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의 과도한 사격... MB도 혀를 찼다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19] 합동참모본부의 실체④

등록 2014.11.26 14:03수정 2014.11.2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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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을 놓고, 군사주권 포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전작권을 둘러싼 한반도 안보 문제가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군사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의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연재 글을 게재합니다. 이 연재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올라갑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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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해전 유공자 포상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 군 참모총장 등 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009년 12월 9일, 서울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대청해전 유공자들에게 포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9년 11월 10일, 대청도 인근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온 북한 경비정을 향해 우리 함정이 2분 동안 3960발의 총포탄을 발사했다. 북한군 8명을 사망시키고, 군은 이를 '대청해전'이라고 명명한 사건이 일어났다.

불과 2분 동안 일방적으로 적의 함정 한 척을 두들겨 패고 이걸 '해전'이라고 명명하는 나라가 또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쨌든 이 교전은 우리 측이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이 적을 완벽히 제압한 최초의 해상교전이었다. 군은 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더 뜻밖의 일은 그날 일어났다. 이상의(육사 30기) 합참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전화를 받았다고 월간 <신동아>에서 밝히고 있다.

"승리에 대해 칭찬해주실 줄 알았는데, 대통령은 그 승리로 인해 3차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화까지 낸 것은 아니지만, '왜 그렇게 강하게 대응했느냐'며 매우 서운해 했다. 말씀을 다 한 다음에도 미진한 감정이 남았는지, 계속 혀를 차며 전화를 끊지 않았다. 전화 통화라 직접 얼굴을 뵐 수는 없었지만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될 수 있음을 무척 안타까워하는 느낌이었다."

이 교전이 일어나기 직전인 10월 23일.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미묘한 시점에서 일어난 이 교전은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남북관계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했다.

청와대 지시로 조사에 착수한 국가정보원 등 조사기관은, 해군 함정의 경우 해상 교전이 발생할 경우 사격상한선이라는 개념이 철저하게 준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다에서는 탄약을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군사적 목적이 충족되면 반드시 사격을 통제해야 한다. 만일 탄약을 다 소진하게 되면 자기방어수단이 완전히 상실되기 때문에 함장은 필요 이상으로 사격하는 걸 반드시 통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날 우리 고속정은 포탄을 거의 다 소진할 정도로 쏘아댔기 때문에 군사적 목적을 넘어 과도한 사격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남북관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북에 대한 적개심으로 뭉쳐진 군사조직이 오직 군사적 승리만 갈구한 결과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사논리와 정치논리의 충돌... 원칙 없이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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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NLL 근무 중 이상무 지난 2009년 12월 28일 오후, 인천시 덕적도 인근해상. 해군 2함대 235편대 참수리 한 정이 서해 NLL 해상경계태세 훈련 중 사격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나라 서북해역은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정치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첨예한 군사적 대치에서 적을 제압해야 한다는 군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정치논리와 군사논리가 겹쳐 있는 일종의 그레이존(회색지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합참은 청와대가 정치논리로 자신들의 군사 행동을 제약하려는 데 저항했다. 그렇게 군사논리에 충실한 합참이 정작 천안함 사건에서 보여 준 모습은 아주 이상했다.

2010년 3월 26일 9시 22분에 천안함이 침몰한 순간, 밤 10시에 청와대는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밤 11시에 해경은 전국에 '을'호 비상령, 인천 해경은 '갑'호 비상령을 선포했다. 심지어 인근 대만에서도 해외 출장 중인 마잉주 총통이 화상회의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대만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해군 2함대에도 전투태세인 '서풍 1호'가 발령됐다. 그런데 유독 우리 합참만 아무런 비상조치를 하지 않다가 그 다음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선포하였다.

그런데 이 오전 3시라는 시간은 이상의 합참의장이 전날 계룡대에서 음주한 채로 돌아와 집무실에 있다가 깨어난 시각이다. 이때서야 이 의장은 비상경계령을 승인한 것이다. 물론 합참의장도 음주를 할 수 있다. 이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 군사 논리에 충실하고자 한 합참이 막상 비상사태에서는 기이하다고 할 정도로 평온했다.

그리고 5월 15일. 이번에는 북한 선박이 중국 어선과 섞여 백령도 인근에서 NLL 월선을 시작하였다. 이 때 술에 취하지 않은 이 의장은 북한 선박을 "격파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화상회의로 해군 작전사령관이 "민간선박이고 중국 어선도 있는데 어쩌려고 사격을 하라 하십니까?"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재차 이 의장은 "무슨 소리냐, 내가 쏘라면 쏴"라고 다그쳤다.

해군 관계자에 의하면 이에 작전사령관이 "이런 경우에는 합참 작전예규에 교전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하자, 이 의장은 "그런 게 어디있냐?"고 반문했다. 작전사령관이 아예 작전예규를 펴보이며 "아, 여기 몇 페이지에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 때 마침 합참 지휘통제실을 순시하던 김태영 국방장관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보고 경위를 물어보고는 놀라서 "작전 중지, 모두 원위치"라고 소리쳤다.

만일 김 장관이 5분만 더 지휘통제실에 늦게 도착했더라면 역사는 또 어떤 방향으로 치달았을까. 앞을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또 정치논리와 군사논리가 충돌하며 서해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이 지속됐다.

(다음 번에 계속,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졸저 <서해전쟁> 205~207쪽에서는 위 5월 15일 상황이 3월 30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필자의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이므로 정정합니다.
#대청해전 #합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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