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조선>-정윤회... 참 묘한 이들의 삼각관계

[분석] 입법부에 '가이드라인' 설정... 보수언론도 "악재" 비판

등록 2014.09.17 13:37수정 2014.09.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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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 이어 새누리당 지도부 '전격회동' 16일 국무회의에 이어 오후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전격회동을 가진 박 대통령이 '여당이 나서달라'며 압박했다. <조선일보> 9월 17일자 3면 ⓒ 조선일보pdf


'승부사 박근혜'의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하루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오전에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국회, 특히 야당에 대해 초강경 발언을 노골적으로 했다. 오후에는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전의 강경 발언 기조를 되풀이했다. 이날 회동은 당일 오전 김기춘 비서실장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연락하면서 성사된, 말 그대로 '긴급 회동'이었다.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한 이 날, 주인공은 단연 박 대통령이었다. 국회 공전을 맹렬히 비판했고, 공전의 근본 원인이 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서는 여야 2차 합의안을 '마지막 결단'이라고까지 표현하며 수용을 촉구했다. 오후 새누리당 지도부를 대상으로 한 45분간의 회동에서는 "여당이라도 앞장서 달라"며 사실상 단독 법안 처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국무회의 격정 발언, 요약하면 1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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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 발언 가운데는 3권 분립을 명시한 헌법 체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향후 야당의 거센 반발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민생'과 '경제'라는 단어를 반복 사용했지만 결국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이런 본질을 벗어나고 있습니다"라며 여야, 그리고 유가족이 팽팽히 맞서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한 후, "세월호 특별법도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희생자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외부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이어졌다. "(여야의 2차 합의안은) 특별검사 추천에 대한 유족과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여당의 권한이 없는', '마지막 결단' 등의 수식어를 사용한 박 대통령의 관심은 세월호 특별검사 선출 방식에 있었던가.

대통령의 관심 사항은 곧 확인된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대목은 '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 기소권' 이슈였다. 박 대통령은 "지금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주자는 주장에 대해 일부에선 대통령이 결단하라고 합니다"고 말한 뒤 "하지만 그것은 삼권분립과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닌 것입니다"라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우려는 계속된다. 그는 "이러한 근본 원칙이 깨진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법치와 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근간도 무너져서 끝없는 반목과 갈등만이 남을 것입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우려... 대통령 발언은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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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일갈 "조사위 수사 기소권 못 줘"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조사, 기소권을 부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9월 17일자 1면 ⓒ 조선일보pdf


박 대통령이 격정적으로 입장을 밝힌 국무회의 발언은 오히려 대통령에게 독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대통령은 삼권분립과 헌법 체계를 운운하면서 '조사위원회의 수사권, 기소권 보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여야의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법률 제정을 맡은 입법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동시에 언급한 것이다. 3권 분립의 헌법 체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은 대통령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여론의 풍향에 민감한 <조선일보>부터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 세월호 발언, 막힌 정국 푸는 데 도움 되겠나' 제목의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 동안 "세월호 특별법 문제는 정치권이 협상할 일"이라며 철저하게 '불간섭' 원칙을 지켜 왔다"고 언급한 뒤 "하필 이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 야당과 유가족 주장을 일축하고 여당에는 협상 한계선(線)까지 그어준 모양새가 됐다"고 박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선>은 "대통령은 이날 발언이 정국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악재(惡材)가 될지 좀 더 고민해봤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의 발언이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했다. 이어 "대통령이 유가족의 수사권·기소권 요구를 내치면서 국회에 행정부의 수사·기소 독점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한 명분도 삼권 분립이었다"며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간의 삼권분립 일관성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새누리당 지도부 대상 발언 등이 있은 다음 날 상당수 언론에서는 그 발언의 일부는 공감, 일부에는 우려를 표했다. 언론의 우려에는 '입법부'에 대한 가이드 라인 설정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우려에는 '불통'이 언급돼 있는데 바로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왜 해명이 없냐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파행 비판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정조사 답변으로 촉발된 '7시간' 문제도 두 달이 넘었다"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보다 빨리 입장과 사정을 밝혔다면 혼란은 대폭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기자회견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박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했다.

<한겨레> 역시 '유가족 가슴에 대못 박은 박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그 핵심에는 이른바 '7시간 미스터리'를 비롯한 청와대의 이해할 수 없는 대응도 포함돼 있다"고 한 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적 대참사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밝히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강경발언 나온 시점도 눈길... '정윤회 입증' 바로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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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작심 발언 하루 전 기사에 등장한 뉴스 박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와 관련해 주목을 받아온 정윤회 씨의 당일 행적이 '확인'됐다고 보도한 <문화일보> 9월 15일자 9면 ⓒ 문화일보pdf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나온 시점에도 주목하게 된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오기 전날인 15일에는 다소 특이한 뉴스가 언론에 등장했다. '7시간 미스터리' 등장 인물로 언론에 회자된 정윤회씨의 4월 16일 행적에 대한 검찰 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당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동안 정씨는 강북 모처에서 한학자를 만나서 점심을 같이 했음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입증'됐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런데 밝혀졌다는 내용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그 '알리바이'는 당사자인 정씨의 진술, 함께 있었다고 주장된 한학자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의 당일 통화 기록 내역도 조사했다고 하지만, 참고인 신분인 정씨의 통화내역 조사가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연애' 발언을 듣고, 보수언론에서도 '풍문'을 언급한 상황이다. 국제 언론에서도 이를 받아서 보도하는 엄중한 상황인데 검찰이 확인했다고 공개한 정씨의 일정은 왜 4월 16일 당일 전체 일정이 아닌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는가.

우연의 일치인지, 정씨의 4월 16일 행적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에 박 대통령이 그 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초강경 발언을 격정적으로 쏟았다. 보수 언론에서도 '악재' 운운할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박 대통령은 곧 캐나다, 미국으로 해외 순방을 나선다. 과연 이번에도 순방 효과로 지지율 상승이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악재에 따른 거센 역풍을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근혜 #정윤회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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