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사람이 통한 스무 사연

[서평] 신행수기 공모당선작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

등록 2014.09.01 17:12수정 2014.09.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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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기도는 통합니다. ⓒ 임윤수


현승씨는 장애가 있는 학생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혹시 현승씨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자신을 부축할까 말까를 망설이는데, 현승씨는 그들의 눈빛에서 이를 곧잘 느낍니다. 현승 씨는 걷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데도 말이지요.

학교를 다닐 때도 수련회 일정이 잡히면 으레 다른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야만 했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건 단순히 불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사이에서도 거리를 두게 만들었습니다. 대놓고 차별하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부닥치는 장애와 저절로 움츠러드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아버지와 함께 화계사를 찾았던 갔던 어린 현승씨는 그곳에서 '학생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입해 열심히 활동합니다. 학교 수련회가 있을 때마다 자유롭지 못한 움직임 때문에 다른 활동을 찾아야 했던 현승씨는 어느 겨울, 화계사 학생회에서 마련한 스키캠프에 동행합니다. 지금껏 그래 왔던 것처럼 현승씨는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스키캠프를 담당한 포교사가 현승씨의 부모님께 먼저 전화해 함께 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스키캠프에 참가하는 동안 현승씨는 지금껏 겪어 보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합니다.

샴푸를 하는 현승씨에게 샤워기를 들어 샴푸를 씻어주는 친구도 있었고, 자신의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그의 입에 넣어주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젓가락으로 반찬 한두 번쯤 입에 넣어 주는 게 뭐 별거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현승씨에겐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아주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불자가 아닌 장애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불교에 대해 오해하는 점이 적지 않았다. 또 비장애인 불자들도 장애인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을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오해 부분을 바로 잡고 진정한 불교의 가르침으로 행복을 찾을 방법을 널리 전파하고자 포교사라는 원력을 세웠다.

그 원력을 실현해나가기 위해 대학교를 다니면서 불교대학을 함께 다니기 시작했고 지난 2월, 최연소 포교사고시 필기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 60쪽

캠프를 다녀온 현승씨는 더 열심히 학생회 활동에 참가하게 됐고, 활동들을 통해 경험하고 얻은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 결과 현승씨는 지난 2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주관하는 포교사 선발 필기시험에 응시, 최연소로 포교사고시에 합격합니다.


스무 명의 사연 엮은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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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 ⓒ 모과나무


책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제1회로 공모한 신행수기 중 당선작 스무 편을 엮은 내용입니다. 스무 편의 신행 수기는 스무 사람이 가슴으로 품어야만 했던 사연, 몸으로 부닥뜨리며 넘어야 했던 생생한 체험들입니다.

어떤 사람이 겪은 사연은 내 친구가 겪고 있는 삶을 닮았고, 내 친척이 겪었던 경험일 수 도 있는 내용입니다.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했습니다. 그러함에도 대개의 사람들은 변하지 못합니다. 입으로는 절실함을 호소하지만 막상 실천으로는 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스무 사람이 갖는 공통점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아주 절박한 상황에 봉착하는 삶의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평생을 함께하던 부인을 잃고, 어떤 사람은 10억이나 되는 빚을 떠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며 번뇌합니다. 이러한 스무 사람이 갖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변함으로 통하고, 통함으로 내재하는 갈등, 스스로의 삶을 불행하게 하던 고통의 원인을 말끔히 치유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스무 사람을 변하게 한 계기, 이들 스무 사람을 통하게 한 통로는 다름 아닌 신행생활, 불교를 통한 성찰이며 기도입니다.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누구는 사경을 하고, 어떤 이는 108배를 하는 등 변하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꾸준한 변함으로 통하는 통로는 신행 생활을 통한 자아성찰입니다. 

그들 사연, 나를 치유할 수 있는 방향타 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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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명 중 한 사람인 박상현씨가 참회기도를 올렸던 낙산사 해수관음보살상 ⓒ 임윤수


통즉구(通卽久), 통하면 오래간다고 했습니다. 가슴으로 품어야만 했던 사연을 넘고, 몸으로 부닥뜨려야 했던 갈등을 넘어선 '통'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밑거름이 되고 지주목이 될 것입니다. 

스무 사람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사연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겪어야만 했던 갈등과 고통, 사연에 공감한다는 건 내가 바로 그 주인공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변하고 통한 그 방법이 지금 여기서 갈등하거나 고통받고 있는 내 사연을 풀어나갈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이 몸소 경험하고 절실하게 체험한 이야기들. 그들이 걸어간 발자국에서 나를 치유할 수 있는 처방전 같은 책. 이 책을 통해 나를 행복하게 해줄 명약 같은 신행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엮은이 모과나무 편집부 / 펴낸 곳 모과나무/2014. 9. 1./ 227쪽/ 1만 2000원)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 - 대한불교조계종 신행수기 공모 당선작

모과나무 편집부 엮음,
모과나무, 2014


#나는 그곳에서 부처님을 보았네 #모과나무 #신행수기 #사경 #대한불교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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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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