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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넘치는 세상, '피노키오'가 던지는 질문

[TV리뷰]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언론의 민낯 조명...앞으로가 기대돼

14.11.14 09:36최종업데이트14.11.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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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거 뉴스에서 봤어."

어릴 적 친구들과 시시비비를 가릴 때, 누군가의 입에서 이 소리가 나오면 모두가 침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에야 뉴스도 오보의 가능성이 있고, 또 필요에 따라 과장과 왜곡을 통해 얼마든지 사실을 비틀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땐 뉴스가 곧 진리였기 때문이다. 진실을 전달하는 뉴스가 거짓말할 리 없기에 우리는 뉴스에 나온 내용이라면 무조건 '옳은 것'이라고 믿곤 했다.

굳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들추지 않더라도, 방송(넓은 의미에서 언론)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13일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인하(박신혜 분)가 자신의 진로를 방송기자로 결정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아무리 주장해도 믿지 않았던 최달포(이종석 분)의 결백이 결국 방송 출연을 통해 증명되자, 인하는 순식간에 방송의 파급력에 매료당했다. 결국 그녀는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이 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거짓말 못하는 '피노키오', 어떤 기자가 될 것인가

언론의 파급력에 매료돼 방송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인하(박신혜). ⓒ sbs


하지만 피노키오 증후군(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가상의 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녀가 모르는 게 하나 있다. 언론이라는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자가 누구냐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무리한 추측성 보도로 가정이 파탄 난 달포에게 있어 언론의 파급력은 재앙에 가깝고, 언론이 추구한다는 '진실 보도'는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달포에게 있어 방송기자란 그의 말대로 "마이크와 카메라를 완장처럼 차고 다니는 구역질나는 인간들"에 지나지 않는다.

제아무리 '팩트'를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들, 시청자와 독자는 단순히 '팩트'를 전달한 기사보다는 '임팩트' 있는 뉴스를 찾아보는 게 현실이다. 이 드라마 속 송차옥(진경 분) 기자가 아무리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편집을 가지고 장난을 치더라도 결국 시청률이 높게 나오자 능력 있는 기자로 인정받는 것처럼 말이다.

언론의 추측성 보도로 인해 가정을 잃은 기하명(이종석). 현재는 최달포라는 이름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 sbs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그만큼 언론의 힘이 막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이 누굴 위하여 사용되고, 또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언론은 사람을 살리는 '펜'이 될 수도 있고, 역으로 사람을 죽이는 '칼'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인하가 인턴기자가 되어 방송국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피노키오 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녀에게 기자란 직업이 과연 의미로 다가올지, 그리고 거짓말을 못하는 것이 기자에게 있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 볼 일이다.

인하가 바라보는 것이 진짜 언론의 민낯인지, 아니면 달포가 정의하는 것이 언론의 본질인지는 이 드라마가 끝나기 전까지 쉽게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인하가 생각하는 '진실의 파수꾼'과 또 달포가 생각하는 '사람을 죽이는 칼' 모두 언론의 모습일 수 있다. 어떤 면을 더 많이 보여줄 것인가는 결국 뉴스의 생산자(기자)와 소비자(시청자 혹은 독자)에게 달려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과연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게 진짜 모습일까. 지난 1, 2회에서 <피노키오>가 던진 이 질문이 부디 종영되는 그 순간까지 우직하게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언론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우리 사회에 <피노키오>가 작은 파장을 불러일으켜 보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피노키오 박신혜 이종석 수목드라마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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