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새 친구들, '국민 메신저' 함정에 빠지다

[오마이뷰] 아이폰 사용자의 카카오토픽-카카오픽 '개업식' 나들이

등록 2014.09.27 09:36수정 2014.09.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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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카카오홈'에서 본 카카오 앱 서비스들 ⓒ 김시연


요즘 '카톡(카카오톡)'이 분주하다. 10월 1일 다음카카오 출범을 앞둔 탓인지 카카오가 새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있어서다. 이달 초 '한국판 원클릭'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부터 모바일 쇼핑 '카카오픽'과 뉴스 추천 앱 '카카오토픽'까지 하나같이 모바일 생태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물건'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지만 안드로이드 앱만 먼저 나와 '아이폰'에선 이용할 수 없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다. 카카오 게임하기와 카카오 페이지도 아이폰 사용자들은 몇 달씩 기다리게 했다. 안드로이드가 90% 넘게 장악한 나라에서 태어난 탓이라고 해도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빌렸다.

카카오토픽의 '굴욕'? 네이버 뉴스였다면...

카카오 특유의 노란 바탕에 파란색 느낌표. '카카오토픽(아래 토픽)' 아이콘은 뭔가 '깜짝쇼'를 보여줄 듯했지만 홈 화면은 네이버나 다음과 별다를 게 없었다.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답게 소셜, 인디칼럼, 연예, 스포츠, 시사, 꿀잼 등 13가지 카테고리 가운데 자신의 관심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정도랄까.

아직 오픈 베타 서비스인 탓에 제휴사는 110개 정도에 그쳤다. 조선, 경향, 한겨레나 KBS, MBC 같은 메이저 언론사들이 빠지고 슬로우뉴스, PPSS 같은 독립 매체 기사들이 부각돼 오히려 색다른 느낌도 들었다.

토픽 홈 화면인 '투데이'에선 이용자들이 많이 봤거나 '찜'하고 공유한 기사들을 5순위까지 보여주는데 오픈 베타 둘째 날인 25일엔 '카카오토픽 링크 실종 사건'이란 슬로우뉴스 기사가 하루 종일 상위권에 걸려 있었다. 토픽에서 애초 기사 원문에 적용된 '링크'를 모두 지워 글쓴이의 의도가 제대로 살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로선 아플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자동 알고리즘에 따른 배치라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편집자가 뉴스면 배치에 개입하는 네이버나 다음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어서, 오히려 토픽의 장점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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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뉴스 추천 서비스 '카카오 토픽' 첫 화면(왼쪽)과 아이폰에서 앱 연결시 뜨는 안내 메시지. ⓒ 김시연


아쉬운 점은 '링크 삭제'만이 아니었다. 아직 베타 서비스라고는 해도 뉴스 서비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댓글 달기'라든지 '카카오 친구들이 많이 본 뉴스'처럼 카톡의 장점을 살린 서비스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다행히 카카오에서도 댓글뿐 아니라 카카오 친구들이 주목하는 콘텐츠 모아보기, 관심 키워드 설정 같은 개인화된 기능들을 계속 추가할 예정이고 '링크 삭제' 문제도 검토 대상이라고 한다. 

또 하나 토픽 콘텐츠를 카톡 친구뿐 아니라 페이스북, 라인, 구글플러스 등 다른 SNS와 이메일로도 공유하면 모바일 웹에서도 콘텐츠 보기나 공유는 할 수 있지만, 앱을 깔지 않으면 토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토픽뿐 아니라 카톡 연계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문제인데, 카톡 이용자가 아니라도 다양한 운영체제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웹 서비스도 함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2월 미국에 먼저 선보인 뉴스 앱 '페이퍼'도 반면교사다. 페이퍼는 토픽처럼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카테고리를 선택할 수 있는 데다 잡지를 보는 듯한 화려한 인터페이스로 국내에서도 관심을 모았지만 막상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앱을 따로 받아야 하다 보니 기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한 탓이다. 카카오도 카톡 외에 10여 가지 앱 서비스를 내놨지만 지금까지 구글플레이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건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그룹, 카카오뮤직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카톡이 '국민 메신저'인 탓도 있겠지만 이들 서비스가 한국 울타리를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도 아쉬움 대목이다. 토픽은 물론 모바일 쇼핑 앱인 '카카오픽'과 간편결제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다.

카톡 국내 사용자가 스마트폰 보급대수와 맞먹는 3700~3800만 명에 달하지만 전체 가입자는 1억 5천만 명으로 해외 이용자가 더 많다. 아예 일본에서 시작해 아시아권을 비롯한 외국 사용자들을 겨냥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네이버 '라인'과 대비되는 행보다. 카카오에서 아이폰 서비스가 뒷전인 것도 단순히 애플의 까다로운 앱스토어 정책 때문만은 아닌 셈이다.

5명 추천하면 10만 원 깎아준다? '손해 보는 장사' 어딨어!

