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청년단, 청소년단체인 줄 알았다"

청소년수련관, 대관 허락했다 불허한 까닭... 서북청년단 "재건총회 예정대로 강행"

등록 2014.11.27 19:35수정 2014.11.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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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훼손 시도하는 '서북청년단' 가위와 박스를 든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 회원들이 28일 오후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추모 노란리본 강제철거를 시도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론분열의 중심에 서 있다' '노란리본이 오래되어 지저분하고 보기 싫어졌다' 등의 이유를 들어 노란리본을 잘라 서울시에 전달해 영구보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명분을 밝혔다. '서북청년단'은 월남한 청년들이 해방직후 결성한 단체로 '반공'을 앞세워 테러를 일삼은 우익단체이다. ⓒ 권우성


지난 9월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훼손을 시도하며 논란을 일으킨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아래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재건총회를 열기로 했다가 행사 하루 전 행사장 대관 불허 통보를 받았다.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오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재건총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수련관이 하루 전날인 27일 이를 불허한 것이다.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예정대로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절대 대관해줄 수 없다"는 수련관 쪽과 충돌이 우려된다.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해방 직후 공산주의자로 의심되는 인사들에게 폭력과 테러를 자행한 극우반공단체 서북청년단의 재건을 위한 모임이다.

김규범 서울청소년수련관장은 2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실무 담당자는 서북청년단이라고 하니까, '서울 서북지역에 청소년 단체가 하나 생기는구나' 하고 대관 허가를 내줬다고 한다"며 "그런데 오늘 언론에 서북청년단의 재건총회를 연다는 보도를 보고 정중하게 불허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김규범 관장은 이어 "그런 행사는 수련관 운영 규정에 위반되는 것"이라며 "(서북청년단 재건위 측에) 정중하게 '행사 전날 통보하게 돼서 미안하지만, 수련관은 규정상 원래 이런 행사를 허가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수련관 시설대관 운영 규칙 제5조에 따르면, 청소년수련관의 설립취지와 운영내용에 반하거나 미풍양속을 해할 우려가 있을 때, 특정한 정당이나 종교의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시설대관의 취지와 부적합하다고 인정할 때 등의 이유로 사용승인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제6조는 사용허가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때, 사용허가조건(시설대관 준수사항)을 따르지 않을 때, 사용승인을 취소할 수 있으며 사용자에게 손해가 있을지라도 그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대관을 신청한 곳은 서울 시내 여러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련관 중 을지로에 위치한 곳으로 '한국청소년육성회'가 위탁운영 중이다.


재건위 "하루 전날 불허? 강행하겠다 vs. 수련관 "열쇠 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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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소년수련관은 당초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서북청년단 재건위의 재건총회에 대해 수련관 운영 규정을 들어 불허 통보했다. 사진은 수련관 운영 규정 중 일부. ⓒ 최경준


수련관 측의 불허 통보에 대해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북청년단 재건위 측은 불허 통보에도 불구하고 수련관 측에 "예정대로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압박했다.  

김규범 관장은 "(행사를) 다른 장소로 옮겨달라'는 우리의 요청에 그쪽(서북청년단 재건위)에서는 '(행사) 하루 전에 그러면 되느냐. 예정대로 강행을 하겠다'고 하더라"며 "그러나 수련관의 설립취지에 반하는 행사는 대관을 할 수 없다는 운영 규칙이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행사를 강행하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김 관장은 "우리가 행사장 열쇠를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행사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떤 행사인지 몰랐으면 몰라도 알게 된 이상 절대 대관을 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위 등을 통한 전시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니라 내부 행사를 치러야 하니, 아마도 장소를 옮기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앞서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지난 26일 배포한 자료에서 "28일 오후 2시 서울시립 청소년 수련관에서 20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북청년단 재건총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총재에는 해방공간에서 서북청년회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손진(95)씨를 선임할 예정"이라며 "고문으로는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정기승 전 대법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손진씨는 이 자료를 통해 "같은 민족이라 하더라도 사상과 이념이 다르면 적대관계가 될 수 있다"고 밝혔고, 김동길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적화통일을 분쇄하는 구국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배성관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는 66년 만의 서북청년단 첫 모임인 셈"이라며 "향후 활동은 회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최근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집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북청년단 재건위는 지난 9월 28일 서울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눈치를 보고 있는 서울시장과 정부를 대신해 결행한다"면서 추모 리본을 자르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한편 이들이 재건을 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은 해방 뒤 월남한 서북 지방 청년들을 중심으로 1946년 11월 30일 서울에서 결성된 극우반공단체다. 이들은 강령으로 조국의 완전자주독립의 전취(戰取), 균등사회의 건설, 세계평화에 공헌 등을 내세웠지만 주로 한 일은 좌익세력에 대한 '백색 테러'였다.

후지이 다케시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실장은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서북청년회가 정식 명칭인데 서북청년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면 조직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대공 투쟁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있는 듯하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때려잡아야 할 빨갱이로 규정하고 반공 프레임을 노골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북청년단 재건위 #서울청소년수련관 #극우단체 #세월호 #서북청년단 재건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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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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