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안전교육에서 군사훈련? "제식훈련에 얼차려"

대구교대 학생들 반발... 학교 "좌향좌 우향우도 배워야 하는 것"

등록 2014.11.21 10:19수정 2014.11.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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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대학교가 지난 10월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실시한 재난안전교육이 군대 제식훈련이라는 학생들의 비판이 일고 있다. ⓒ 조정훈


대구교육대학교가 교육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받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난안전교육 프로그램에서 군대식 제식훈련뿐 아니라 얼차려 등을 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교대는 지난 10월 3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전라북도 무주군 무주종합수련원에서 참가신청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목적은 '예비초등교사의 교육현장에서 발생 가능한 안전사고와 응급상황에 초기 대처할 수 있는 준 안전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와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등의 계기로 각종 재난 발생 시 안전사고 예방과 대처능력 향상을 위한 안전체험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사회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전문 교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구교대는 극기훈련 전문기관인 '더 필드(THE FIELD)'라는 회사와 수의계약을 통해 안전교육을 위탁했고 학생들에게 재난안전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 인솔 및 이동, 해상안전 및 건물 탈출법, 재난안전 사례별 특강, 심폐소생술 등을 한다고 소개했다. 당초 예상 참가인원은 226명이었으나 신청이 저조해 126명만 참가했다.

하지만 교육에 참석했던 학생들은 교육프로그램과 전혀 상관이 없는 제식훈련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무주수련원에 도착해 식사를 마치자마자 휴대폰을 압수당했고 '차려, 열중쉬어' 등 제식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관이 나눠준 조끼를 입고 4개조로 나뉘어 '좌향좌, 우향우'를 쉴 틈 없이 반복하며 훈련을 받고 제대로 못하는 조는 10명씩 팔짱을 끼고 윗몸일으키기를 시키는 등 얼차려를 줬다고 주장했다.

교육에 참가했던 A(2학년)씨는 "첫날 오후 1시 30분부터 무려 세 시간 동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도록 시켰다"며 "쉬는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반발했고 어떤 여학생은 울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B(2학년)씨는 "교관이 강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했다"며 "얼차려를 시킬 때는 '비가 오는데 밖에 나가서 하고 싶으냐'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126명의 학생 중 5명은 당일 무단으로 귀가했고 17명은 학생처장에게 요구해 다음 날 아침 버스를 이용해 중도에 귀가했다. 전체 학생 중 교육을 끝까지 받은 학생은 91명에 불과했다.

대구교대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재난안전교육의 예산은 당초 교육부로부터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 국고보조금 3680만 원과 학교행사지원비 186만 원을 포함해 3866만 원이었으나 실제 지출금액은 2725만3100원이었다.

국고보조금 지원 교육서 군사훈련 논란... 위탁업체 "스트레칭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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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대가 지난 10월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난안전교육 프로그램. 몸의 근육 활용하기와 학생인솔 및 이동법 교육시간에 얼차려 등 군사교육을 시켰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 조정훈


다음 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은 재난안전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고 대구교대 총학생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부실한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학생처장의 사과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총학생회는 "강제로 휴대폰을 압수하고 재난안전교육과는 무관한 얼차려 등과 같은 군사훈련을 시켰다"며 "이는 일제강점기 때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또 "대구교대 학생처와 공동으로 교육을 진행한 더 필드는 해병대캠프, 극기훈련 전문업체"라며 "재난안전교육과 극기훈련은 대체 무슨 관련이 있기에 이 업체를 선정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대구교대와 교육프로그램 업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대구교대 박아무개 학생처장은 "좌향좌, 우향우 등도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한 교육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또 "학생들이 군사훈련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교육업체가 찍은 사진들이 많이 있다"며 "기합을 주기도 했다고 주장하는데 확인해보면 학생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필드 관계자도 "체육시간에 좌향좌, 우향우 시키는 게 제식훈련이냐? 군복 입히고 군화 신으라고 한 것도 아니다"라며 "우리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칭 체조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휴대폰을 수거한 것은 분실이나 훼손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 것이지 통제수단은 아니다"라며 "대형사고나 안전을 위해 팀워크를 길러주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일상화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교육 당시 찍은 사진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대해 학교측은 교육업체에 책임을 미뤘고 교육업체는 개인의 초상권 문제가 있다며 보여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대구교대는 지난 6일 학생들이 세월호 유각족들과 긴담회를 갖기로 하고 장소대여를 요청했지만 불허해 논란이 됐다. 결국  학생들은 좁은 동아리실에서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대구교대 #재난안전교육 #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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