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은 엄청난 특혜? 다시 한번 따져보자

[주장] 공무원 연금 적자의 원인은 정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정부부담률도 문제

등록 2014.10.31 14:54수정 2014.10.3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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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제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지난 28일 국회 의안과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올 연초부터 추진되어 온 공무원 연금개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연내 마무리를 강조했고 새누리당은 소속의원 전원이 서명한 법률개정안을 28일 국회에 제출했다.

공무원 연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재직 기간 동안 납입하는 기여금은 현재보다 평균 17% 올리고 수령액수는 15%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납입하는 기여금 대비 수령액이 평균 27% 하락한다. 그리고 수급개시 연령이 점진적으로 늘어나 2031년까지 최종 65세까지 늦춰진다. 7급으로 임용돼 30년 근속한 공무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2015년 임용자는 월 96만 원, 2016년 임용자는 월 76만 원으로 전반적인 지급액을 국민소득 대체율 40%로 하락시켜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다음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다음 세대의 행복을 위해 십자가를 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마치 자신들이 공무원들의 부당한 특권에 대항해 싸우는 합리적 집단인 것처럼 포지셔닝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공무원들이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서는 연금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고, 공무원 연금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13년에만 약 2조 원의 적자가 났고 올해는 2조 5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과연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공무원 연금 적자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현직 공무원들이 가장 강조하고 싶어하는 부분도 적자의 원인에 대한 것이다. 물론 평균수명의 증가로 인한 가입자들의 수급기간 증가(이것을 '연금제도의 성숙'이라고 표현한다)와 비용부담률 인상 없이 연금급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 부분도 적자의 한 원인이다. 그러나 그보다 핵심적인 원인은 정부의 무책임한 운용 때문이라는 게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공무원 단체들의 주장이다.

일단 정부부담률 자체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 사실 세계 대부분의 연금제도는 성숙 단계에 이르면 적립보다 지출이 낮아 국가가 보조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의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부담률은 2013년 기준 12.6% 수준인데 반해 여타 선진국들은 대부분 20%를 넘고 독일과 프랑스는 50%를 상회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법률 근거도 없이 공무원연금 기금에서 부당하게 사용한 금액이 누적 26조 원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IMF 당시 정부 부분도 10만이 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이들에 대한 퇴직급여로만 5조 원 가까이 지출했다.

하지만 이것은 기금과 관계없이 정부예산에서 별도로 지급해야 하는 항목이다. 그러나 재원 부족을 구실로 기금을 활용한 뒤 상환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예산으로 운영해야 할 연금공단의 관리운영비를 기금에서 썼다(국민연금은 정부예산으로 운용). 이렇게 편법적으로 가져다 쓴 기금만 채워놓아도 적자폭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 연금은 엄청난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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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이충재) 지부장 100여명이 28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앞에서 연금지급 시기를 65세로 늦추는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새누리당 연금개악안에 반발하며 집단삭발했다. ⓒ 권우성


2013년 기준으로 퇴직공무원 1인당 평균 수령액은 월 217만 원이다. 그러나 고위직과 하위직 간에도 격차가 커 최대 월 550만 원 수령자도 있는 반면 100만 원 대 또는 이하 수령자도 34%에 달한다. 공무원연금·국민연금 모두 수급자와 사용자가 1:1로 납입하는데 기여율은 사용자와 수급자 각각 7.0%와 4.5%로, 공무원 연금은 말하자면 많이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게다가 공무원들은 평균적으로 재직기간이 기니까 납입기간도 길고 이것도 수령액이 높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

높은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현직의 낮은 급여와 퇴직금이 없는 것에 대한 보상 차원도 있다. 1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평균임금과 비교할 때, 2013년 현재 일반직 공무원 급여수준은 77.6% 수준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공무원과 민간의 임금격차가 많이 줄어 한 때 83.4%에 달했지만 2000년대 후반 국제 금융위기 이후로 다시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또한 단순급여 차원이 아닌 공무원 신분으로 헌법적 기본권이 다수 제약되는 것에 대한 보상 성격도 있다. 공무원은 정치활동의 자유에 제약을 받으며 노동3권도 제한된다. 이외에 영리업무 겸직금지나 고위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분야 취업제한 등 직업선택의 자유도 제한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공무원 연금수급자들의 경우 총 생애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민간에 비해 결코 많다고 볼 수 없다.

