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인간의 머리카락은 흰색이라니...

[재미있는 과학이야기 38] 두피의 '물감통'에 따라 색 달라져

등록 2014.11.14 17:07수정 2014.11.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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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얏... 왜 검은 머리를 뽑아. 잘 좀 보고 할 수 없어?" 
"아냐, 언니. 잘 봐, 밑은 하얗잖아."
"어~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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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흑인의 모발 색소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 wikipedia


K씨 자매는 올해 쉰의 이쪽, 저쪽이다. 두 자매가 친정을 함께 찾을 때면 서로 돌아가며 흰 머리카락(아래 흰 머리)을 뽑아주곤 한다. 두 사람은 나이가 나이인 만큼 최근 들어 부쩍 흰 머리가 늘고 있다. 흰 머리를 뽑다 보면 흰 머리에도 종류가 다양한 걸 느끼곤 한다.

머리카락은 올 전체가 희거나 검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뿌리 쪽 일부는 하얗고 나머지는 검은 머리카락이 있고, 중간중간 흰색과 검은색이 반복되는 것도 드물게 눈에 띈다. 남의 머리 손질을 많이 해 본 미용이나 이용 분야 종사자들은, 같은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머리카락 색깔을 흑백 둘로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또 같은 사람의 검은색 머리카락에도 더 검거나 덜 검은 '농도' 차이가 있다.

머리 새는 이유, 여기에 있다

인종의 경계를 넘어서면 머리카락 색깔은 한층 더 다양해진다. 금발이 있는가 하면, 동화 속 주인공 빨간 머리 앤처럼 적발도 있다. 물론 갈색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유럽인들 가운데는 드물지만 머리카락 색깔이 두 가지 이상인 예도 있다. 또 형제자매 사이에도 머리카락 색깔이 전적으로 다른 예도 흔하다.

그렇다면 인류의 머리카락 색깔은 몇 종류나 될까? 분류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20종 이상으로 나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7종이니, 20여 종이니 하며 머리카락 색깔을 나누는 것은 겉보기에 따른 분류일 뿐이다. 본래의 머리카락 색깔은 딱 한가지, 흰색뿐이다.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아인 다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들면 인종을 가리지 않고 머리카락이 새게 마련이다. 바로 이 흰색이 머리카락 고유의 색깔이다. 인류는 공통으로 본래 머리카락 색이 하얗다. 하지만 늙어서 머리카락이 인간 본연의 흰색을 드러내기 전에는 십중팔구 흰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위장은 의도된 것은 아니며, 인공 염색이 아닌 천연색이라는 특징이 있다.


머리카락이 인종마다, 또 같은 사람의 머리라도 올마다 농염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 것은 두피 등에 분포한 색소 때문이다. 그렇다면 색소는 얼마나 다양할까? 인류의 머리카락 색깔을 세분하면 스무 가지도 넘지만 머리카락 색을 결정하는 색소는 기본적으로 딱 두 종류에 불과하다.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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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머리카락 색소의 양은 다르다. ⓒ wikimedia


유멜라닌은 검은색과 갈색을 띠고, 페오멜라닌은 노란색과 오렌지색을 띈다. 이들의 피부 분포와 양이 머리카락 색깔을 정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인류는 이 두 종류의 색소를 다 같이 갖고 있다.

다만 인종에 따라 현저하게 두 색소의 분포나 양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흑발이 주류인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 동북 아시아인들은 유멜라닌이 많다. 반면 금발이 비교적 흔한 북유럽 사람들은 페오멜라닌이 보다 광범위하게 피부에 분포한다.

원래 흰색인 머리카락이 모공을 지나 자라면서 이들 색소의 영향으로 피부 밖에 나오면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게 된다. 유멜라닌이나 페오멜라닌을 물감에 비유하면, 이들 물감은 생애 전체를 통해 충분한 양이 유지될 수 없다.

머리카락의 물감통... 사람마다 다르다

대략 30~35세쯤 되면 '물감 통'이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한다. 이 나이 즈음엔 흰 머리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한다. 색소 물감 통은 백인들이 아시아인이나 흑인보다 대략 5년 이상 빨리 비워지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늦게 색소가 바닥나는 인종은 흑인이다.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은 원래 흰색인 머리카락의 색깔만 바꾸는 게 아니다. 인종 또는 개개인의 피부 색깔 역시 십중팔구 유멜라닌과 페오멜라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인종을 가리지 않고, 햇빛에 잘 타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 흰머리가 돋보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눈에 띄는 것도 바로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예다.

흰 머리가 많아지는 장년기 한 올의 머리카락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반복되거나, 밑둥치만 흰 현상은 두피 속의 잉크(색소)가 거의 다 떨어져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머리카락이 새는 것은 분명 노화의 징조다. 하지만, 원래 머리카락이 백색임을 감안하면 한편으로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입니다.
#머리카락 #노화 #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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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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