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없는 '땡큐'라지만, 기차는 대륙을 달린다

[나의 몽골-바이칼 여행기 ①] 북경에서 울란바트로로 가는 길

등록 2014.09.01 10:52수정 2014.09.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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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시원이라고 하는 바이칼 호수의 부르한 바위 ⓒ 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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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초원에서 하늘 향해 두 팔을 벌린다. ⓒ 정수현


반복되는 일상에서 힘겨워질 때면 상상하곤 했다.


몽골의 푸른 초원을 말을 타고 달린다, 밤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에 가슴을 활짝 연다,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자작나무숲을 본다, 한민족의 시원이라는 바이칼 호수에 목을 축인다…….

언젠가는 그곳에 가고 싶다는, 로망

이번 여름 나는 오랫동안 꿈꾸었던 그.곳.들.을 다녀왔다. (사)희망래일에서 기획한 '몽골-바이칼 철도 인문 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8월 8일부터 16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이었고, 북경에서 몽골 횡단열차를 타고, 울란바토르로 다시 러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로 향하여 바이칼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일행은 총 14명. 처음 보는 분들이지만,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었던 만큼 함께 하는 시간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기대했던 이미지와 실제는 어긋나기 마련이지만, 그냥 기억 속에 묻어 두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고 감흥이었기에 큰 마음 먹고 기록으로 남겨 보기로 한다. 혹시 또 아는가? 대륙을 꿈꾸는 어떤 여행자에게는 유용한 길잡이가 될런지도.


시간은 균일하지 않다. 적어도 우리 각자에게 인식된 기억에서 만큼은. 이번 여행기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내게 의미있게 각인된 파편들을 위주로 메모장처럼 편안하게 끄적이는 사진과 글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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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역 부근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역에 들어서는데 유난히 공안의 검문이 철저하다. 작년에 발생했던 천안문 차량 테러 이후 그렇다고 한다. ⓒ 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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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행선지로 떠나기에 앞서 이미 지쳐 주변 시선 신경쓰지 않고 쓰러진 사람들로 역사 안에는 앉을 좌석 찾기가 쉽지 않다. ⓒ 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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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에서 울란바트로까지 가는 열차. 몽골 국적의 열차이다. ⓒ 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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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열차의 모습. 종착역이 울란바트로여서인지 많은 승객이 타지는 않았다. ⓒ 정수현


드디어 대륙 횡단열차에 오른다. 북경에서 울란바토르까지 가는 시간만 30시간이다. 우리가 사용한 객실은 4인이 함께 쓰는 2등칸이다. 2층 구조 침대 2대와 아주 작은 테이블이 놓인 객실, 처음에는 '어떻게 여기서 네 명이 하루 반 나절을 보낼까'라고 걱정했는데, 막상 지내보니 금방 몸이 적응했다. 그리고 횡단열차 경험이 있는 일행의 이야기로는 우리가 아주 큰 행운을 잡은 거라고 했다. 우리가 탔던 열차는 몽골 국적의 기차인데, 같은 가격이라고 해도 어떨 때는 괜찮은 것이 어떨 때는 아주 노후된 것을 만나는 '복불복(福不福)'인데, 오늘은 최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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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칸 객실의 모습 ⓒ 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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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 바라본 석양 ⓒ 정수현


열차에 몸이 익숙해진 지 몇 시간이 지나고 해가 진다. 사람들이 먼지낀 창밖 너머로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댄다. 철도여행을 동경하면서 생각했던 장면인데, 오늘 만나는 해넘이는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아름답다. 해도 들판도 철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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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몽골로 넘어가기전 열차 궤도에 맞춰 차량 바퀴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정수현


이번 여행 일정에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가는 체험'이었다. 열차에 몸을 싣고 12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중국을 벗어나는 출경 심사다. 열차는 멈추어 서고, 중국 공안들의 까칠한 검문 검색과 통관 절차가 이어진다.

짜증이 묻어나는 "Quickly! Quickly!(빨리! 빨리!)" 소리와 함께 침대 밑 짐 보관함까지 철저한 검문이 끝나고, 영혼 없는 "땡큐"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간다. 중국이란 나라가 워낙 크니 범죄자도 많고, 그들이 나라 밖으로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외국 방문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중국과 몽골은 철로 형태가 다르다. 그래서 열차 바퀴를 갈아 끼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열차 차량을 하나 하나 들어 올려 작업을 하기에 시간이 꽤 걸린다. 열차 안에서만 있다가 간만에 외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시간이다. 국경의 밤 공기를 들이마시니 비로소 대륙에 와 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재미있다.

중국 국경을 넘어 몽골에 들어서면 입경 심사가 또 기다리고 있다. 몽골 군인(군인인지 경찰인지 잘 모르겠다)들은 중국 공안에 비하면 양반이다. 잠결에 검문을 받아서 그런지 시간도 별로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2층 침대칸에 누워 덜컹 거리는 흔들림을 자장가 삼아 대륙에서의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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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지평선 끝으로 해가 떠오른다. ⓒ 정수현


새벽 4시 50분. 눈이 떠졌다. 많은 승객들은 아직 잠자리에 있는지 객실문이 거의 닫혀 있다. 어제 해가 넘어갔던 반대 방향의 창밖을 바라본다. 서서히 여명이 퍼져 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지평선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Beautiful!!(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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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창 밖으로 고비사막이 펼쳐진다. ⓒ 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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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초원을 달리는 열차. 내가 탄 객실은 뒷편이라 커브를 돌 때면 창으로 열차의 앞머리가 보인다. ⓒ 정수현


울란바토르를 향해 달려간다. 그 유명한 고비사막을 가로 지르고 있다. '고비'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뜻으로, 모래땅이란 뜻은 내포되어 있지 않다. 고비라는 말의 뜻처럼 고비사막 대부분의 지역은 암석사막을 이루어 모래사막으로 된 지역은 매우 적고, 또 일반적으로 고비사막이라 부르는 지역범위 안에는 넓은 초원지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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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트로역 ⓒ 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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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트로역 내부 모습 ⓒ 정수현


드디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다. 울란바토르역은 우리나라 소도시의 역사 정도의 크기로 아담하다. 우리의 몽골여행을 안내해줄 가이드는 몽골에서 사막화 방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NGO '푸른 아시아'의 한국인 간사 한 분과 몽골 현지인 간사 한 분이다.

* ②편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8월 8일부터 16일까지 북경, 몽골, 바이칼을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횡단열차 #몽골 #바이칼 #시베리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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