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신 돌아오는데 54일... 생지옥이 따로 없지"

[인터뷰] 단원고 교사 고 유니나씨 아버지, 딸 수습 후 첫 인터뷰

등록 2014.09.15 21:24수정 2014.09.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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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위해 진도 찾은 단원고 유가족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교사 고 유니나씨의 아버지 유진수씨가 추석 연휴 뒤 첫날인 11일 진도를 찾아 실종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유씨를 포함한 단원고 유가족들은 2박 3일씩 번갈아가며 진도를 찾을 예정이다. 12일 유씨가 진도군실내체육관 안에서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 소중한


추석 연휴 뒤 첫날인 11일 안산에서 출발한 진도행 버스가 제법 북적였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교사 유가족들이 진도를 찾은 것. 이날 진도를 찾은 유가족을 포함해 단원고 유가족들은 실종자 가족을 위해 2박 3일씩 돌아가며 안산-진도를 오갈 예정이다.

11일 오후 8시께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교사였던 고 유니나씨의 아버지 유진수씨가 체육관 복판에 앉아 아직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아내 유백형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씨는 낮은 목소리로 "빨리 (양 선생님이) 나오셔야 할텐데요", "(잘 기다리기 위해서) 꾸준히 운동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11일부터 2박 3일 동안 진도에 머문 유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유씨는 "실종자 가족들도 있는데"라며 자신의 이야기가 기사가 되는 걸 꺼려했다. 이번 뿐만이 아니라 그는 딸이 세월호에서 나왔을 때를 제외하곤 사고 이후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왔다.

그는 진도를 떠나던 13일 기자와 실종자 가족의 설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로 쓰는 데 동의했다. 딸 니나씨가 발견된 6월 8일 이후 유씨가 처음 한 언론 인터뷰다.

"실종자 가족, 생지옥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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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속 딸 니나씨 사진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교사 고 유니나씨의 아버지 유진수씨가 추석 연휴 뒤 첫날인 11일 진도를 찾아 실종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유씨를 포함한 단원고 유가족들은 2박 3일씩 번갈아가며 진도를 찾을 예정이다. 13일 유씨가 진도를 떠나기 전 딸 니나씨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를 기자에게 내보였다. ⓒ 소중한


유씨의 딸 니나씨는 사고 발생 54일째인 6월 8일 세월호 3층에서 발견됐다. 구조가 가능했던 세월호 5층에 있다가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간 니나씨는 결국 다시 올라오지 못했다.

배 왼편에 위치해 물이 차오르는 걸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던 데다가, 니나씨의 의로운 행동까지 더해져 2학년 1반은 열 개 반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구조될 수 있었다(37명 중 19명 생존). 유씨는 딸이 2학년 1반 담임교사를 맡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쓴웃음을 내보였다.


"원래 3학년 담임교사를 맡을 예정이었는데 이번에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업무가 덜한) 2학년 담임으로 바꿨지. 일이 터질려니 참…."

쓴웃음 뒤 유씨는 곧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비교적 오랜 기간 딸을 기다린 유씨는 "그래서 진도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일 진도를 찾기 전에도 몇 차례 진도에 내려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기도 했다.

유씨는 딸을 기다린 54일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진도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을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도 (딸을) 늦게 찾아간 편이지만, (딸을 찾은) 그때로부터 벌써 석 달이 지났잖아. (54일 기다린 나도) 지옥이었는데 실종자 가족들은 오죽하겠어. 생지옥이 따로 없지. 숨만 쉬고 있는거야. 빨리 찾아야 할텐데."

"외국에서 우리나라 어떻게 볼까... 언론에 상처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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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오르는 단원고 유가족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교사 고 유니나씨의 아버지 유진수씨가 추석 연휴 뒤 첫날인 11일 진도를 찾아 실종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유씨를 포함한 단원고 유가족들은 2박 3일씩 번갈아가며 진도를 찾을 예정이다. 13일 2박 3일 동안 진도에 머무른 유씨가 다시 안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고 있다. ⓒ 소중한


유씨는 세월호 침몰사고로 아직도 정쟁을 벌이는 정부와 정치권을 질타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이 꼭 세월호 희생자만을 위한 법은 아니잖나"라며 쓴소리를 했다.

"이후 세대를 위해서라도 세월호 특별법은 꼭 필요하지. 세월호에 탔던 수많은 희생자들이 우리 세대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간건데…. 이렇게 허송세월 보내고 있으면 정말 안될 일이지. 엄청난 희생으로 드러난 나라 곳곳의 문제를 그냥 묻어버리면 이건 정말 한심한 나라인 거야."

유씨는 "외국에서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를 어떻게 여기겠나"라고 한탄했다. 유씨가 말한 '이런 상황'은 세월호 침몰 뿐만 아니라, 지금껏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다.

유씨는 "언론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도 말했다. 그가 진도를 찾은 11일에도 MBC에선 "세월호 유가족의 광화문 천막 농성은 불법"이라고 보도했다. 유씨는 기자에게 스마트폰에서 MBC 기사를 찾아 기자에게 내보였다.

"처음에 외신에서 엄청 취재를 나왔었어. 그때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게, 그리고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게 창피해서 인터뷰를 잘 안 했지. 그런데 우리나라 몇몇 언론 봐봐. 말도 안 되잖아. 외신이 있어서 그나마 전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는거지."

유씨는 2박 3일 동안 진도군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13일 오후 2시 진도군실내체육관 앞에서 안산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유씨를 만났다. 그는 휴대폰에 담긴 딸 니나씨의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사진 속의 니나씨는 아버지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씨가 버스에 타기 전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그가 웃으며 답했다.

"진도에서? (실종자 모두 수습해서) 여기선 이제 그만 봐아지."
#세월호 #진도 #실종자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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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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