을 연주할라치면 아름다운 선율에 박수가 저절로 나온다.

자신감 충만한 그녀의 말마따나 행복한 노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살았느냐가 아닌 앞으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열망하는가에 달렸다. 뭐든 배우고 갈망하는 그녀의 하루는 이렇듯 잔잔한 하모니카 소리와 중저음의 테너 색소폰 소리로 저물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고향 전북 익산을 떠나 남편과 34년간을 서울에서 생활하며 귀촌을 꿈꿨던 최씨. 어느 날 조카가 살고 있는 태안을 방문하면서부터 강원도로의 귀촌방향이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해서 5년 전 이원면 볏가리마을에 새둥지를 튼 그녀지만 남편의 펜션사업이 정리되면서 이곳 태안읍 삭선리로 노년의 종착지를 정했다.

이번 전국노래자랑 출연은 예전부터 꿈꿔오던 최씨의 희망사항 중 하나였다. 도전에 도전을 더하니 당뇨, 그깟 질병쯤은 병도 아니었다.

아침이면 늘 걷기운동으로 하루를 열고 낮엔 간호조무사, 웃음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각종 자격증 공부로 하루 24시간이 빠듯한 그녀이니 말이다.

"새벽녘에 잠이 깨면 노트북에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듣고 악보를 보는 일로 시간을 보내곤 하죠. 이따금씩 시간의 흐름이 이토록 아름다운 선율처럼 느껴지면 행복하답니다."

한 시간, 일분, 일초가 추억이 되는 세월이 마냥 아쉽게만 느끼기엔 할 일이 많다는 그녀.

지난해까지 간호조무사와 웃음치료사 도전에 성공하고, 올해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에 한창 열을 올리는 중이라니 그녀의 도전정신은 도무지 말릴 재간이 없어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도 칠십 평생 아픔 한 조각 없었겠는가. 슬하 1남 2녀를 낳았고 막내딸을 임신했을 당시 지인을 통해 한명의 딸을 더 입양해 키워 장성시켰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수양딸은 18년 그녀의 손을 거쳐 지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친부모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그녀에게는 늘 숙제로 남아있다.

"수양딸이 음식을 참 잘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 앞가림하고 사는 걸 보니 참 뿌듯해요."

멀리 산이 석양을 넘어 주위가 조금 어둑어둑해진다.

낮에는 태안군노인복지관에 강의를 나가기도 하고, '한바탕웃음치료회' 회원들과 군내 양로원을 돌며 멋진 무대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또 아직 생소한 악기지만 톤차임이나 색소폰을 배우고 싶은 주민들에게는 언제든 시간과 장소를 제공할 자신도 있단다. 이게 바로 그녀가 건강하게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락 '아리랑'이 하모니차임으로 다섯 여성들의 손목의 힘에 흔들려 또랑또랑 나뭇잎이 익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로 귓가를 간질인다. 참, 아름답고 맑고 청아한 소리다. 깊은 산 속 계곡의 물소리가 이와 같을까.

구름 한 점 없는 좋은날, 누구라도 그녀의 색소폰소리와 그녀들의 하모니차임을 듣고 싶다면 이곳 삭선6리마을회관에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박응철 이장님의 배려 덕분에 행복하고 넉넉한 마을에서 정다운 주민들과 함께 살고 있답니다. 누구든지 건강한 노년을 꿈꾼다면 이곳 태안 삭선에서 함께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미래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국노래자랑 #최병주 #색소폰 #랩 #인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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