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의 모든 비밀코드 해제하는 만능열쇠

[서평] 일주문에서 대웅전 뒤편 산신각까지 구석구석 숨겨진 <사찰의 비밀>

등록 2014.09.25 14:12수정 2014.09.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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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은 상징의 세계입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그냥 있는 건 하나도 없습니. ⓒ 임윤수


비밀이라고 해서 다 감춰져 있거나, 들리지 않게끔 쉬쉬 거리고 있는 건 아닙니다. 보라는 듯이 떡 드러내고, 들으라는 듯이 크게 떠벌리고 있어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면 그게 비밀입니다.

사찰을 찾아 가면 볼 것들이 참 많습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궁금한 것들이 수두룩하게 늘어나는 곳이 절이기도 합니다.


절은 교회처럼 집 근처에 있지 않고 왜 산속에 있는지? 절에 있는 탑들은 왜 모두가 홀수 층인지?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들 왜 한 분이 아니고 여러분이 함께 모셔져 있는지? 산신령이나 염라대왕은 불교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건지….

대웅전과 대웅보전, 적광전과 적광보전처럼 어떤 경우에는 '보'자가 들어가고, 어떤 경우에는 '보'자가 들어가는 데 그 차이는 뭔지? 사(寺)와 암자는 어떻게 구분되며 토굴은 뭔지? 절에 있는 건물(전각)들은 어떤 기준으로 배치되며 전각에 그려진 그림이나 조각물 등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빼꼼이 들여다본다고 해서 보이는 것도 아니고, 무작정 귀를 기울인다고 해서 들리는 것도 아니니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알면 알수록 점점 궁금해지는 것이 많아지는 게 절집에 드리워진 비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궁금증을 견디지 못해 막상 물어볼라 손치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어쩌다 마주치는 스님들에게 물어보기도 멋쩍습니다. 가끔 용기를 내 물어보기도 하지만 똑 떨어지는 설명보다는 판에 박힌듯한 설명, 중언부언하는 내용들이라  되레 헷갈리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사찰의 모든 비밀을 속 시원하게 일러 줄 <사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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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비밀> (지은이 자현 / 펴낸곳 담앤북스/2014년 9월 26일 / 값 1만 7000원) ⓒ 담앤북스

<사찰의 비밀>(지은이 자현, 펴낸곳 담앤북스)은 알고 봐도 그렇고, 모르고 봐도 온통이 궁금하기만 한 사찰, 절에 드리워 있거나 감춰져 있는 모든 비밀들을 속 시원하게 열어젖혀 줄 만능비밀열쇠 같은 내용입니다. 

사찰은 상징의 세계입니다. 선 하나, 문양 하나, 모양새 하나 허투루 그냥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전각이나 탑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뿐만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식, 용어, 행위 등에도 다 이유가 있고 의미를 포함하고 있으니 어쩜 비밀의 더께가 더덕더덕 할 수밖에 없는 곳이 절인 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책에서는 사찰의 모든 것에 새겨진 의미, 보고 있으면 서도 보지 못했던 비밀들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횃불 같은 내용으로 돋보기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못했던 비밀의 소리를 또렷하게 듣게 해줄 청진기 같은 내용들입니다.

부처님은 인도에서 말하는 성인의 형상(32상 80종호)으로 묘사되는데,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냥 살이 찌고 건강한 체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부처님이 하루에 한 끼만 드신 수행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묘사를 '사실'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예수님은 공양물을 받지 않고, 공자님은 1년에 두 번(탄신과 기일) 공양을 받으시는데, 부처님은 매일 공양을 받으시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찰의 비밀> 199쪽-

그랭이질 같은 내용이라 쉽고 재미있게 일을 수 있어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을 설명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유교, 도교, 중국문화 등 불교와 관련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의 유래까지 아우르고 있어 비밀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의 폭도 넓혀줍니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을 궁금증과 비밀, 의미와 배경까지도 낱낱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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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기둥을 주춧돌에 맞춰 깎은 그랭이질 ⓒ 임윤수


설명 또한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습니다.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그랭이질(나무기둥을 울퉁불퉁한 바위에 딱 맞도록 깎는 것)처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이 알고 있는대로, 적게 알고 사람은 적게 알고 있는대로 쉽게 읽으며 새길 수 있는 내용입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곳이 절입니다. 그래서 절에서는 두런두런 살피며 걷기에도 좋습니다. 책이 그렇습니다. 두런두런 살피듯이 읽다보면 비밀스럽기만 하던 비밀코드들이 어느새 해제돼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의미가 보이고, 그동안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속삭임처럼 들려올 겁니다. 

감히 말 하건데, 이 책 한권만 제대로 새기면 방방곡곡 모든 사찰에 비밀처럼 곳곳에  스며있는 모든 의미와 내용을 똑 떨어지게 이해하며 훤히 꿰뚫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사찰의 비밀> (지은이 자현 / 펴낸곳 담앤북스/2014년 9월 26일 / 값 1만 7000원)

사찰의 비밀

자현 스님 지음,
담앤북스, 2014


#사찰의 비밀 #자현 #담앤북스 #일주문 #산신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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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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