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절반을 세금으로 내고도 행복하단 사람들

[서평]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등록 2014.10.18 15:12수정 2014.10.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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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 오마이북

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 덴마크, 그 행복사회의 비밀을 밝혔다는 책 이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슬픔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 불행한 미래 때문에 애절한 눈빛으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자문하는 말투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읽어도 제목이 주는 느낌은 슬픔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을까요? 국가에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국가가 나를 위기에서 구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10%가 되지 않는 곳, 50시간을 공부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학생들이 사는 곳, 단식중인 세월호 유가족들 옆에서 폭식 퍼포먼스를 벌이는 이가 존재하는 곳,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다고 교육부에서 교육감 권한 축소에 나서는 곳, 바로 그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입니다. 정말 이런 곳에서는 도저히 행복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만 그런 것일까요? 이런 나라에서 행복을 꿈꾸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요? 나의 '행복 읽기'는 아려오는 아픔과 답답한 마음을 안고 시작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연호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저자 오연호는 8만여 명의 자발적인 시민기자가 있는 <오마이뉴스>의 대표기자입니다. 그는 2013년 봄을 시작으로 세 차례나 덴마크를 여행하면서 덴마크 행복 사회의 비밀을 캐냈다고 합니다.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마이뉴스>와 그에 대한 개인적 신뢰 때문에 선뜻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덴마크를 행복사회로 만든 6개의 가치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삶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와 일자리를 잃어도 걱정이 없는 '안정'된 사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자신의 삶에 만족하여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 수입의 절반을 세금을 내고서도 그 돈을 정부가 제대로 쓸 것이라고 믿는 '신뢰'가 가득한 곳, 더불어 함께하는 '이웃'들이 연대하고 협동하는 사회, 직장인 35%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공해가 적은 에너지 사용으로 이룩한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 사회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덴마크 사회를 행복한 일터, 행복한 사회, 행복한 학교로 구분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로 사람을 만납니다. 그들이 정말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검증이라도 하려는 듯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주는 사회

덴마크 사람들이 일하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책장을 한두 장 넘기자마자 충격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신이 식당 종업원임을 당당히 말하고 아들이 열쇠 수리공임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레스토랑 웨이터인 '페테르센'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 번도 아들이 판검사나 의사나 교수가 되길 바라지 않았어요. 열쇠 수리공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필요하고 의미 있는 직업입니까?"(29쪽)


페테르센의 말 속에는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노동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덴마크가 얼마나 안정적인 사회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40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지만 하루 총 매출액의 15%을 직원들이 동등하게 나눠가지는 급여 체계에도 불만이 없으며, 매월 노조비를 내면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노조가 해결해 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걱정해 본적은 없다고 합니다.

의사보다 자신의 말이 중시될 경우도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택시 기사 밀보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해야죠. 그게 돈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큰아들은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해요. 큰딸은 쇼핑몰 판매원이죠."(36쪽)

스스로 선택한 직업, 그 속에서 찾는 기쁨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덴마크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주는 사회'였습니다.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뽑혔다는 '로슈 덴마크'에 가게 되면 노동과 여유가 조화로운 기업, 노동자와 기업주가 소통하고 같은 고민을 나누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회사원의 퇴근 후의 여유로움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회사 시스템에 이르면 저절로 탄식하게 됩니다.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 레고는 평직원이 이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데 주총에서 선임된 다른 이사와 똑같은 권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하, 이런 회사가 존재할 수 있다니….

직장인의 만족도가 높고 노조 조직률이 높은 덴마크 사회를 가능하게 한 '유연안전성' 시스템은 우리 사회가 곰곰이 생각해야 할 화두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진통 끝에 나온 것이지만 '노동자의 단결과 파업권을 인정하되 경영자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 합의는 덴마크 노동 시장에서는 헌법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기업이 직원을 함부로 해고하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면 잘 알게 됩니다.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으며, 누구나 칭찬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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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지음)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지난 9월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 가톨릭청년회관 CY시어터홀에서 열렸다. ⓒ 권우성