지난 22일 선보인 '카카오픽'은 자체 상품 기획자가 선별한 품목을 매일 5가지 안팎으로 선별해 선보이는 큐레이션 방식의 모바일 쇼핑 서비스다. 카카오 선물하기 '오늘의 특가' 코너에서 비롯됐다고는 하지만 좀 더 근원을 따져보면 지난 2008년 하루에 한 가지 상품만 특가에 판매해 화제를 모았던 '원어데이' 서비스가 떠오른다. 이후 위메프, 쿠팡, 티몬 같은 '소셜커머스'가 이를 계승했고, 인터파크는 경매 방식을 접목한 '다이다믹 프라이스'를 선보였다. 

'카카오픽'이 자신들이 '진짜 소셜커머스'임을 내세우는 근거는 바로 '친구 찬스' 기능이다. 지금까지 소셜커머스들이 구매자가 일정 숫자를 넘으면 싼 가격에 공급하는 '공동구매' 형태였던 데 비해 카카오픽은 '입소문'에 의존한다. 제품 할인가에 추가해서 카톡 친구에서 추천(친구 찬스)할 때마다 추가로 가격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최대 3~5명까지 공유하면 할인 혜택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추천받은 친구가 그 물건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픽이 첫날 선보여 1만40개 매진을 기록한 스타벅스 텀블러의 경우 시중가는 6천 원짜리를 18% 할인해 4900원에 판매하는데 '친구 찬스'로 단 1000원에 구입할 수도 있었다.

25일 현재 판매중인 10여 가지 품목 가운데 '업계 최초 20만 원대 판매'라는 쿠쿠 압력밥솥에 눈길이 갔다. 한 달 전 8년 된 압력밥솥을 바꾸느라 최저가 쇼핑몰을 뒤진 경험이 있어서다. 이 제품은 지난해 3월 출시돼 히트모델로 선정된 10인용 밥솥으로 자동세척기능이 들어간 게 특징이다. 시중가격은 42만9000원인데 25% 할인돼 31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 5명과 공유하면 1인당 2만 원씩 최대 10만원 싼 21만9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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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모바일 쇼핑 앱 '카카오픽' 친구 찬스 기능을 하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김시연


웬만한 10인용 밥솥이 30만 원대를 넘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저렴했다.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를 검색해봤더니 동일 모델의 최저판매가는 35만~37만 원 선이었다. 다만 CJ에서 운영하는 소셜커머스인 'CJ오클락'에선 지난 6월 25일 하루 동안 같은 모델을 24만9천 원에 판매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었다. '업계 최초 20만 원대'는 아니지만 최저가는 맞으니까 인정.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 과연 카카오픽에선 물건을 살 때 '친구 찬스' 없이 '제값'에 살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거의 없을 뿐더러 3명이든 5명이든 친구 찬스 기능을 모두 쓴다고 봤을 때 카카오픽 상품의 판매가는 '할인판매가격'일까 '친구찬스가격'일까. 물론 제품을 추천받은 상대방이 스팸으로 간주할 '위험성'도 감수해야 하지만.

카카오에선 '친구 찬스'로 추가 할인되는 금액은 제품 공급처가 아닌 자신들이 모두 부담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입소문 효과를 통해 막대한 광고비를 절감해 이를 소비자에게 가격 혜택으로 돌려주는 선순환 방식"이라는 것이다. 상당히 매력적인 말이다. 

하지만 카카오픽에게 납품되는 제품 공급가격을 알 도리가 없다. 초반기엔 쇼핑몰 홍보를 위해 1000원짜리 텀블러 같은 '미끼 상품'으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지속가능한 모델인지는 의문이다. '손해 보는 장사 없다'는 옛 말이 틀린 적이 없듯.

한국적인 원클릭 '카카오페이', 외국에서도 통할까

카카오픽에서 주문한 상품은 카카오페이나 신용카드,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다. 3가지 모두 해외 사용자는 이용하기 어렵지만 카카오페이는 더 심하다. 카카오페이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결제 정보를 미리 등록해 놓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마존닷컴의 '원클릭 서비스'를 연상시키는데, 문제는 도용을 막는다며 휴대폰 사용자 명의와 신용카드 사용자 명의가 반드시 일치해야만 결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외국인도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인터넷쇼핑몰 가입시 본인확인이나 액티브엑스, 공인인증서 사용 등 관련 규제를 계속 없애고 있는 박근혜 정부 정책에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셈이다.

최근 정부가 인터넷 명예훼손 수사를 강화한다고 하자 그 불똥이 엉뚱하게 카톡으로 튀었다. 검찰이 나서 카톡을 검열하지 않는다고 해명까지 했는데도, 러시아 개발자가 만들어 보안이 철저하다고 소문난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광우병 사태 때 구글 지메일 이용자가 급증하고 트위터가 미투데이를 압도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국내 인터넷서비스들이 인터넷 실명제 등 한국 정부의 규제에 순응하는 동안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같은 해외 서비스들이 약진한 것처럼 카톡도 영원히 '국민 메신저'로 남을 순 없다. 지금이야말로 국내 위주 서비스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시점이 아닐까? 너무나 한국적인 카카오토픽과 카카오픽, 카카오페이가 아쉬운 이유다.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톡 #카카오픽 #카카오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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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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