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은 암적 존재, 수술해야"
"정부 주장은 추측뿐, 민주주의 파괴"

[정당해산심판 마지막 변론] 황교안-이정희 마지막 진술 대결

등록 2014.11.25 19:10수정 2014.11.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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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최종변론 나선 황교안-이정희 황교안 법무부장관(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 마지막 공개변론에서 최종변론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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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 제출된 수많은 자료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한 최종변론이 열린 가운데,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이 제출한 자료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 유성호


두 차례의 준비기일을 포함해 모두 20번의 기일이 열렸고, 3800개의 증거자료가 쏟아졌다. 참고인으로 나온 사람이 6명, 증인은 모두 12명이었다. 386일 동안 이어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의 기록이다.

25일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심판의 18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기본질서'의 폭을 대한민국 최고 헌법해석기관인 헌법재판소에게 제시해달라고 묻는 사건의 마지막 절차였다.

청구인 '대한민국 정부'와 피청구인 '통합진보당'은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 번갈아가며 최종진술을 할지, 아니면 정부가 먼저 대리인과 대표자 진술을 한 다음 진보당이 바통을 넘겨받을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박한철 소장은 "어떤 방식이든 간에 크게 문제되진 않는다고 본다"며 "당초 고지한 대로 청구인 측이 먼저 하겠다"고 정리했다.

[황교안 최종진술] "대한민국과 헌법가치 지켜낼 결단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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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변론 자료 검토하는 황교안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청구인 측 대리인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 마지막 공개변론에서 최종변론을 하기 위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월 28일 첫 변론기일처럼,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법정 가운데로 나왔다. 다소 긴장했는지 그는 "법무부 장관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살짝 기침을 했다. 목소리에도 평소보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후 약 15분 동안 황 장관은 통합진보당의 실체는 "북한공산집단의 위협과 도발에 노출되어 있는 냉엄한 안보 현실"에서 "간첩으로 처벌받은 자를 미화하고 북 공산집단의 핵무기를 용인하며 3대 세습 독재에 눈을 감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시대착오적인 북한 독재세습정권을 추종하는 세력들로부터 대한민국과 헌법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입니다.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안정을 보호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더 이상 정당해산이라는 수술을 주저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정당을 해산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 우리의 국가 미래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자유와 번영의 미래를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억압과 굶주림의 고통을 짊어지게 할 것인지가 이번 심판에 달려 있습니다."

☞ 황교안 법무부 장관 최종진술 전문 보기

[이정희 최종진술] "의견 차이를 적대행위로... 민주주의 무너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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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최종변론 앞둔 이정희 대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이상규 의원, 안동섭 최고위원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과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한 최종변론에 참석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오후 5시 55분, 연단에 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당원들의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준비해온 약 5분짜리 동영상을 재생했다. 그는 "영상에 나오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등 한국정치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에게 통합진보당은 꿈을 실현하는 통로였다"며 "정당해산 결정은 그들의 정치적 기본권을 침해하는 점을 재판관들께서 신중히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의 존재가치를 강조하던 이 대표는 곧이어 정부 주장의 허점을 지적했다. 아무리 뜯어봐도 "의혹과 추측뿐"이라는 얘기였다. 또 "정치적 의견의 차이를 적대행위로 몰아붙이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는 점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며 "해산판결을 압박하는 정부의 행동은 스스로 민주주의와 헌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은 분당을 거치며 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저를 비롯해 당을 이끌어왔던 사람들의 실패라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합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것이 어떻게 강제해산되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까. 개개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역사의 진보를 위한 디딤돌 하나를 놓아주시기를 청합니다. 정부의 정당해산청구를 기각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진전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최종진술 전문 보기

오후 6시 30분쯤 모든 진술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폭은 어디까지냐'는 질문에 대한 박한철,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의 답이다.

박한철 소장은 변론 종결을 선언하며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막중한 의미를 다시 한번 인식하고 우리의 헌법 정신과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로 끝맺었다. 헌재는 재판관들의 평의를 거친 다음 선고기일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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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해산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합진보당 의원과 관계자들이 '해산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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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기 찢는 보수단체 회원들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최종변론이 열리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어버이연합, 한겨레청년단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통합진보당해산을 촉구하며 진보당기를 칼로 찢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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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정당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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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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