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민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154]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

등록 2014.09.12 17:30수정 2014.09.1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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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한 지도 어느덧 2주가 되었지만 광화문에는 동조단식을 하려는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중에 보라색 로만 칼라를 입고 17일째(12일 기준) 단식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다. 그는 15~16일에 진행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 기도회'의 제안자이기도 하다.

방 목사는 올해 회갑을 맞이했다. 공교롭게도 회갑날에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해 뜻깊은 회갑선물을 받았다며 좋아했다. 예순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공기 좋은 산이 아닌 차들이 매연을 내뿜는 광화문 광장에서 왜 단식을 시작했을까 궁금했다. 지난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방 목사를 만나 단식 이야기와 그가 제안한 '철야 기도회'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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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 ⓒ 이영광


다음은 방인성 함께 여는 교회 목사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 오늘(11일)로 단식을 시작하신 지 16일째인데 어떠세요?
"오늘 아침에 의사가 혈압하고 당뇨를 쟀는데 혈압이 84-57로 낮아서 걱정하더군요. 하지만 제 마음은 평안하고 기분은 좋아요."

- 적지 않은 나이에 단식을 결심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닌데요."
"올해 제가 딱 회갑이에요. 제 생일이 8월 28일이었는데 그때 유민 아빠인 김영오씨가 46일 단식을 중단했잖아요. 김영오씨가 살아났어요. 그게 저에겐 선물이에요. 아픔의 현장에서 제가 회갑을 지내는 것은 목사로서 당연한 일이지요. 나이가 많아서 힘들기도 하고 제가 10년 전에 신장을 교인에게 기증해줘서 주변에서 건강을 걱정해요. 그러나 괜찮은 것 같아요. 워낙 체력도 좋고 그동안 살도 많이 쪄서 빼야해요(웃음). 아주 좋아요."

- 가족들 반응은 어때요?
"제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제 결정은 존중하고 매일 와서 속웃을 가져가며 제 상태를 확인해요. 장모님은 제가 단식하는 거 몰라요. 만약 제가 장기 단식하는 것을 알면 광화문 광장에 당장 오셔서 절 데려갈 거예요. 그래서 장모님에겐 비밀이에요."

"광화문 단식, 몸으로 하는 기도... 힘들긴 합니다"


- 추석 땐 어땠어요?
"추석 때 외로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많은 시민이 찾아왔어요. 또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여성 단체에서는 400인분의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맛있게 먹더라고요. 솔직히 포도를 먹고 싶었는데 참느라 혼났습니다(웃음)."

- 지내시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아직도 우리 시민들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것 같아요. 또 세월호 이후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언론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같이 아파하는 것을 소개하지 않고 세월호 가족들을 비방하는 식으로 왜곡보도 해 잘 모르는 국민도 있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아파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국민들에겐 아직도 희망이 있어요."

- 목회자기 때문에 금식기도도 많이 하셨을텐데 이번 단식과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금식기도 할 때 제가 산에 가서 좋은  공기를 마시고 조용히 있으며 묵상도 많이 하는데 이 단식은 몸으로 기도하는 거죠. 물론 아침과 저녁에 묵상하는 시간이 있기는 해요. 그러나 여기는 차도 많이 다니고 매연도 많아요. 그래서 금식기도 하기엔 최악이죠. 그러나 꼭 그렇게만 기도하는 게 아니고 몸으로도 기도하고 행동으로도 기도하죠. 하나님은 그런 기도도 들으시기 때문에 참여함에 의미를 두고 해요. 힘들긴 해요."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 기도회'를 15~16일에 걸쳐 진행하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기획됐나요?
"제가 단식을 하는 중에 '내가 단식만 해서는 안 되겠다. 세월호 문제는 목회자들이 나서야겠다'고 해서 '목회자들이 모여 1박 2일 철야기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희생된 304명을 기억하고 함께 1박2일 철야기도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세월호 가족들의 호소가 꼭 관철되길 바라는 기도의 자리입니다."

- 기독교계 반응은 어떤가요?
"각 교단에서 다 모입니다. 성공회, 기장, 감리교, 성결교, 복음주의 진영 등을 총 망라해서 모입니다. 생명 문제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종교인이 나서야 하고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전파하는 목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호응이 좋아요."

- 그러나 보수 목사 일부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있어서 의견차이를 보이는데.
"물론 대형교회 목사들이나 아주 극보수의 목사들은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 기대고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설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바른 기독교 정신이 아닙니다. 그 외 많은 목회자들은 이념을 떠나서 세월호 사건에 대해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 어떤 식으로 진행할 계획인가요?
"예배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계회예배를 드리고 예배 중에 성만찬을 하고 중간에 기도도 하고. 1박 2일을 지내고 다음날 오전 11시엔 기자회견을 할 거예요."

- 광화문에서 하는 거죠?
"네. 광화문의 세종대왕상 앞에서 하려고 하는데 저희들이 소식 듣기로는 경찰들이 막을 수도 있다네요. 만일 여기서 못하면 세월호 리본이 그려진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도회를 열 계획이에요."

- 기자와 쓰레기를 합쳐 '기레기'라는 말이 있어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망언을 생각할 때 '기레기'란 단어가 기독교+쓰레기의 합성어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언론인들이 양심의 소리를 듣고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사들도 성도나 세상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예수님이 어떻게 사셨나를 생각해야죠.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서 그 당시 기득권자들을 향해서 어떻게 외치셨나를 보고 정신차려야 해요. 이 시대의 아픔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갈릴리에서 공생애를 지내셨어요. 가장 낮은 곳에서 지내셨지, 예루살렘에서 지내시지 않았어요. 목회자들 생각이 바르지 않아 올바른 복음의 자리에 서 있지 못해요. 예수님의 마음을 갖지 않고 예수를 따르지도 않고 예수로 살려고도 하지 않아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이 있는 곳에 목사는 가야하죠."

- 한국교회에 아직 희망이 있을까요?
"전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다'라고 외치고 다닙니다. 지금 한국교회 모습이 아니라 예수님이 꿈꾸셨던 교회, 하나님의 정의 그리고 생명과 평화가 함께하는 초대교회 같은 교회가 다시 이땅에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교회 공동체가 이땅을 살릴 수 있고 남북 통일에 밑거름이 될 수 있고 온세상에 희망이 될 수 있죠."

-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더 분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과 공감의 능력을 키워주면 좋겠어요. <오마이뉴스>와 같은 언론이 사회 곳곳에 들어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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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 기도회’ 포스토 ⓒ 기도회 추진위 제공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방인성 #철야기도회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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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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