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에게 타임 캡슐을... 이런 회사 봤나요

[공모-잔치, 어디까지 해봤나요] 뭔가 특별했던 나의 첫 직장, 특별한 잔치

등록 2014.10.23 11:39수정 2014.10.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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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상자1년 후 타임캡슐을 열어라 ⓒ 임지영


2010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1년 동안 방황하다 2011년 꽃샘 추위가 오는 3월에 첫 직장에 입사했다. 내가 입사한 곳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리 기업이 아니었다. 나는 그 때도 지금도, 사회 변화를 돕고,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NGO) 활동가다.

경력직만 뽑았던 그곳에 신입이 들어오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회사에서는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은 좀 서툴더라도 감싸 안고 가는 동료애를 발휘하도록 하자'는 대표의 마인드를 바탕으로 입사 1년 후 파티를 해주겠다고 했다.

첫 직장에 잘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뿌리가 단단해져서 오랫동안 일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회사에선 '1년 후 타임 캡슐을 열어라!'라는 파티를 했다. 입사한 새로운 신입 직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각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종이에 쓴 후 타임 캡슐에 모아 회사 직인을 찍고 두꺼운 테이프로 붙여 개봉하지 못하도록 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 환영회를 해주긴 했다. 내 직속 상사는 영리 기업에서 12년 동안 일하다 어떤 계기를 통해 이 일에 뛰어든 지 2년 된 늦깎이 신입이었다. 본인도 일이 많았기에 나를 챙겨줄 시간이 없었다. 직속 상관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의 혹독함을 온몸으로 맞이했다.

2011년 3월 입사, 타임캡슐은 2012년 3월에 개봉

어느 날,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하던 전체 회의를 웬일로 밖에 나가서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 회사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방안을 짜오라고 했다. '내가 왜 이 과제를 해야 하나' 이해가 안 됐지만 '막내니 따라야지 뭐...' 생각하면서 준비했다. 그리고 발표가 끝났을 때 케이크와 함께 손바닥만한 선물 상자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 선물 상자는 내가 입사할 때 받은 것이었다. 이윽고 '오늘이 타임 캡슐을 개봉하는 날이구나!'하고 깨달았다.

'그래서 이상한 과제를 내줬구나.'

그제서야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이해가 됐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타임 캡슐을 개봉했다. 누가 썼는지 이름은 안 밝혔지만 필체만 봐도 누구인지 이미 알게 될 만큼 회사 식구들과 가까워져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에 매료됐는지 마냥 행복했다.

그곳에서 3년 가까이 일하면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을 때마다 그 타임 캡슐을 꺼내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은 '아직 이 회사에서 내가 할 일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직했지만 떠나오면서 참 많이 울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소중하니까. 내가 떠나던 날, 또 하나의 파티가 시작됐다. "그동안 이곳에서 고생했으며, 다른 곳에 가서도 잘 지내라"며 동료들이 영상편지를 준비했다.

떠나는 날도 파티... 연락 끊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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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타임캡슐을 개봉하다 ⓒ 임지영


'나도 이곳에 있으면서 두 명의 동료들이 떠나가는 것을 봤고, 그때마다 마지막 인사 영상을 찍었는데 이제 내가 영상을 받아보는 날이 오다니...'

"어느 회사를 가도 힘든 것은 분명 있다"며 끝까지 붙잡았던 사람들과, "능력이 많으니 계속 붙잡지 말자"던 사람들. 의견이 분분했지만 어쨌든 '간다는 사람을 편하게 보내줘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그래도 그냥 못 보낸다며 한 사람씩 술을 따라줬다. "술을 받아 마시고 건네고 그러다 취하면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어가며 밤새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돌아온 집. 가족들과 새 출발을 축하하는 의미로 준 케이크를 잘라 먹으려 하는데 끝내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미안함과 감사함을 담아 이메일을 보내며 새로운 일터에서의 시작을 준비했다. 회사를 옮긴 다음에도 꾸준히 연락을 했는데 어느 날부턴 연락이 끊겼다.

곧 그 회사를 떠나온 지도 1년이 다 되어 간다. 이번엔 내가 그곳을 찾아서 깜짝 파티를 해주려는데 반가워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파티니까 즐겨야지!
덧붙이는 글 '잔치, 어디까지 해봤나요' 공모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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