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의 위협에서 살아남는 방법

[서평] 독신의 오후

등록 2014.09.22 20:08수정 2014.09.2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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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책 표지 ⓒ 현실문화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다.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죽음은 늦춰지고 있는데 반해,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은 낮은 출산율과 높은 노인 인구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사회문제 때문에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별다른 실속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문제 중에서 '고독사(孤獨死) 문제'가 있다. 고독사란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고립되어 혼자 쓸쓸히 죽는 것을 말한다. 고독사는 여러 나이 대에서 발생하지만 50대 이상의 나이가 60%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와 관계가 깊다. 고독사는 특히 남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그 비율이 7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공동체가 파괴되고 파편화되는 것은 성별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겪는 일인데도 왜 남성에게서 유독 고독사가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우에노 지즈코라는 작가가 쓴 <독신의 오후>라는 책에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이 일본의 모습을 답습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 듦에 대하여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장 괴로운 것은 스스로가 예전의 자유를 잃고 기력을 잃는 거다. 그리고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는 현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자존심을 산산조각으로 무너뜨린다. 이런 아픔은 과거 권력이나 지위를 누렸던 사람일수록 더 커진다. 여성은 원래부터 대단한 힘을 갖고 있지 않았던 터라 노후에 연착륙할 수 있지만, 남자의 경우엔 힘 좀 있었던 남성일수록 나이듦이 경착륙이 되기 쉽다. 그러곤 상처받을 것이다.(7쪽)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왔던 사회에서 영향력을 잃는다는 것과 같다. 청년에서부터 시작해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타인의 인정과 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인정받음을 통해 삶의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의가 아닌 자연의 섭리라는 타의에 의해 은퇴를 하게 되고, 소위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원동력인 인정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과는 달리 과거에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굉장히 존중받을 만한 것이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수많은 세월을 지내면서 축적한 경험이 있다는 뜻이었고, 그것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러한 존경은 개인의 인정욕구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 시대는 수많은 세월동안 축적한 경험이 무용지물로 변해버린 시대다. 자연의 섭리를 온 몸으로 겪어낸 경험을 가진 노인보다 팔팔한 젊음으로 무장한 노동력이 필요한 시대다. 때문에 노동력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는 노인은 현대 사회에서 점점 소외되고 만다. 과거의 나이 듦이 존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나이 듦은 사회에서 배제되는 것을 뜻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개인의 영역보다 사회의 영역이 훨씬 큰 사회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가해지는 배제의 폭력은 엄청난 강도를 가지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대한민국 남성은 여성보다 더 사회에 밀착되어 있고 더 강한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가해지는 사회의 배제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나이 듦을 거부하는 사회

오르막길 반, 내리막길 반.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했는데도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거부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중략) 늙는다는 것은 보기도 싫고 듣기도 싫고 피하고 싶다며 부인하며 노화에 저항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날 아침에 덜컥 가는 것이야말로 이상일 것이다.(96쪽)

나이든 사람을 배제하는 사회에서는 당연히 나이 듦을 거부하는 풍조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늙었다는 징후를 보이면 배제가 될 것이 뻔한데, 어떻게 나이 듦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예컨대 지금까지도 횡행하고 있는 '동안 신드롬'은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나이 듦을 배척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명백한 상징이다.

동안 외모를 유지하기 위한 성형이 성행하고, 젊은 육체처럼 보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유행하는 이상, 나이 듦을 인정하고 나이 듦에 어울리는 인생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또한 고독사를 비롯한 여러 노인 문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싱글력이 필요한 시대

대한민국 사회가 노인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이 듦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나이 듦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싱글력'이라고 칭한다. 싱글력이란 혼자 스스로의 생활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이다. 특히 싱글력은 남성이 길러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예컨대 고독사에 있어서 남성의 비율이 높은 것도 현재 남성이 여성의 돌봄에 의존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독신의 오후>에 따르면 자립할 수 있는 힘, 즉 싱글력을 기르고 난 후 필요한 것은 바로 인간관계다. 공동체가 파괴된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이루기란 참 어려운 일이지만 혼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필수적이다.

책에서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여러 금기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자신과 상대의 전력(前歷)은 말하지도 묻지도 않는다'는 금기가 인상적이다. 대한민국 장년 남성들이 자주 떠벌리는, 소위 '왕년에~'로 시작하는 말들이 얼마나 꼴불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 홀로 죽음'은 '고독사'와 완전 다르다. 고독사는 혼자 고립되어 쓸쓸하게 생을 마치는 죽음인 데 반해 나 홀로 죽음이란 홀로 살아온 인생의 연장선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뿐이다. 싱글의 삶이 결코 고독하지 않은 것처럼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단지 병구완을 할 사람이 없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죽음은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는 일이며 홀로 완수해야 할 사업. 누군가가 입회해주지 않으면 저세상으로 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260~261쪽)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러 금기들을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책은 '돈으로 돌봄을 산다는 것'이나 '홀로 죽는다는 것' 등과 같은 유의미한 논의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이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것을 넘어 고착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당장에 필요한 일이다. <독신의 오후>와 같은 책을 읽고 개인이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노인 문제가 대한민국 사회가 당면한 사회문제라면, 사회적 차원에서 이에 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가 나이 듦을 사회에서 배제하고 거부하기보다는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때다.
덧붙이는 글 <독신의 오후>(우에노 지즈코 씀/ 현실문화/ 2014. 6/ 정가 15,000원)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현실문화,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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