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는 만병통치약? 박근혜, 정말 무섭구나

[게릴라칼럼] 한은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걱정되는 이유

등록 2014.10.18 13:19수정 2014.10.18 13:19
36
원고료로 응원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2000년대 초 IT버블 붕괴, 911테러, 아프간·이라크 전쟁 등으로, 미국 경기가 악화되자 미국은 경기부양책으로 초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주택융자 금리가 인하되었고 그러자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중략) 하지만 2004년 미국이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미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금리가 올라갔고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된다." - 위키백과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 대해 위키백과는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물론 시작은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초저금리로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이었다. 제로(0)금리에 가까운 은행 대출을 끼고 너도 나도 집을 사기 시작했다. 사서 불과 몇 주 만에 되팔아도 은행 빚을 갚는 것은 물론, 큰 돈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파티는 오래가지 못했다. 금리가 오르자 대출금 이자를 못 갚는 서민들이 늘어나고,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출 회수가 어려워진 은행 등 금융기관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국가경제가 위기를 맞았다.

경제학에는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누군가 만찬을 주최해 포식을 했더라도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시장에 돈을 풀겠다고 한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 소비가 증가하고 내수 경기가 살아난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가가 택한 방법은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이었다. 사실 돈을 풀어 내수를 살리는 파티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없다. 파티가 끝난 뒤 나오는 계산서는 값싼 대출을 이용했던 서민에게 돌아갈 확률이 가장 높다.

한은 금리인하, 초이노믹스와 장단 맞추기

a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금리가 내려가면 좋은 것 아닌가? 가뜩이나 어려워 죽겠는데 대출 이자라도 싸면 은행 이용하기 좋고, 대출 받아 집 산 사람들 부담도 덜겠고… 나쁘지 않다고 봐. 은행에 돈 쌓아 놓고 적금 이자 받아먹는 부자들이야 배가 아플지도 모르지만…."

술자리에서 친구와 논쟁을 벌였다. 저금리 정책이 그리 나쁜 게 아니라는 친구는 낮은 금리가 고환율과 물가폭등을 부를 수 있다는 내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당장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라도 줄어드는 게 어디냐며 정부의 금리 인하를 두둔했다. 그러나 논쟁은 오래가지 않았다. 친구의 아픈 구석을 내지른 나의 '독설'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원금은 못 갚고 이자만 내고 살래? 물가마저 오르면 행여나 살맛나겠다."


지난 15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0%로 하향 조정했다. 이명박 정부 말 2.75%이었던 기준 금리는 2013년 5월 9일 2.50%로, 2014년 8월 14일 2.25%로 내려갔다. 이번은 박근혜 정부 들어 세 번째 금리인하다. 이번에 조정된 기준금리 2.00%는 2009년 2월 12일(2.00%)에 이어 가장 낮은 기준금리 타이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유로 지역 등의 경기부진'과 '국내 경기 주체들의 심리적 위축과 낮은 물가'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지 않고,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기 때문에,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며 물가안정 기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것이 금융통화위원회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위험천만한 초이노믹스와 '척하면 척' 장단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배춧값 한 포기 1만 원 시대가 그리운가

"배추가 비싸니 내 식탁에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

2010년 9월 서민 물가가 폭등했다. 이명박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고 'MB물가'를 선정해 특별 관리했지만 날마다 최고치를 갱신하는 물가를 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시장을 다녀온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배추가 한 포기에 1만 원이 넘었다고 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배추 한 포기 1만 원'의 주범은 날씨나 농민·거래상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 집권 초기부터 줄기차게 시행한 고환율 정책과 2.00% 저금리의 결과물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은 '지금은 저물가 시대'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저물가가 저성장의 요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물가는 이명박 정부에서 천정부지로 올랐던 물가가 국제유가와 환율, 소비 여력의 악화라는 요인 때문에 주춤하는 것일 뿐 저물가로 볼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체감 물가는 상대적이다. 서민들의 소비 여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1% 물가 성장률이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배춧값 한 포기 1만 원 시대가 그리운가? 그렇게 되면 경기가 되살아나고 서민들 밥상에도 웃음꽃이 필까?

더구나 기준금리 인하는 누가 뭐래도 부동산 띄우기다. 또 환율을 자극하고 주가를 끌어 올리려는 정부 정책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임기 초부터 집값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정책은 전셋값 폭등이라는 부작용만 키울 뿐 소비 촉진, 경기 회복과는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다. 또 기준금리 인하와 환율 인상, 주가 인상은 수출대기업에게 어느 정도의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성장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빈부의 격차만 키운다는 것이 이명박 정권 하에서 숱하게 검증된 결과다.

가계부채가 1천 조를 넘어섰고 내년엔 1100조를 바라볼 것이라 예상된다. 2007년 665조  원이었던 가계부채가 7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빚 권하는 정책과 저임금 노동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서민에게 내민 대책의 상당수는 대출 완화였다.

이한구 의원 말처럼, 이러다간 큰일 난다

a

곤혹스러운 최경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7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답변에 이의를 제기하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이희훈


대형마트와 SSM에 내밀린 자영업자, 전세난에 거리에 나앉는 서민들, 등록금 걱정에 공부보다 알바가 먼저인 대학생들에게 정부가 내민 건 결국 대출 제도 완화와 이자를 낮춰주겠다는 것이었다. 2008년 5%였던 기준금리가 2%로 주저앉은 이유는 서민을 위해서가 아니다. 정부의 실정을 은폐하고, 수출대기업을 위한 파티를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세계 시장은 바깥에서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데, 이러다가 큰일 당한다."

박근혜 정부 탄생에 일익을 담당했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의 지적이다. 성장 잠재력이 떨어져 어려운 것을 돌파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인위적인 부양책을 늘어놓는 최경환 경제팀을 향한 통렬한 비판이다.

그렇다. 이한구 의원의 말처럼 이러다가 큰일 당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기준 금리 인하 이후 마땅히 내놓을 경제 해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일도 여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금리와 환율, 주가는 경제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저금임과 승자독식의 경제 구조는 방치한 채 금리와 환율, 주가를 매만져 경제를 회복시킨 예는 어디에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경환 장관은 경기 회복을 스스로 다짐하고 또 다그치고 있다. 그러나 잘못 들어선 길이다. 잘못된 길에 들어서서 다짐하고 다그쳐본들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없다. 이러다가 박근혜 정부도, 서민 경제도 큰일 당한다.
#기준금리 #초이노믹스
댓글36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