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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연기에 대한 오해...죽기 살기로 하더라"

[나는 매니저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장철한 연기부문 총괄실장이 전한 매니지먼트

14.09.23 08:23최종업데이트14.09.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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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비스트와 최근 MBC <일밤-진짜사나이>에서 활약한 지나. ⓒ 큐브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아이돌 가수의 연기 도전은 늘 조심스럽다. 각고의 노력과 운이 함께 따라 대중의 인정을 받는 일도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숱한 배우 지망생들과 톱배우들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실력보단 아이돌의 스타성과 팬덤의 힘으로 자리를 꿰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포미닛, 비스트, 비투비 등 여러 아이돌 그룹을 키워온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들어 연기자 부문에 힘을 들이기 시작했다. 과거 우희진, 조여정, 박시후, 조달환, 남규리, 류현경, 이초희, 류승룡 등의 매니저로 활동했던 장철한 실장을 연기부문 총괄로 영입한 건 큐브에서 그만큼 신사업으로 연기 쪽을 크게 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큐브로 적을 옮긴 지 이제 1년이 돼가는 시점에서 그를 만났다.

"모험이죠. 저조차도 아이돌 연기에 대한 선입견이 강했습니다. 근데 그걸 깨는 게 매니저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아이돌 연기 연습을 담당하는 것에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막상 겪어 보니 제가 큰 오해를 했더군요. 제가 경험한 신인 배우보다 아이돌들이 더 많이 노력하더라고요. 조금 더 배우려 하고, 상의하려 해요. 사람들이 이들의 숨은 노력을 알면 감동할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임시완씨를 보세요. 그게 보통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죽기 살기로 하는 겁니다."

"부정적 인식 깨기 위해 연기에 대한 올바른 태도 가져야"

큐브엔터테인먼트 장철한 연기부문 총괄실장. ⓒ 이선필


장철한 실장은 홍승성 큐브 엔터테인먼트 회장의 말을 빌려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쟁사인 SM, JYP, YG가 저마다 연기 부문을 만들어 놓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며 장 실장은 "실력은 물론이지만 아이돌 스스로 연기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라고 말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에게 연기 제안이 들어갈 겁니다. 역할을 따내서 그걸 잘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색안경이 있기에 가치관과 태도도 중요해요. 부정적 시선을 깨기 위해 요즘엔 연습생 때부터 연기 부문 수업을 받도록 해요. 평균 3년 정도는 준비한다고 봐야죠.

영화라는 콘텐츠도 곧 한류를 탈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K팝이 남미와 유럽을 강타할 거라 예상이나 했겠어요. 일본과 유럽에서 초청 받는 한국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는데 분명 그쪽 대중에게 익숙한 한국 스타 중 하나가 아이돌일 거란 말이죠. 접근성 면에서 유리하다고 봐요. 다만 검증된 연기를 해야겠죠. 인지도만 가지고 도전하기엔 어렵고요. 이미 관객과 시청자의 눈높이는 평론가에 버금간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충족시키기 위해 훈련하는 거겁니다."

장철한 실장은 그런 스타를 키우기 위한 자신의 비법으로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소속 아티스트가 처한 환경이나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누고 인성과 인품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장 실장은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 친구의 가족 같은 매니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즈니스로 생각하기 이전에 일에 대한 재미,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 먼저"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만의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 시스템 시급"

가수이자 연기활동 중인 정지훈. ⓒ 큐브엔터테인먼트


1979년생인 그는 지난 2003년까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매니저 이전에 한 반도체 회사의 기술영업직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영업부장님의 얼굴을 봤는데 10년 후 내가 그 자리에 있게 된다면 행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는 동생의 권유로 매니저 일을 경험 삼아 했던 게 지금까지 왔다"고 고백했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진 않았어요. 한 달에 30만원씩 받으며 신인들을 담당했죠. 그러다 4년 전부터 유명 배우들을 담당하면서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고 스타도 키우고, 신인 발굴도 하고 육성의 재미도 느껴야죠.

