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 앞마당에서 결혼식 올렸더니... 정말 좋았어요

[가장 나다운 결혼식④] 김창욱·홍은혜 부부

등록 2014.11.25 10:53수정 2015.02.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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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 '스드메', 20분 예식, 뿌려 놓은 축의금 걷기, 눈도장 찍기식 참석 등 허례허식 결혼식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특별한 결혼식을 치른 열 쌍의 커플 이야기. 주인공뿐만 아니라, 참석한 모든 이들의 기억에 남았던 예식을 소개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겐 격려를, 돈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 이들에겐 기대를 안겨주고자 한다. - 기자말

언젠가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가 화장을 너무 세게 한 신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친 적이 있다. 대기실에 들어섰다가 영 낯선 여자가 앉아 있어 '여기가 아닌가?' 돌아섰다가 "진희박아 나야, 여기 맞아"라는 신부의 목소리에 서로 민망했던 기억.

화장이 잘못될까봐 제대로 웃지도 못하고 무거운 드레스를 입고 어색하게 앉아 있는 신부의 모습이 당시에는 행복하기보단 안쓰러워 보였다. "축하해!"하며 신부를 꼭 안아주고픈 나의 갈망 역시, 드레스가 구겨질까 걱정하는 마음보다 앞서지 못했다.

소중하고 특별한 날이기에 조금 더 예쁘고 싶은 건 모든 신부들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마도, 많은 신부들이 자신의 결혼식 날을 기쁘기보단 힘들었던 날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가만히 있기보다 많이 움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활동적인 결혼식을 한 커플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예식의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자유롭고, 무엇보다 하객들과 더 없이 친밀했던 결혼식을 한 커플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지도 않은 청혼을 받고... 마당에서 연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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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웨딩촬영 6년 전에 친한 오빠 꼬드겨 파주 출판단지에서 찍은 웨딩 사진. ⓒ 김창욱·홍은혜


김창욱(33)·홍은혜(33) 부부는 대학교 2학년 말부터 연애해 7년 만에 결혼한 6년차 동갑내기 부부다. 함께한 지 벌써 13년이나 되었다. 공주대 특수교육학과 00학번 사이에서 이 커플은 깨나 유명했단다.

은혜씨가 마음에 든 창욱씨는 사귀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소문부터 냈다. "은혜가 4학년 말 때까지 애인이 없으면, 쟤는 그날부터 나랑 사귀는 거다"라고. 매번 엉뚱하게 은혜씨를 웃기고, 기가 막히게 만드는 창욱씨의 수법(?)은 잘 먹혀 들어갔다. 졸업 후 사회인이 된 은혜씨와 제대를 한 창욱씨는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이르게 됐다.

"그런데 창욱씨가 프러포즈를 안 하는 거예요. 오래된 연인이지만, 정식 청혼은 해야 할 것 아니에요? 한참을 기다렸지만 할 생각도 없어보여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먼저 집 앞에 있는 꽃집에 들러 꽃다발 하나를 당시 창욱씨가 일하던 특수학교로 보냈어요. '당신과의 결혼을 허락하겠소'라고 쓴 카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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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전문 사진기사 먼 길 오신 하객들을 찍어줄 전문 찍사도 마련했던 결혼식. 즉석에서 찍은 사진을 빨랫줄에 걸었다. ⓒ 김창욱·홍은혜


"결혼식을 할 때 정작 신부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웃지도 못하고, 입은 드레스도 무겁고 불편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집안의 큰 잔치인데, 식이 끝나면 부모님들이 그냥 뒤돌아서 집에 가야 하는 게 참 슬프단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우리나라 전통혼례는 신부네 집에서 이뤄졌대요. 거기서 혼례를 치르고 '시집을 가는' 거죠. 마침 저희 부모님댁이 시골 마당 있는 집에 살고 계셔서 그 전통을 따라보면 어떨까 제안했고. 창욱씨와 부모님도 좋아하셨구요."

그렇게 준비한 결혼식.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랑 신부가 준비하고 계획했다. 드레스도 은혜씨가 연습장에다 직접 그린 그림을 들고 가 여대 앞 연주 드레스 의상실에서 하나 맞췄다. 웨딩 촬영은 친한 오빠를 꼬드겨 파주 출판단지에서 찍었다. 오빠도 초보, 우리도 초보였지만, 그들의 설정 샷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하고도 고유한 것이었다.

