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들에게도 '종북' 딱지... 박근혜 정권, 사죄해야"

[해외리포트] 명예훼손 혐의로 인터넷 매체 고소한 장준하 선생 아들, 장호준 목사

등록 2014.11.27 13:36수정 2014.11.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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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 ⓒ 장호준


'한국의 간디'라 불리던 함석헌(1901~1989) 선생은 1970년대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 언론의 중요성을 이렇게 역설한 바 있다.

"정부가 강도의 소굴이 되고, 학교, 교회, 극장, 방송국이 다 강도의 앞잡이가 되더라도 신문만 살아 있으면 걱정이 없습니다. 사실 옛날 예수, 석가, 공자가 섰던 자리에 오늘날은 신문이 서 있습니다. 신문이 민중을 깨우고 일으키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함석헌 선생은 공정한 언론인의 역할을 고대 사회의 성인과 같이 비유했다. 언론인만 살아 있으면 권력자가 아무리 부패해도 걱정이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다수 언론인들은 진실이 아닌 거짓을 아무 부끄러움 없이 보도하고 있다.

장호준 목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박정희 독재시절 민주화운동가였던 장준하(1918~1975) 선생의 아들로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친일파들이 아직도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의 기득권을 쥐고 있고, 오히려 독립운동가, 민주화운동가 아들이 미국에 '망명'해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다.

최근 장호준 목사가 의장으로 있는 미주희망연대가 한국의 한 인터넷 매체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소송에 대한 경위 등 현 시국과 관련하여 장호준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지난 몇 주간 장호준 목사와 페이스북으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동포들에게도 '종북' 딱지...  분열 시도 저지 위해 소송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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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장준하 선생 ⓒ 장호준


- 미주희망연대가 지난 10월 30일 한국의 한 인터넷 매체 대표와 기자 등 4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무슨 내용으로 고소를 하게 되었나?
"한 인터넷 매체가 내가 의장을 맡고 있는 미주희망연대에 대해 다음과 같은 허위사실을 기사화 했다. '미주희망연대는 문성근 전 민주당 고문이 지난해 5월 25일 워싱턴 DC에서 미국 12개 지역 좌익단체들을 결집해 출범시켰다. 미주희망연대는 이날 창립총회에서 장준하씨의 아들 장호준 목사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장호준 의장은 무단 방북해 북한체제와 김씨 일가를 찬양한 혐의로 수감된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을 노골적으로 찬양해온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의 주의·주장을 대변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등 제2의 월남 현상 만들기를 이미 진행해오고 있다. (줄임) 문성근 전 고문과 장호준 목사의 희망연대 출범이 미주 종북세력의 총 결집 (줄임).' 위와 같은 내용 등의 허위기사를 통해 미주희망연대를 '종북 단체'로 낙인찍고 있는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통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하게 되었다.


이 소송은 단순히 내가 의장직을 맡고 있는 미주희망연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 인터넷 매체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종북 몰이'를 통해 국내 국민들뿐 아니라 해외동포들에게까지 '종북' 딱지를 씌워 놓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며 민족의 미래를 훼손하는 정권에 대한 정당하고 민주적인 비판 활동을 막으려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들 간에 공공연히 자행되는 분열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

이러한 분열 시도는 이승만에 이어 박정희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행된 '빨갱이' 만들기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척결되어야 할 반민주적이며 반민족적인 행위이다."

- 그럼 미주희망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단체의 설립목적과 주요 활동을 소개해달라.
"미주희망연대는 2013년 설립되었다. 현재 대한민국 앞에는 수많은 난관들이 있다. 역사 바로 알기 등을 비롯하여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정치변화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 생활 속의 진보를 통한 사회변혁 등 개인 힘으로 헤쳐 나가기에 너무도 벅찬 많은 과제들이 있다. 이를 미주 동포들이 힘을 합해 이루자는 뜻으로 설립하였다. 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민족의 내일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음 세대들을 위한 이정표가 되고자 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정의가 살아 숨쉬고, 평화를 노래하며, 희망이 날갯짓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정기 '미주 순회 강연회', '뉴스레터 발간', '한반도 평화 운동', '차세대 양성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미국 정계 로비 활동', '역사교육' 등의 활동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아버지께서 어떻게 사셨는가'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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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투쟁 시절의 장준하 선생(오른쪽) ⓒ 장호준


- 아버님 장준하 선생이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서 싸우다 1975년 8월 17일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사 하셨다. '박정희에 의한 타살'로 의심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
"박정희는 결코 아버지를 살해할 수 있는 인물이 되지 못한다. 아버지가 살아있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한 자였다. 살해 후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박정희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 경쟁이 아버지를 살해하게 된 것이리라 추측은 한다. 어쩌면 김구 선생의 살해 배후처럼 아버지를 살해한 세력도 밝혀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건 역사의 소명이라고 믿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대한민국과 민족의 역사를 바로 세움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은 '아버지께서 어떻게 살해당하셨는가' 하는 것보다 '아버지께서 어떻게 사셨는가' 하는 점이다. 그것에 대해 더 깊이 새기며 역사의 지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 믿는다."

