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전보다 평등"... 빌 게이츠, 피케티 비판

블로그에 <21세기 자본> 비판글 올려... "소비에 누진세 매겨야"

등록 2014.10.21 18:38수정 2014.10.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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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게이츠의 블로그 일부 ⓒ 게이츠노트화면 캡쳐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미국의 빌 게이츠가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의 <21세기자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빌 게이츠는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인 게이츠노트(gatesnotes)의 <21세기 자본>서평(원문보기)을 통해 "피케티가 말하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의 중요한 결론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내가 동의하는) 불평등 심화는 세상이 점점 나쁘게 변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세계는 지금 과거보다 점점 더 평등하게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태국 등 제3세계 국가들을 언급하면서, "이들 국가들의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좀더 평등하게 변하고 있으며, 이같은 긍정적인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는 지난 9월 피케티 교수와 인터넷 화상전화로 만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 체제 안에 일정수준의 불평등은 있다"면서 "우리가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불평등을 어느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 '불평등은 어떤 시점부터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라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피케티의 책에 중대한 결점이 있다"면서, "피케티가 모은 역사적 자료를 보더라도 어떻게 부가 창출되고, 어떻게 (부가) 사라지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빌 게이츠는 이어 피케티의 자본 공식을 설명하면서, "그의 공식이 자본의 여러 속성과 사회적 기능을 적절하게 구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는 전보다 더 평등해지고 있어...부의 창출 등 큰 그림 못 보여줘"

빌 게이츠의 피케티 비판은 세가지 부류의 부자 사례를 통해서 좀더 명확해진다. 한 사람의 경우 자본을 자기사업을 위해 쓰는 사람, 두번째는 자신의 부를 자선 사업에 쓰는 사람, 마지막으로 자신의 부를 요트나 비행기 등을 사는데 소비하는 사람으로 나눴다.


빌 게이츠는 "세 사람 모두 부의 불평등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선 두사람이 세번째 사람보다 사회적으로 나은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부자들도 모두 같은 부자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케티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그는 "피케티의 분석이 부의 세습을 막는데 딱히 강력한 힘이 못 된다"고 강조했다. 피케티가 자본주의 역사에서 부의 불평등과 세습이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이 그런 사회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빌 게이츠는 미국 부자순위 상위 400명의 명단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는 "피케티의 불로소득 이론과 달리 18세기에 땅을 사서 부를 축척해온 가문의 사람은 현재 400 부자 명단에 한명도 없다"면서 "미국에서 옛 상속 부자는 사회불안정, 인플레이션, 세금, 기부 등의 이유로 사라진지 오래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미국의 자동차산업 예를 들어가며, 시대가 지나면서 부의 쇠퇴 현상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의 사회적 가치 인정해야... 소비에 누진세 부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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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파리경제대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거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권우성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빌 게이츠는 피케티와 생각을 달리했다. 피케티는 소득보다 자본에 누진적인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통해 계속되는 불평등의 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고, 새로운 부의 축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피케티의 해법이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자본에 누진세를 매기는 것보다 소비에 누진세를 매기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설명한 세 명의 부자를 들어가며 "앞선 두명의 부자보다 세번째 부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명의 부자는 사회에 투자하고, 기부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등 자선활동에 힘을 쏟아온 빌 게이츠는 "(불평등 해법으로) 자선활동도 중요한 해법"이라며 "피케티가 이 부분에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의 세습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으며, (부자들에 대한) 상속세를 여전히 지지하고 있다"면서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마법적인 해결책은 없지만 앞으로 좀더 다른 연구들도 보고 싶다"고 당부했다.
#빌게이츠 #피케티 #21세기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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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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