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토론회에 뉴라이트 계열 토론자 대거 포함

패널 7명 중 6명이 보수적 인... 보수 회원들 피켓 든 청중에 욕설 퍼붓기도

등록 2014.09.25 22:17수정 2014.09.2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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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피켓 시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요구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와 전교조 회원들이 25일 오후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기준(안)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들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역사정의실천연대와 전교조는 '친일독재 미화, 오류투성이였던 교학사의 한국사교과서가 학교에서 철저히 외면당하자, 새누리당과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들고 나왔다'며 '러시아, 북한, 베트남에서만 운영중인 국정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역사교육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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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은 유한하고, 역사는 영원하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요구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와 전교조 회원들이 25일 오후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기준(안)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교대앞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문제 관련 토론회에 보수적인 학부모단체와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을 발표자와 토론자로 대거 포함시켜 여론을 호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2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에서 열린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 제2섹션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검토' 발제자에 보수학부모 단체인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표와 최병택 공주교육대 교수를 내세웠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도 국정화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균형을 맞춘 듯한 인상을 줬지만 박이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을 제외하고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를 비롯한 보수학부모단체와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는 지난 8월 26일 교육부가 주관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에 반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는 시작부터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등 소란이 일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앉아있는 진보단체 회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욕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워 10여 분간 토론이 중단됐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피켓을 빼앗으려다 저지를 당했다. 발제자로 나선 조진형 대표는 진보단체 회원들을 향해 피켓을 들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조진형 대표는 '교육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사교과서 문제' 발제에서 "교학사에서 발행한 한국사 교과서를 제외한 7종의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됐다"며 "다양한 담론의 제시 없이 집필진의 주관적 역사 담론만으로 서술한다면 사회갈등과 분열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또 "교육의 다양성, 질적 개선 가능성 등 검정교과서의 장점을 고려한다 해도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객관화된 하나의 정사로 쓰인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병택 교수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 검토' 주제의 발제에서 국가 발행제와 국정+검정 병행체제, 공공기관 교과서 발행+검정체제 유지, 현행 검정체제 유지 방안 등에 대한 장단점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국가 발행제가 내용적 편향성 최소화의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오히려 이념논쟁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대신 검정 절차를 더욱 보완해 오류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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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맞불시위'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요구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와 전교조 회원들이 25일 오후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기준(안)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교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자, 보수단체 회원과 '예수천국 불신지옥' 옷을 입은 종교단체 신자들은 맞은편에서 "빨갱이들은 북으로 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시위를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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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시위' 충돌 야기하는 보수단체 보수단체 회원들이 맞은편 기자회견장으로 몰려오며 피켓을 부수는 등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지정토론에서도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요구했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와 고영을 고구려대학교 이사장은 역사교과서는 국정교과서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봉수 성신여대 교수는 "반드시 국정교과서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현행 검정제도의 문제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도 "국정교과서로 전환할 경우 헌법소원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만이 "전문연구자들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합의된 내용을 교과서에 담아야 한다"며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국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방은희 역사정의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교육부가 공개토론회를 하겠다고 해놓고 비밀리에 토론자를 정했다"며 "교육부가 역사계나 역사교육학계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뉴라이트 관련 단체들로 토론자를 가득 채웠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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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도서 구분기준(안) 토론회'가 열리는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요구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와 전교조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앉아 있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퇴장시키라며 항의하고 있다. ⓒ 권우성


한편 토론회가 열리기 전 서울교대 앞에서는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역사정의실천연대와 교사들의 기자회견이 열렸지만 보수단체들이 피켓을 들고 고함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정부는 국정화 논란을 유발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교육부가 국정화를 추진한다면 헌법 소원 등 강력한 저항을 할 것임을 경고했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이번 토론회에 보수적인 학부모 단체와 뉴라이트 계열 인사를 발표자와 토론자에 대거 포진시켰다"며 "교학사 교과서 이외의 한국사 교과서를 좌편향, 종북 등으로 몰아세우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한국사 국정화 반대와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는 교사 8082명도 교사선언을 통해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뀔 것"이라며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을 반대했다.

하지만 보수단체 회원들과 보수기독교단체 회원들은 '검정교과서는 편향된 교과서'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진보단체들의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이들은 전교조를 발갱이로 비유하며 막말을 하거나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한국사 #국정화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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