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사회 덴마크로 이민? 우리 안에 유토피아 있다"

[현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행복한 우리 만들기' 100번째 강연

등록 2014.11.28 08:21수정 2015.02.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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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7일 경기도 김포 김포아트홀에서 <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북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한국사회는 지금 변화를 위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9월부터 전국을 돌며 '행복한 우리 만들기'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오고 있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진단이다. 그가 지난 3달 동안 강연을 위해 차로 누빈 거리는 1만5000km가 넘는다. 이 여정에서 만난 사람만 약 9천여 명이다. 이들과 행복을 주제로 대화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행복한 우리 만들기' 강연은 지난 9월 초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발간과 동시에 시작됐다. 이 책은 유엔(UN)이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덴마크에 주목한 책이다. 오 기자는 지난해 봄부터 1년 6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덴마크 전국을 누볐고, 그 사회가 행복한 이유를 찾아 책으로 엮었다.

오 기자가 책을 낸 이유는 단 하나다. 우울증에 빠져 있는 한국사회에 희망을 제시하고 싶었다. '행복한 우리 만들기' 강연도 그 연장선상이다. 애초 20회만 계획했던 강연은 100회까지 이어졌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세월호 참사와 28사단 가혹행위 사망사건 등 잇단 비극적 사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멈추어야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

27일 김포시청과 김포아이쿱생협의 주관으로 열린 100번째 강연에도 행복한 삶을 고민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평일 오전에도 9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고, 강연장 구석에는 품에 안은 아이를 서서 달래며 강연을 듣는 젊은 엄마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강연에서 오 기자가 꼽은 덴마크 사회의 행복 비결은 '학교'였다. 오 대표는 "덴마크는 학교에서부터 행복한 인생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시만 바라보며 모든 즐거움을 유예하는 우리 교실과 달리, 덴마크의 교실은 공부보다 '스스로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공간이다.


대표적인 예가 7학년까지는 등수와 점수를 매기지 않는 것이다. 그곳에는 학교와 학원에 '○○대학교 수석 입학', '기말고사 1등' 따위 현수막이 붙지 않는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 보다 더불어 함께한다는 정신을 가르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뒤처진 아이를 가르치며, 말이 많은 아이는 조용한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자존감도 기르고, 협동하는 방법도 배운다. 오 기자는 "성적제일주의인 우리와 달리 덴마크에서 성적은 여러 우수해야 할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덴마크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도 준다. 애프터스쿨로 불리는 '인생학교'가 그런 곳이다. 덴마크 학생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기숙형인 인생학교에서 6개월~1년 동안 취미생활에만 집중한다. 여행이 취미라면 1년 내내 유럽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역사를 함께 익히거나, 숲속에서 목공예만 배우다 졸업 작품으로 모두가 함께 집을 짓는 곳도 있다.

잠시 멈추어 갈 수 있다는 것은 덴마크와 우리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덴마크에선 성인들도 인생학교에 간다. 회사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졌을 때,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더 나은 선택지를 고른다.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오 기자는 "우리는 '이렇게 살면 안 될 텐데'라는 고민만 하다 나이 마흔을 넘긴다"며 "멈춰서야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건 든든한 사회안전망 덕분이다. 이들은 의료, 주거, 교육 등을 국가가 주는 '사회임금'으로 해결한다. 정부로부터 받는 게 많으니 소득의 50% 이상을 세금으로 내도 아깝지 않다. 오 기자는 "덴마크 사람들은 세금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부와 국민 사이에 쌓인 신뢰는 사회안전망을 지속가능하게 한다.

이미 변화가 시작... "덴마크로 이민 갈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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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27일 경기도 김포 김포아트홀에서 <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북콘서트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이희훈


한국과 정반대 모습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날 강연에서 오 기자는 "우리 안에 덴마크가 이미 있다"고 강조했다. 여섯 살 아이를 둔 한 독자가 "제가 덴마크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고 이메일로 물어왔을 때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으라"고 조언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전국을 돌아보니 정말로 깨어나고 있는 걸 느꼈다"고 강조했다.

독자가 자발적으로 신청한 이 강의가 100회까지 이어졌다는 것도 그 증거다. 오 기자는 "찾아간 곳마다 변화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며 "네트워크를 만들어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결코 외로운 길이 아님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그에게 보낸 독후감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오 기자는 "강연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은 이 책을 읽고 떠나거나, 그냥 살거나, 확 바꾸어야 한다는 선택지 중에 확 바꾸는 걸 선택했다고 알렸다"고 소개했다. 부모님의 바람대로 의대에 진학한 한 대학생 독자도 마찬가지였다. 오 기자는 "그 독자는 본인은 부모 뜻에 따라 의대에 왔지만 '아이를 낳으면 꼭 원하는 걸 하게 해주자고 다짐했다'는 글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어서 오 기자는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기운을 변화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시민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덴마크가 행복사회를 만든 건 국가가 아닌 시민운동이 이룬 성과"라며 "우리도 시민들이 나서서 직접 판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중요한 것이 투표다. 깨어 있는 시민들의 운동을 묵묵히 지원해줄 정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오 기자는 영화 <레미제라블>의 줄거리를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인 학생운동 세력은 프랑스혁명에서 패배했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은 지구 곳곳에서 뿌리내리고 있다"며 "우리는 더불어 함께한다는 마음을 동네에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 '행복한 우리 만들기' 특강 영상 바로 보기 : http://omn.kr/b0n3
#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한 우리 만들기 #김포 아이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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