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무기력·무감각... 세월호서 드러난 새정치의 생얼

[이슈분석] 강경투쟁 4일 만에 갈팡질팡-사분오열

등록 2014.08.30 15:37수정 2014.08.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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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항의로 취소된 새정치연합 캠페인 박영선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주변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캠페인을 진행하려다 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의 항의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고 일정을 취소했다. 박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탑승한 버스 주변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 남소연


[장면 1] 시청 뒤편 국가인권위원회 -> 종로구청 -> 세종문화회관

29일 오후 12시. 느닷없이 쫓고 쫓기는 레이스가 시작됐다. 쫓는 자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 쫓기는 자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비롯한 40여 명의 의원들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본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캠페인을 위해 시청 뒤편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장외투쟁을 일삼는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을 찾아내 국회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시청 뒤편에 진을 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종로 구청으로 캠페인 장소를 바꿨다.

일명 '박영선을 찾아라' 행사에 임하는 어버이연합회 회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종로구청까지 당도했고, 결국 박영선 위원장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채 국회로 몸을 돌려야 했다. 몇몇 의원들은 당 버스에서 내려 선전전을 펼치려 했지만 보수 시민단체 회원들의 계속된 폭언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없었다.

[장면 2] "내가 빨대야? 그럼 자기는 빨통인가"

새정치연합 장외투쟁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던 한 재선 의원이 28일 격분하며 이 같이 말했다.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이 하루 전 트위터를 통해 "빨대 의원님들 조중동에서 잘 빨아주네요, 여당 대표에겐 침묵하고 세월호 투쟁하는 야당 대표에겐 총질 해대는 야당 의원들, 전문 용어로 빨대라고 합니다"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린 데 보인 반응이다. 그는 "편짜서 패 나누는 게 아니지 않냐"라며 "뭐 그런 X이 다 있는지"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위 두 장면은 세월호 특별법 국면에서 드러난 새정치민주연합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좌충우돌' 새정치연합, 강경투쟁 사흘 만에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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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거리 선전전 벌이는 박영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건네주고 있다. ⓒ 유성호


장면 1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무능력'과 '무감각' 그리고 '무기력'이다.

지난 26일 이후 강경투쟁에 돌입했던 새정치연합은 시민보다는 '관광객'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명동이 그러했고 광화문 광장이 그랬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을 향한 전략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29일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시청 뒤편은 오가는 직장인들이 많은 곳이긴 했지만 '박영선을 찾아라' 행사가 벌어지는 통에 박 위원장은 땅에 발도 딛지 못한 채 돌아섰다. 해당 행사는 하루 전부터 공지됐지만 새정치연합은 아무런 대비책 없이 현장과 마주했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장소는 옮기는 것 뿐이었다.

어버이연합에 밀려 광화문 일대를 서성이다 기자와 만난 한 의원은 "의원들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다 거부당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캠페인이 효용이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원 간 결속을 다지고 함께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결속이 안 되지 않냐'고 하자 그는 힘없이 웃고 말았다. 실제 이날 시청 캠페인에 참여한 의원은 40여 명 남짓이었다. 이날 동시에 홍익대 일대에서 캠페인이 진행됐지만, 그 곳에도 20여 명의 의원이 모였을 뿐이다. 새정치연합 의원 절반 가량은 당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7일 새정치연합 의원 60여 명은 광화문 광장에서 일렬로 늘어서서 단체로 피케팅 시위를 했다. 이미 하루 전 정의당이 했던 방식 거의 그대로였다. 한 의원은 "정의당 당원들이 (하루 전) 피케팅을 했는데 그걸 모방이나 하냐"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 의원은 광화문 광장에 나오지 않았다. 광장에서 피케팅을 한 초선 의원은 "도통 새로운 게 없다,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 없냐"라며 오히려 기자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한 당직자는 "요새는 새정치연합 빼고는 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하자, "63빌딩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퍼포먼스라도 해야 하는 거냐"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새롭지 못했고 전략이 부재했던 새정치연합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캠페인·집회들은 주목을 끌지 못했고 회자되지 못했다. '무능력·무감각·무기력'이다.

장외 투쟁 두고 새정치연합 내 의견 충돌...쌍방 향한 비난으로까지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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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시위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유가족 3자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에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모여 유가족이 동의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장면 2에서는 사분오열된 당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장외투쟁을 두고 새정치연합은 극명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장외로 나가 선명하게 싸워야 한다는 의견과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견 충돌, 그 단면이 서로를 "빨대", "빨통"이라고 비난하는 일로 나타난 것이다.

당초 국회를 나설 때만 해도 새정치연합은 나름 결기에 차 있었다. 지난 25일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에 세월호 유가족과의 3자 협의체를 제안했으나 거부당했고, "끝까지 싸우겠다"라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당장 다음 날인 26일부터 새정치연합은 청와대, 광화문 광장, 명동 일대를 돌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 및 캠페인을 진행했다. 매일 저녁 의원총회를 열며 예결위회의장을 본거지 삼아 진지를 구축했고 철야농성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 같은 결의는 채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28일 밤 "오늘이 철야농성 마지막 날"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오는 30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당원 문화제에 총력을 쏟겠다는 계획이지만, 동시에 오는 9월 1일 정기국회 개원식에는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장외투쟁'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앞서 김동철·김영환·박주선·이찬열 의원 등 15명은 지난 26일 성명서를 통해 "국회의원들의 단식과 장외 투쟁, 이것만큼은 정말 안 된다, 당 차원의 극한 투쟁은 곤란하다"라며 당의 강경투쟁 노선에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힌 바 있다.

박주선 의원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장외투쟁이 당의 방침 아니냐'는 질문에 "당무 절차를 밟아야 당의 결정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는 국민 여론도 수렴해야 한다, 세월호 입법만을 위해 모든 의정을 중단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외 투쟁 반대 의원들과 뜻을 함께 한 수도권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장외에 나갔다가 복귀 못할 수도 있다,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당내에서는 "130명 의원들이 다 참여했으면 이길 수 있는데 이 자리(의총장)에 없는 의원들이 문제"라며 당이 한 데 모여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존한다, 언론에서 강경파로 지목당하곤 하는 한 의원은 "지금은 비판 받는 거에 좀 무감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하려는 바가 있고 그것이 옳다고 여긴다면 밀고 나가야 하지 않겠냐"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의원은 "우리 지지층을 보고 가야 하는데 지도부는 보수 여론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라며 "그러니 이도저도 아닌, 모양 빠지는 결과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매번 '친노 강경파'에 휘둘린다고 공격당해왔던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오히려 "장외투쟁은 안 된다"는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에 또 다시 휘청이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 기간동안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주체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새누리당과 단독으로 협상하고 있었다. 새정치연합은 "사실상의 3자 협의체가 가동되는 거"라며 자위하고 있지만, 세월호 유가족은 새정치연합과 공식적으로 만나지 않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은 "면담 내용을 야당에게 보고하는 모양새"가 될 것을 우려해 새정치연합과 예정된 회동마저 번번히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지부진한 새정치연합을 향한 지지율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29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지난 주에 비해 1%p 하락한 21%로 나타났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44%로 새정치연합의 2배에 달한다(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 실시,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리얼미터>가 27일, 28일 이틀간 조사한 결과 (19세 이상 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16.6%로 집계됐다. 전날 18.8%였던 것이 하루 만에 2.2%p 급락한 것.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이후 처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하 #세월호특별법 #세월호 유가족 #새누리당 #장외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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