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 이전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37] 신경 형성에 답 있다

등록 2014.11.04 21:25수정 2014.11.0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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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애 된다'는 말이 있다. 50대 중반의 주부 C씨는 과거엔 한 귀를 흘려 들었던 이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노인성 치매에 걸린 친정 어머니를 보살피면서, 어머니가 하루가 다르게 '어린 아이'로 변해가는 걸 절감하기 때문이다.

C씨의 친정 어머니의 치매는 대략 5년 전쯤 발견됐다. 당시 80대 초반이었던 친정 어머니는 치매 초기만 해도 판단력이나 기억력이 보통 성인보다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80대 중반에 이른 지금은 전반적인 두뇌 능력이 2~3살 수준에 불과하다.

"치매 초기에는 판단력이나 어휘 능력이 그래도 열서너 살 수준은 되는 것 같았어요. 헌데 해가 다르게 팍팍 어린 아이처럼 변하는 거예요. 서너 달 지나면 한 살씩 어려진다고 할까요."

아이와 노인의 기억 상실... 이렇게 다르다

유아와 노인의 기억상실은 반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 pixabay


C씨는 얼마 전부터 친정 어머니가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것도 '늙으면 애 되는' 현상의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노인성 치매가 아니더라도 늙으면 인지 능력이나 신체 활동력 등이 시나브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시 어린 아이들처럼 변해간다고 할 수 있을까.

실제로 두뇌 능력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겉보기에는 유아들이나 노인들이나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특히 두뇌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억력의 변화를 보면, 그 진전 '방향'만 다를 뿐 서로 닮은꼴이다. 계절로 치자면 어린아이들은 봄, 노인들은 가을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

사람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략 초등학교 3~4학년 연령대는 누구나 일종의 '기억상실증'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치매 걸린 노인, 혹은 기억력이 크게 쇠퇴한 노인들과 직접 비교는 곤란하지만, 마치 노령층처럼 8~9살 연령은 많은 기억이 두뇌 속에서 사라지는 시기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초등학교 3~4학년들에게 어릴 때 기억을 물어보라. 보통 3살 이전 일어났던 일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이는 이른바 '유년기 기억상실증'의 결과이다. 유년기 기억상실증은 너나없이 경험하는 현상이다. 거의 예외가 없다.

어떻게 해서 유년기 기억 상실증이 생기는 것일까. 1~2살짜리 유아들은 일반적으로 성인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역시 인간 유아의 기억력은 상당하다. 한 예로, 돌을 전후한 유아들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이를 아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희미하게나마 기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언어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엄마, 아빠 혹은 어른들에게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길어봤자 젖먹이들의 기억은 수개월까지 지속될 뿐이다. 만 두 살, 보다 넉넉하게 잡으면 만 3살 이전까지의 기억들은 8~9살이 넘으면 결국 거의 다 사라져 버린다. 흥미로운 점은 5~6살쯤의 아이들은 8~9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만 3살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는 사실이다.

어릴 적 기억, 신경 형성과 관련있다

유년기의 기억상실은 신경 형성과 관련이 있다. ⓒ wikimedia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은 대략 만 7살 기점으로 그 이후에는 남아 있기 어렵다. 왜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은 청소년기 혹은 성인이 될 때까지 간직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동물 실험에 따르면, 뇌세포와 시신경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 정도는 확실히 밝혀져 있다.

어린 나이, 대표적인 예로 두 돌 이전의 기억은 중앙 통제장치가 없는 기억들일 확률이 높다. 어른들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각종 기억을 연계하는데, 갓난아이부터 대략 만 2세까지 아이들의 해마는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기억하게 되면, 십중팔구는 시간 문제일 뿐 이전의 기억들을 잃게 된다. 뇌세포와 신경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기억의 장기 저장을 방해하는 셈이다.

동물의 어린 새끼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이런 점은 확인했다. 새로운 신경의 발달을 억제했더니 오히려 기억이 더 오래간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유아들의 기억상실은 노인들의 치매와 겉으로 유사한 듯하지만, 반대 작용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유아들은 신경이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에서 과거 기억들을 잊어 버리지만, 노인들은 뇌세포와 신경이 쇠퇴하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린 나이에 누구나 '치매' 유사증상을 체험하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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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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