캠퍼스 커플이다 보니 겹치는 친구들이 많아서, 결혼식 전날에는 삼겹살로 꼬드긴 친구들이 미리 내려와 함께 결혼식장이 될 앞마당을 꾸몄다. 작은 동창회가 이뤄진 셈이다. 밤새 준비를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신부 친정집에서 여러 친구들이 함께 씻기엔 분주할 듯해서, 전날 밤에는 신랑이 친구들을 데리고 찜질방에서 자고 나왔다고….

"찜질방에서 자고, 결혼식 당일 날 애들 챙겨서 헐레벌떡 식장으로 뛰어왔어요. 양말도 못 신어서 식 중간에 허겁지겁 양말 신었던 기억도 있네요. 제 결혼식이었지만, 아 그날 너무 피곤해서 일어나기 싫더라구요. 하하하."

그만큼 꼼꼼하게 식을 준비했다. 축가는 신랑의 형과 형수가, 축주는 신부와 친정 아버지가 했다. 결혼식 하객들도 마음껏 사진 찍으라고 하객 전용 사진사도 붙였다. 폴라로이드 필름으로 바로 찍은 사진을 빨랫줄에 걸었다. 식 이후에는 친구들을 위한 퀴즈 게임, 어른들을 위한 빙고 게임도 준비해 전날 밤에 정성스럽게 포장한 선물도 나누어 주었다.

신혼여행은 짧게 제주로 다녀왔고, 예물예단은 생략해 결혼식에 든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신혼집은 은혜씨의 자취방에서 시작됐다. 작은 전세집이기는 했지만 빚은 지지 않았다. 대신 매년 가족과 함께 여행할 시간을 가지고자 노력한다.

"큰집에서 살면 좋겠지만, 빚으로 얻은 집에서 살면 이자가 나가잖아요. 우린 딱 그 이자만큼 유수의 호텔에서 1박 찬스를 쓰자고 했지요. 지금도 그 실천을 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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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연 하객들이 동참하는 OX퀴즈, 어른들을 위해선 빙고게임을 마련해 준비한 선물도 나눠드렸다. ⓒ 김창욱·홍은혜


존경하는 배우자, 둘도 없는 친구, 함께 길 걷는 동반자

6년 전 결혼식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마치 어제 결혼식을 한 것처럼 생생하고도 즐거운 이야기였다. 결혼식, 준비과정, 해프닝, 이후의 이야기도 무궁무진했다. 신랑 신부의 바랐던 점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야기가 있는 결혼식' 말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6년이 지났다. 그들에겐 두 아이가 있다. 아무래도 아이가 생기면서 결혼생활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연애 때부터, 신혼, 그리고 아이가 생긴 지금까지 언제나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해 주며 지냈어요. 그래서 가사도, 육아도 정확하게 5:5로 나눠서 해요. 남들에겐 제가 엄청나게 자상한 남편, 좋은 아빠 이미지예요. 하지만 사실 우리 둘은 누가 더 하고 덜 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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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웨딩 직접 그린 드레스 디자인으로 싸게 맞춘 웨딩 드레스. 2년에 한 번꼴로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한다. 이제는 아이들도 함께한다. ⓒ 김창욱·홍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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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드 웨딩 직접 그린 드레스 디자인으로 싸게 맞춘 웨딩 드레스. 2년에 한 번꼴로 리마인드 웨딩촬영을 한다. 이제는 아이들도 함께한다. ⓒ 김창욱·홍은혜


대학교에서 같은 공부를 했지만, 은혜씨는 교육 공무원이고 창욱씨는 관련 업종 센터에서 일한다. 두 아이의 아빠지만 아직 유학의 꿈도 저버리진 않았다. 서로의 일과 미래의 꿈을 인정하고 위해주는 모습도 참 아름다워 보였다.

"첫눈에 반하고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으로 시작한 사이가 아니라서 그런지, 창욱씨는 저에게 설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듬직한 배우자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예요. 제가 남편에게 의지만 했다면 남편의 꿈이 한없이 불안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그가 재밌고 또 응원하고 싶어요. 남편도 가장이지만, 저도 가장이죠. 서로 의지하는 거예요."

서로 닮아가는 것보다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주고, 격려해 주는 일이 더 오래오래, 평생 함께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임을 참 빨리도 알게 된 부부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진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askdream.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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