초창기 때 (배우) 우희진 누나에게 많이 배웠어요. 제 사수와 같은 사람입니다. 현장에서 일을 가르쳐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누나가 종종 따로 절 불러서 매니저 일을 하나하나 알려줬어요. 실수해도 현장에서 절대 나무라지 않고, 꼭 둘이 있는 자리에서만 지적했죠.

조달환씨와는 마음으로 다가간 연기자예요. 일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죠. 작품 얘기할 때는 서로 눈에 불꽃이 튑니다. 돈보다 일에 대한 행복감을 찾을 수 있게 한 배우예요. 캘리그라피(손글씨)도 제가 함께있을 때 시작했고요. 그만큼 함께 시너지를 냈던 사람이죠.

류승룡 형은 최고 정점에 있을 때 맡게 돼서 좋았습니다. 같이 천만 영화도 경험했고, 광고도 많이 진행했어요. 형을 떠나게 됐을 때 많이 아쉬웠고 형이 절 붙잡기도 했어요.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어요. 큐브에 왔다고 하니, 조용히 정장을 선물해주시더라고요. 항상 감사하고 사람으로서 존경하는 분입니다."

매니저라는 직업이 종종 언론에 연예인과 분쟁과 불화의 상징처럼 비춰질 때마다 그는 제대로 된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단다. 장철한 실장은 "1세대, 2세대 매니저 분들 이후 세대 매니저들이 미국이나 일본 시스템을 무조건적으로 들여올 게 아니라, 우리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성공만을 좇다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을 쓰기 마련인데 그게 결국 매니저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지적했다.

"매니저는 '연예인 데리고 다니는 사람' 아닌 전문가"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신인 배우 조서하.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가 맡은 연기자라도 달콤한 말만 하진 않아요. 불리한 조건, 상황을 솔직하게 전하고 그 안에서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는 거죠. 매니저 입장에서도 스타를 맡는다고 그 자신이 스타가 되는 건 아닙니다. 대형 기획사라고 소속 매니저가 대단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배우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서로 잘 이해하고 키울 수 있는지 여부를 잘 판단하는 게 우선이죠. 고3 수험생보다 더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자기가 맡은 아티스트를 알아야 해요.  

보통 연예인도 톱, A급, B급 등으로 나누어 말하곤 하는데 매니저 사이에서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습니다. 직급이 대표라고 매니저가 현장을 모르는 건 말이 안 되죠. 매니지먼트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단순히 연예인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으로만 알겠지만 매니저는 문화 산업에서 전문 지식을 갖고 일하는 전문가예요. 연예인 발굴과 육성을 맡는다는 건 매니저가 교육자의 자질도 있고, 상당히 창조적인 사람이란 걸 뜻하죠. 누구보다 팔방미인이에요. 그 부분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매니저'였다. 지금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린지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장철한 실장은 "가슴으로 소통하면서 맡은 연예인을 좋은 배우로 키우는데 보람을 느끼는 만큼, 그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소속사에서 그는 곽승남, 조서하, 나종찬 등의 신예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주목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곧 놀라게 할 숨은 진주"라고 그는 표현했다.

"곽승남 형은 일단 인디고라는 그룹으로 가수 활동을 했기에 연예계 생활을 잘 압니다. 나이에 비해 겸손하고요. 곧 실력으로 빛을 볼 겁니다. 서하는 누구보다 정신력이 강해요. 오디션을 봐도 목숨 걸고 하죠.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 모조리 다 외워서 가요. 집중력이 뛰어납니다. 나종찬 역시 JYP와 큐브에서 5년 간 연습생으로 있었어요. 성실하고 착한 친구예요. 이들의 장점과 특기를 하나라도 더 꺼내도록 도와주는 게 앞으로 제 주요 임무입니다!"

지나 비스트 큐브엔터테인먼트 정지훈 장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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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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