- 장준하 선생이 한국 현대사에 남긴 주요한 유산은 무엇이라고 보나? 또 장준하 선생이 남긴 삶의 궤적이 왜 오늘 한국인들의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아버지께서 평생 지니고 사셨던 말씀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라는 것이었다. 이는 한국 현대사와 현대 한국인들에게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을 깨닫게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한국 사회는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을 깨닫지 못하는 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 그 결과 당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친 보편적 상식, 심지어 역사까지 왜곡했다.

사람은 죽어도 역사는 남는 법이다. 그러므로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히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판단하게 될 역사적 심판이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는 건 바로 '미래의 후손들에게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 오늘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역사적 책임에 대한 깨우침이다. 이러한 아버지의 뜻이 곧 대한민국의 내일을 만드는 시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 한국을 떠나 낯선 나라인 미국에 정착하여 살게 된 사연을 듣고 싶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직후 군에 가게 되었다. 군 복무 중 철책선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한반도의 절반이 잘려나간 비극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제대 후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다. 1989년 동남아시아 선교사 생활을 하던 시절 독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그 후 10년이 지난 1999년 한반도 통일을 위해 내가 보다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미국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미국 이주 초기부터 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는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두게 하시는 뜻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스쿨버스 운전기사 일을 하며 받는 일당에 의지하여 근근이 삶을 꾸려간다 하더라도, 나라를 잃고 광야 벌판을 헤맸던 아버지의 삶에 비하면 무엇이 어렵겠는가 하는 심정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민주주의 성취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다."

- 아버님 장준하 선생이 장 목사님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나?
"아버지는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돌베개> 후기에 '이제 나는 살아서 오십 대 초반을 보내며 잠자리가 편치 않음을 괴로워한다'라고 쓰셨다. 이 말씀을 통해 아버지께서는 내게 살아가면서 진정 괴로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셨다." 

"박근혜정권, 과거 악행 사죄하고 왜곡된 역사 회복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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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 목사 ⓒ 장호준


- 지금 대한민국은 국방 비리에 휘말려 있다. 우리나라의 국방비리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또한 박근혜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권을 반환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입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국방비리는 민족분단과 이념몰이를 집권의 도구로 사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자행될 수밖에 없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통일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아 갈 거라 생각한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들이다. 또한 민족 분단으로 얻은 정치·경제적 이득을 위해 민족뿐 아니라 자신들의 양심과 영혼까지 모두 팔아버린 자들이다.

이러한 반민족·반민주 세력은 이승만의 집권욕에서 비롯한 민족분단에서 발원하여, 박정희의 군사쿠데타와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개헌들을 통해 성장했다. 권력쟁취와 개인영달을 위해서라면 민족도 민주주의도 희생 시킬 수 있다는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 결과, 민족분단을 빌미로 유발시킨 군사적 긴장을 통하여 획득한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국가의 기본권인 '작전권'조차 미국에 맡겨버리는 매국적 행위를 부끄러움 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방위산업 비리나 전시작전권 포기 등의 결과는 군대가 국가의 방위와 안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집권자의 권력유지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군대와 집권자 간의 야합이 만들어낸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과 서민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사회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박근혜 정권은 '가업상속세제 개편안'을 발표해 이것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대통령 동생 박지만의 아들이 190억 원의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어머니를 찾아와 '모두 다 갚아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사실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들이 근현대를 거치며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대가를 다 지불했다. 동족상잔이라는 처참한 전쟁으로, 4·19 희생과 광주민주화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시민혁명과 IMF 고통 등. 그러니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갚아야 할 차례다.

박근혜 정권은 이제 과거의 악행에 대해 사죄하고 왜곡된 역사를 회복시켜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분열과 고통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 죄과는 박지만의 아들에게까지 전가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서 190억 원의 세금을 감면받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민족의 역사 앞에 수백 수만 배의 치욕스러운 과오를 남겨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경제' 운운하며 허울뿐인 보여주기식 정치를 할 게 아니라, 지난 역사 속에서 민족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함으로 인하여 저지른 분열과 고통 그리고 희생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 역사와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갚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 장호준 목사는 1988년 목사안수를 받았고,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선교사 활동을 6년간 했다. 1999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코네티컷주립대학에 위치한 스토어스한인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미주 11개 도시에서 '박근혜 후보 낙선운동'을 벌였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이래 미주 지역의 진보적 한인들의 연대인 '미주희망연대'를 설립하여 전 미국 규모의 순회 강연회 및 역사교육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중에는 생계를 위하여 맨스필드 지역의 스쿨버스 운전사로 일을 하고 있다.
#장준하 #장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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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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