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얼굴 내보내려' 다급했던 KBS팀장

이진원 신부가 밝힌 교황 미사 뒷얘기... "KBS, 대통령 얼굴 내보내기 위해 노력"

등록 2014.08.29 23:29수정 2014.09.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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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 오른쪽에 미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다 ⓒ 연합뉴스


[기사수정: 1일 오후 4시 53분]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 때 KBS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TV 생중계 화면에 내보내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기도 의정부시 천주교 녹양동성당 이진원 주임신부는 지난 28일 오전 페이스북에 지난 18일 교황이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뒷얘기를 올렸다. 

"KBS 팀장, '그분'을 화면에 띄우기 위해 정성"

박근혜 대통령의 미사 참석은 당초 계획에 없었던 일이다. 이진원 신부는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미사에 참석하시는 것이 뒤늦게 결정되면서 TV 생중계가 뒤늦게 준비되었다"면서 "생중계 차에서 전례와 관련된 화면 배치를 위한 자문으로 급히 섭외되어 갔다"고 밝혔다. KBS의 당시 생중계가 박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날 새벽부터 KBS 생중계 차에 올랐던 이진원 신부는 "미사가 시작되기 직전 팀장님이라는 분이 들어오셨다, 방송이 시작되자 뒤에 서 계시던 그분은 매우 열심히 그분을 잡기 위해 노력하셨다"면서 "그런데 정작 화면을 보면, 그분이 시원하게 잡히지도 않았고, 얼굴도 어둡게 나왔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명동성당 내부 기둥 앞에 앉았다. 성당 뒤에서 제단을 향하던 카메라는 박 대통령을 화면에 담을 수 없었다. 이진원 신부는 "그 자리는 미사를 공동 집전하는 사제들의 자리이기 때문에 조명이 매우 약한 자리"라면서 "그 자리를 배정한 분은 교황님을 조금 넓게 잡을 때마다 그분이 같이 화면에 잡힐 수 있는 자리로 배정한 듯 싶다, 하지만 교황님이나 주교님 뒤에는 늘 주교복사가 서 있다"고 밝혔다.


이진원 신부는 박 대통령의 얼굴을 내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팀장에 대해 "차기 사장님으로는 그 팀장님을 추천한다"면서 "그분을 화면에 띄우기 위해 담당 피디 역할을, 그것도 미사 시간 내내 서서, 미리 자리까지 답사하는 정성을 보이신 그 팀장님은 현 정부와 딱 맞는 사장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진원 신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지난 8월 18일 교황님께서 평화와 화해를 위해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실 때 저는 성당마당 내에 K본부 생중계차에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미사에 참석하시는 것이 뒤늦게 결정되면서 티비 생중계가 뒤늦게 준비되었고, 생중계 차에서 전례와 관련된 화면 배치를 위한 자문(?)으로 급히 섭외되어 갔습니다. 당일 새벽부터 명동에 갔고, 피디님과 미리 대본을 보며 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미사가 시작되기 직전 팀장님이라는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방송이 시작되자 뒤에 서계시던 그분은 매우 열심히 그분을 잡기 위해 노력하셨고, 사실상 피디가 할 일을 뒤에 서계신 그분께서 모두 하셨습니다. 피디님과 제가 왜 있는지 모를 만큼 그분께서 열심히 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화면을 보면, 그분이 시원하게 잡히지도 않았고, 얼굴도 어둡게 나왔습니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그 자리에 그분의 자리를 배정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그 자리는 미사를 공동 집전하는 사제들의 자리이기 때문에 조명이 매우 약한 자리입니다. 그래서 화면에 잡혀도 어두울 수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물론 그 자리를 배정한 분은 교황님을 조금 넓게 잡을 때마다 그분이 같이 화면에 잡힐 수 있는 자리로 배정한 듯 싶습니다. 하지만 교황님이나 주교님 뒤에는 늘 주교복사가 서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배정했지만, 주교복사 때문에 그분이 화면에 가리거나 시원하게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책임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부에는 화면에 나가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팀장님께 전화를 오더군요. 다행히 전화받기 바로 직전에 화면에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퇴장하시기 직전에 몇 번 나갔는지 확인전화 하셨는데, 다행히 6번 나갔다가 대답하실 수 있었습니다.

퇴장하시면서 교황님과 그분께서 꽤 긴 시간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바티칸티비 카메라맨이 근접촬영을 하는 바람에 화면에 내보내지 못했습니다. 팀장님이 그 장면을 못 낸다고 얼마나 안타까워하며 화를 냈는지 모릅니다.

최근 K본부 이사회 이사장님께서 사표를 내셨길래, 혹시 이 미사 건으로 사표를 내신 건 아닌가 싶어 이 글을 올립니다. 방송을 담당하셨던 분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오직 그 자리를 배정한 분들께 책임이 있습니다.

미사의 집전자에게 배정된 자리에, 냉담자도 아닌 개종자를, 주교님과 함께 어두운 자리에 앉도록 그 자리에 배정한 이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주교복사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그분을 앉게 한 사람들에게 그 책임이 있습니다. 팀장님은 정말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차라리 위안부 할머니들 뒷자리에 배정해서 할머니들과 함께 나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강정, 밀양, 쌍용차 주민들을 뒤로 보내지 말고, 그들과 함께 앉아있는 화면을 내보냈으면 어땠을까요. 그 자리는 조명도 좋은 자리였는데....

물론 이 방송 건 때문은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이 방송이 영향을 끼쳤다면, 그 책임은 모두 그 자리를 배정한 분들께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차기 사장님으로는 그 팀장님을 추천합니다. 그분을 화면에 띄우기 위해 담당 피디 역할을, 그것도 미사시간 내내 서서, 미리 자리까지 답사하는 정성을 보이신 그 팀장님은 현 정부와 딱 맞는 사장님이 될 것 같습니다.

한일도 없는데, 많은 수고비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곳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어둡게 나온 대통령 얼굴, 누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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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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