정부의 다른 의도는 없는가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서 정부가 의혹을 사는 부분이 또 하나 있다. 공적연금을 용돈 수준으로 격하 시켜서 결국 근로자들을 사적연금으로 내몰아 보험사들의 돈벌이를 시켜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보험사들 간에는 강력한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있는데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연금학회다. 이 학회의 회원단체에는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공무원 연금공단 등 국가 공공기관만이 아니라 생명보험사들이 포함돼 있다. 협회도 아닌 학술단체에 영리기업들이 들어와 있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거기에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소위 보수계열의 학자들이 대거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결국 적절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기금 외에 정부재정의 추가투입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의 노후를 사실상 민간기업의 손아귀에 쥐어 주려는 정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2009년 기준 각국 정부의 GDP 대비 연금 지출률은 OECD 평균(8.3%), 독일(11.3%), 오스트리아(5.1%) 이나 우리나라는 2.4%로 34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2009년 공적연금에 대한 정부기여율은 OECD 평균(19.6%), 독일(19.9%), 오스트리아(22.8%)이나 우리나라는 9.0%로 비교 국가 중 10% 미만인 국가는 캐나다와 스위스밖에 없다. 심지어 정부는 자신들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미래의 공무원연금 적자 예상치를 과장하기도 하는데, 정부의 발표는 미래 발생수입을 고려하지 않은 아전인수식 분석이다.

진보진영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

이번 이슈와 관련하여 몇몇 진보성향의 논객들은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한 대안으로, 수령액이 많은 공무원 연금 수령자의 연금을 깎는 '하후상박' 성격을 좀 더 강화하자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이번 새누리 안에도 그러한 내용이 반영되어 있지만 새누리 안보다 직급별 삭감격차를 더욱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혹은 공무원 연금을 합리적 차원에서 낮추되 공무원들의 노동3권 및 정치참여 보장과 퇴직금 신설 등 반대급부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런 것도 하나의 절충안이 될 수는 있지만 이 정도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 진보진영이 그 의무를 다했다고는 볼 수 없다.

현행 공무원 연금제도가 옥에 티 하나 없이 완벽해서 단 한 글자도 고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재정안정화와 국민연금 간의 형평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하후상박 문제나 수급개시 연령 문제도 얼마든지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현재 공무원 연금 관련 논의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오히려 이런 세부적인 논점을 떠나 문제를 다루는 기본 접근방식에 있다고 본다.

연금개혁 자체의 당위성을 떠나 자신들의 잘못은 덮어둔 채 다른 집단만을 여론재판의 대상으로 몰아가거나 정책의 이해당사자와 일말의 소통도 없이 강행처리를 하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이 문제를 다루는 정부와 여당의 기본시각은 재정안정화를 구실로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것이다(공무원도 하나의 국민이니까).

과연 공무원 연금 개정안에 찬성한 158명의 새누리 의원 중 국회의원 연금 개혁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는가? 국가재정이 그토록 걱정이면 자신들의 세비부터 자진 삭감할 의사는 없는가? 상대의 희생은 당연하고 나의 희생은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연금제도의 성숙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의 공무원 연금을 포함한 연금제도 개혁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연금개혁위원회'같은 형식의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 전체와 전문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고루 경청하는 숙의의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자신들끼리 만든 법안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이해당사자를 제도개편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을 매우 비합리적인 것처럼 몰고 가는 태도 또한 결코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미 공무원연금 관련해 대정부 총력투쟁을 선언한 전공노의 슬로건은 "연금을 연금답게!"이다. 진보진영은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동시에, 현재의 논의를 통해 공무원 연금보다는 오히려 국민연금을 '연금다운 연금으로' 개혁하는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과연 무엇이 연금다운 연금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정부가 마음대로 정답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의 합의과정을 통해 정답을 도출해야 한다. 어쨌든 정부는 40%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20%에 불과한 국민연금 체계를 정상화하는 방안도 공무원연금을 손질하는 것 못지않게 시급하다.

정부는 본격적인 공무원 연금개혁 논의에 앞서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그간의 기금 부실운용을 인정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야당의 표현처럼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밀어붙이기식 태도를 버리고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무원 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정상화에 대한 논의도 준비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이러한 점을 철저히 관철하여 재정안정화와 국민 노후보장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대응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이번 논의를 통해 보수진영이 극도로 반감을 보이는 복지지출의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진보정책연구원 홈페이지(www.uppi.or.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 글쓴이는 진보정책연구원 정치담당 연구원 허수영입니다.
#공무원 연금 #국민연금 #복지지출 #공무원 연금 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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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책연구원은 통합진보당의 싱크탱크입니다.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이래 10년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정책을 연구하며 진보의 발전을 위해 매진해왔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매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진보적 시각으로 분석하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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