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하게 수학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김성호의 독서만세 27] <수학자들>

등록 2014.09.21 18:16수정 2020.12.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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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들 책 표지 ⓒ 궁리


지난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9일 동안 수학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세계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4년마다 국제수학연맹(MIU)의 주관 아래 열리는 이 대회는 4년간 세계 수학계의 업적을 평가해 필즈상을 비롯 네반리나상, 가우스상, 천상, 릴라바티상 등을 시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07년 국제수학연맹에서 차상위 회원국인 4군으로 승격된 한국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개최했으며, 수학자들 간의 전문 세미나뿐 아니라 대중강연과 체험행사 등을 통해 대중에 다가서려는 노력도 엿보였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필즈상은 마리암 미르자카니(40)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아르투르 아빌라(35)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장, 만줄 바르가바(40)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마틴 헤어러(38) 영국 워릭대 흠정교수 등 모두 4명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우리는 수학에 대해, 수학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한층 높아진 위상으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사회에서 수학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수학은 중고등학교의 교과과정, 대입을 위한 필수과목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대체 수학자들이란 어떤 사람들일까? 이번 대회에 참여한 사람만 해도 학생, 교사, 학부모를 포함 2만여 명을 넘어서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각종 수학경시대회가 인기리에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수학에 대해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다.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수학자 54인이 쓴 글을 사진과 함께 엮어놓은 <수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의 답을 이끌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다. 자신에게 수학이란 어떤 의미인지, 왜 수학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수학자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의 석학들, 필즈상 수상자와 교수, 박사논문 준비생들이 각자의 개성 강한 필치로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네들의 좌절과 희열이 교차하는 일상은 54편의 짤막한 글을 통해 독자들에 전해지고, 이로부터 수학자들에 대한 이해의 폯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수학과 관련한 온갖 내용을 제한 없이 아우르는


책은 수학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제한없이 아우르고 있다. 말 그대로 모든 내용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피에르 카르티에는 1980년대 프랑스 수학자 대표단 소속으로 당시 독재국가이던 체코슬로바키아에 방문해 저항군에 지원금을 전달한 일이나, 폴란드 독재정권하에서 150명의 감금된 수학자들을 석방하게 하는 데 기여한 일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역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과 고등과학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크리스토프 브뢰유는 고등과학연구소의 분위기와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 재직 중인 에티엔 지스는 1978년 열정적인 학생 시절부터 중견 수학자가 된 2007년에 이르기까지 수학과 관련한 삶의 순간순간을 떼내어 생생하게 그려낸다. 한국 출신의 수학자 오용근은 하나의 정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겪어야 했던 14가지 단계의 과정을 표현함으로써 수학자의 일이 무엇인가를 독자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제각기 수의 세계에 흠뻑 매료된 학자들이 따로 또 같이 수를 해독하고 법칙을 발견하는 과정은 마치 도를 구하는 구도자들의 삶을 보는 듯하다. 책은 54편의 글을 통해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학과 기상학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대 수학의 흐름을 내보이기도 하고, 어째서 수학자들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에 골몰하고 하나의 정리를 발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수학자 김인강의 말마따나 수학을 통해 고독과 맞서고 절망을 삼키는 법을 배워나가는 구도자들과도 같았다.

전문화되어버린 수학에 익숙치 않은 현대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쉽고 친근하게 수학자들의 삶을 보여주는 가치 있는 교양서적이다. 수학과 수학자들을 알아가보고 싶은 호기심 많은 독자에게 이 책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수학자들> (미아클 아티야 외 53인 지음 / 권지현 옮김 / 궁리 / 2014.8. / 1만6천8백원)

수학자들 - 세계적 수학자 54인이 쓴 수학 에세이

김민형 외 지음, 권지현 옮김,
궁리, 2014


#수학자들 #궁리 #세계수학자대회 #필즈상 #권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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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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