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잡으면 뭐해"... 서해 어민들의 하소연, 왜?

인천 어민들 꽃게 수송 방법 '취약'... 어업지도선 현대화 사업비는 누락

등록 2014.09.22 14:09수정 2014.09.3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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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마치고 본격적인 꽃게 조업이 시작됐지만, 대청도와 소청도, 연평도 등 인천 앞 바다 섬 어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꽃게를 잡아도 육지로 운반할 방법이 여의치 않아 그저 바다만 바라볼 뿐이다.

대청도 꽃게잡이 선주 김아무개씨는 "손 놓고 있다, 잡으면 뭘 하나? 인천으로 보낼 방법이 없는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해5도 인근에서 꽃게잡이를 하는 어민들이 이처럼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는 꽃게를 잡아도 뭍으로 보낼 운송수단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천과 백령·대청·소청도를 오가는 배편이 세 편에서 두 편으로 줄었고, 여기에 연안 여객선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면서 실을 수 있는 여객화물이 제한돼 수산물 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객 1인당 소지할 수 있는 화물은 15kg

여객 1인당 소지할 수 있는 화물은 15kg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여객이 손에 들을 수 있는 화물이다. 이를 통해 꽃게를 운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연평면(대·소연평도)은 그나마 최근 인천과 연평을 오가는 여객선의 선박구조를 변경해 화물칸을 확장하면서 꽃게 수송에 숨통이 트였지만, 대청면(대·소청도) 어민들은 사실상 조업을 포기한 상태다.

서해 뱃길은 여객선 외에 화물선이 주 2~3회 취항하고 있지만, 운반속도가 너무 느려 배가 인천에 도착했을 때는 꽃게가 이미 다 죽어있기 때문에, 수송에 맞지 않는다.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어민들이 새벽에 나가 조업을 한 뒤 오후 배로 5시간 이내에 뭍으로 수송해 인천에 도착해야 살아 있는 꽃게를 볼 수 있다"라면서 "여객선은 이게 가능하지만 화물선의 경우 10시간 넘게 걸린다, 제값을 못 받기 때문에 화물선 수송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선주 김아무개씨는 "잡아도 보낼 방법이 없을 뿐더러, 설령 제값을 못 받더라도 냉동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내보내면 되는데, 여긴 보관시설도 없다"라면서 "가까스로 10평 남짓한 냉동 창고를 지었지만 전기가 없어 사용하지도 못한다, 수송도 못하고 보관도 못한다"라고 전했다.

꽃게는 서해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기에 운송방법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꽃게잡이 어민들은 빚더미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1년 조업 비용을 수협에서 대출로 마련했지만, 소득이 없을 경우 갚을 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시와 옹진군 등은 인천과 백령·대청·소청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화물 적재공간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이 또한 당초 약속했던 8월 말에서 9월 말로, 현재는 10월 중순까지 연기된 상황이다. 10월 중순이면 가을 조업기의 '3분의 2'를 지난 시점이라, 어민들은 더욱 망연자실하고 있다.

옹진군 관계자는 "선사가 지난 8월 초에 한국선급에 선박 구조변경을 위한 도면 구조변경을 신청했다"라며 "한국선급에서 기술적인 검토를 마치면 다시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구조변경 허가를 신청하고, 그 뒤 해양항만청이 허가하면 구조변경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정민 옹진군의원은 "선박 구조변경 계획은 5톤 화물트럭(탑차)을 실을 수 있는 방식이다, 계획대로 되면 10kg들이 꽃게상자를 1000여 개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한국선급 직원들이 구속되는 사태를 거치며 검토가 늦춰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늦춰지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선급은 "8월 1일 (선사 측) 설계사로부터 변경 할 일반화물 적재공간 지지대(STANCHION OF GENERAL CARGO SPACE) 도면 승인요청을 받은 뒤, 신속한 처리를 위해 도면 승인 시 선박 복원성과 차량고박배치도 같이 승인 받아야 한다고 선사 측에 유선으로 안내했다. 그 뒤 19일 다시 공문을 통해 안내했다"고 말했다.

한국선급은 "그런데 기존 승인된 도면에 소켓(=화물 지지대 탈부착 장치)이 없어서, 9월 1일 다시 설계사로부터 화물 적재공간 지지대 개정 승인요청을 받았고, 이에 9월 3일 다시 복원성자료와 차량고박 배치도를 제출해 승인받으라고 했다. 그 뒤 9월 12일 설계사 도면 담당자가 '화물적재로 인한 기존 차량고박 배치도와 변경 된 배치도, 추가되는 차량 적재조건을 검토 중이며, 이에 대한 도면 작업 중'이라고 한 뒤, 수일 내 도면을 제출 할 것이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한국선급은 "그러나 현재까지도 복원성 자료와 차량고박배치도를 한국선급에 제출하지 않았다. 선박구조 변경 승인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한국선급 직원들의 구속과 무관하며, 이는 승인 받아야 할 도면자료가 아직까지도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한 뒤, "자료가 접수 되는대로 최우선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가 확보한 내년도 국비에서도 어업지도선 현대화 사업비는 또 누락됐다. 인천시는 서해5도 인근 어장 보호와 어민소득 보장을 위해 중국어선 단속임무를 겸하고 있는 어업지도선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2011년부터 정부에 요구했다.

백령도에 배치된 어업지도선은 1977년 건조된 배로 선령이 37년이 됐다. 중국어선 단속 시 달아나는 중국어선의 속도는 18~20노트(33~37km/h)인데 비해 이 어업지도선의 속도는 15노트(27km/h)에 불과하다.

게다가 37년 된 이 배의 선체 내부는 상당히 부식됐고, 심지어 해수까지 유입되는 상황이라 교체가 시급하지만 이번에 또 국비 지원에서 탈락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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