덴마크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맨 먼저 친구 같은 혹은 동네 아저씨 같은 주치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동네에 오랫동안 살아서 사람들의 병력뿐 아니라 여러 가정 사정까지 알고 있어서 친근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사 말이지요. 치료비는 국가에서 부담하니 걱정이 없습니다. 그리고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도 행복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가가 건강을 챙겨주고, 직장을 잃을지라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도와주는 것은 내가 내는 세금 때문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 말입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다가 손을 들어 자신이 갈 방향을 미리 알리는 친근함 가득한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 어느 곳에 혼자 있어도 어려움에 처하면 누군가가 나를 도와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덴마크는 협동조합의 사회라고 합니다. 저자가 들은 얘기를 옮겨 봅니다.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덴마크 사람 두 명이 열차의 옆자리에 탔다고 합시다. 종점까지는 45분 걸리는데, 출발역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두 사람은 종점에 내리기 전에 하나의 협동조합을 만드는 데 합의합니다. 이것은 이 나라에서 보통 있는 일이죠."(108쪽)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처럼 협동조합법 같은 것은 없지만 그들은 자발적 협동과 연대 의식으로 상생의 길을 열었습니다. 저자는 작은 공동체 마을부터 기업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소유하고 분배하는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가 볼까요? 교육감이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하여 아침 등교 시간을 늦추니 '학부모가 교육감에 바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공부, 예, 체능, 인성 등 모든 부문에서 평균 내지 상위권에 속'하는 것이라고 학부모가 반대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라도 한참은 다른 학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그리고 인생학교, 시민 자유학교를 방문하면서 학교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지 않으며, 모든 학생들이 칭찬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덴마크 학교는 어떤 곳일까요? 저자가 정리한 덴마크 학교의 공통점은 이렇습니다.

첫째, 학교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학생 스스로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둘째, 개인의 성적이나 발전보다 협동을 중시한다.
셋째,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와 교장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학교 운영의 주인이 된다.
넷째, 학생들이 여유 있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생을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운다.
다섯째,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사회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안정되어 있다. (153쪽)

이런 학교가 있냐고요? 저자를 따라 덴마크에 가면 사립학교나 공립학교 어디를 가도 저런 모습을 보게 됩니다. 9년 동안 한 교사가 담임을 해도 신뢰하고, 오히려 속속들이 서로를 알아서 학생의 진로를 세밀하게 고민해 줄 수 있는 학교가 된다고 합니다. 교사와 부모가 교장 초빙을 결정하고 학생을 사이에 두고 연대하고 협의하는 시스템, 정말 꿈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드렛스 에프터스콜레의 교장 바르슬레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국어도 배우고 수학도 배우고 축구도 배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거죠. 그러면서 민주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더 성숙해지는 곳이 에프터스콜레입니다."(195쪽)

우리도 행복할 수 있겠지요?

저자를 따라가면 더 많은 학교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덴마크의 일터와 사회와 학교를 살핀 저자는 덴마크 사회가 어떻게 행복한 사회가 되었는지 그 근원을 되짚어갑니다. 150년 전, 독일-덴마크 전쟁에서 참혹한 상실을 경험한 덴마크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 왔는지, 그룬트비에게서 비롯된 시민정신과 교육의 큰 틀, 우리에게도 소개된 적이 있는 달가스의 리더십을 소개합니다. 특히 그룬트비가 세운 성인용 자유학교가 어떻게 시민을 각성시키고 연대하게 하는지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달가스가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는 취지로 시작한 국토 개간 운동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갈아엎는지'도 보여줍니다.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 사회와 비교합니다. 노조 조직률이 70%인 덴마크와 10%에 머문 우리 사회를 비교하는 것처럼. 왜 그랬을까요? 나는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쓴 목적이 덴마크 사회 소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행복 찾기를 시작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저자를 따라 덴마크를 다니다보면 우리 사회가 잘 보입니다. 물론 어두운 면이 가득합니다. 덴마크와 역사가 다르고, 지리적 조건이나 분단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을 놓지 않습니다. 심훈의 <상록수>나 '유길준의 유학 이야기', '새마을운동'을 소개하면서 예전에도 덴마크를 배우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짚어 본 것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에 나선 것도 저자의 꿈꾸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 발길에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여 봅니다.

아련한 아픔으로 시작한 나의 '행복 읽기'는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쯤엔 그래도 저 깊은 마음속에 일어나는, 무어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작은 꿈틀거림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문제투성이인 이 나라이지만 그래서 더 할 일이 있지 않느냐고 자위할 수 있게도 되었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가만히 있는 것은 문제를 더 나쁘게 할 뿐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는 책 표지에 머물러 봅니다.

표지가 참 예쁩니다. 따스한 느낌을 주는 연분홍에다 한 번쯤 마음속으로 그려봤음직한 집과 나무, 표제 밑에 그려진 자전거 타는 여자와 남자 둘이 참 정겹게 와닿습니다. 마침 레스토랑 같이 생긴 집밖에 놓인 의자는 비어 있네요. 그 레스토랑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 보고 싶었던 벗이거나 멀리 있어 보지 못한 사람, 혹은 참 좋은 사람인데 카톡으로만 인사하는 사람을 부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당장에라도 내 가까운 이웃과 차를 나누는 일부터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우리 각자가 깨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고, 그룬트비나 달가스 같은 지도자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행복할 수 있겠지요?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irissan) 인터넷 서점 yes24에 독자 리뷰란에 실었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오마이북/1만6000원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2014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덴마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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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책을 읽는 일을 버릇으로 만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돕도록 애써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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