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현재를 먹여 살리는 '시안', 참 대단하다

6일간의 시안 여행1

등록 2014.12.01 09:59수정 2014.12.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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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의 두 번째 떠남. 4년 전, 첫 떠남 땐 동북쪽의 길림성이었다. 일종의  단순한 기행으로 명동의 윤동주 생가와 용정 주변을 둘러보고, 백두산 천지를 둘러보는 여행길에서 고달팠던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이번엔 25명의 학생들과 함께 중국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西岸)으로 향했다.

시안은 사방 약 8백만 리가 평지로 된 지역이라 한다. 주나라부터 13개 왕조의 흥망성쇠의 흔적이 남아 있고 4천 개의 황제 무덤이 있다는 문화와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도다. 또 개발붐을 타고 고층빌딩들이 우후죽순처럼 우뚝우뚝 들어서는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현대적 도시이기도 하다.


그런 현대와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안의 첫 모습은 안개 가득한 일반 중국 도시의 모습이다. 스모그로 인해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뿌연 시안 시내의 모습은 급속도로 증가한 자동차와 분지 지역이라 바람이 빠져나가지 못한 지형적 특성 때문이라 한다.

사람 살기 좋은 시안에서 1주일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뿌연 스모그에 의해 목감기가 걸릴 듯한 환경이 내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뿌연 스모그만 없다면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시안은 맑고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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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제82중학 강당에서 교류학습 환영행사 ⓒ 김현


인천공항에서 3시간 넘게 하늘을 날아 시안 공항에 도착하니 점심 때가 다 되었다. 공항엔 중국 시안 제 82중학 교사와 학생들이 마중을 나와 있다. 82중학은 중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학교다. 180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고 교사가 150명일 정도로 상당히 큰 학교다. 제 82중학과 내가 있는 전북 전주의 완산중이 교류를 시직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이런 인연으로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서울로 유학을 오기도 하고, 이곳 학생들 또한 중국으로 유학을 간 학생들도 상당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년 7월이면 중국에서 방문을 하고 10월에 한국에서 답방을 한다. 지난 7월에 이곳 교사들과 학생 25명이 한국을 방문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갔다. 그 답방 형식으로 이번에 우리 학생들이 중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한 번 봤던 낯익은 얼굴들이라 그런지 서먹함보단 반가움에 악수를 나누는데 따스함이 묻어난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공항에서 20여 분 정도 버스를 타고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중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기내식을 먹은 지 얼마 안 돼선지 아이들은 젓가락만 찝쩍거릴 뿐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지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까다로운 입맛이 벌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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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 성벽. 시안 사람들에게 이 성벽은 휴식처이고 자랑거리이다 ⓒ 김현


점심을 먹고 우리가 향한 곳은 시안의 성벽이다. '대명 성벽'이라고도 부르는 이 성벽은 6백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 명나라 홍무제 3년부터 8년여에 걸쳐 축성된 성이다. 성 전체 길이가 13.6km, 높이가 12m, 폭이 15m로 높고 두터운 고성벽인데 중국에서 보존된 성 중에서 4대문이 그대로 보존된 가장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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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이 우비가 성의 붉은 기와 등이 이상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 김현


이 성은 일종의 토성인데 흙을 쌓고 돌과 벽돌로 쌓고 덮어 만든 성이라 한다. 15m나 된 폭은 우리나라 성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벽돌 하나 하나엔 성을 쌓았던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다. 지금은 대부분 지워진 상태이나 이따금씩 이름 같은 글자가 새겨진 돌(벽돌)을 볼 수 있다. 그 넓은 성곽을 밟으며 여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의 노고가 들어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자동차가 쌍방으로 오고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성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곳은 1년 강수량이 평균 600mm 정도로 비가 적게 온다 한다. 기껏해야 1년에 비가 대여섯 번쯤 온다 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비가 오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올핸 다른 해에 비해 비가 많이 왔다며 좋아했다. 비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니 가뭄 해소도 있지만 비가 온 뒤의 맑은 하늘,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기 때문이란다. 비가 오면 오염물들이 잠시 길을 비껴줘 온 가족들이 맑은 하늘을 보며 공기를 마시고 즐기기 위해 밖으로 모두 나온다 하니 새삼 한국의 맑은 하늘을 늘 볼 수 있다는 게 그리 고마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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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위에서 셀카를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거닌다 ⓒ 김현


우의를 입은 우리 일행은 82중학 부교감인 乔武举(챠오우지) 선생의 안내를 밟으며 성 산책길에 나섰다. 모처럼의 호젓함에 젖은 우리는 여기가 중국인 것도 잠시 잊은 채 사진을 찍으며 느릿느릿 마음을 풀어놓았다. 여선생인 최 선생과 이 선생은 소녀처럼 들떠 있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고 했던가? 고3 엄마인 최 선생의 얼굴에 생기가 방글거리기까지 한다.

30여 분 걸으니 비가 그친다. 성에 어둠이 내리면서 하나 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외국인 노부부가 백발에 웃음을 가득 안고 2인용 자전거를 타고 환하게 달려간다. 600여 년 전 군사들이 창과 칼을 들고 서있던 곳을 지금은 자전거와 전동차를 타고 노닐고 있다. 몇몇 연인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거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몇몇 녀석들은 그들을 부러운 듯 바라보다 눈을 마주치곤 배시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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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리면서 성 위에 하나 둘 불이 켜지는데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 김현


중국 시안은 유적의 보고이다. 진시왕 병마용갱부터 당 현종과의 사랑과 비극이 담긴 화청지, 대명궁 유적공원 등 시안은 진시황부터 명·청의 유적들까지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곳이 진시황의 병마용과 화청지, 섬서박물관 등 진·당의 유적지와 그곳에서 나온 유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시안 사람들은 과거가 현재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시안의 유적 발굴과 홍보가 성공하면서 중국 내 다른 성에서도 유적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니 과거가 현재의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허언은 아닌 듯싶다.

불 켜진 성을 걸으며 호젓한 아름다움에 젖어본다. 성 밖으로 불빛들이 화려하게 켜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성을 중심으로 성 안의 모습과 성 밖의 모습이 다르다. 성 밖은 크고 화려한 건물들이 즐비한데 성 안은 낡은 건물과 우리의 전통시장의 모습들이 들어섰는데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사람들의 발길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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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어둠이 깔리면서 환하게 붉은 빛으로 치장되는 모습 ⓒ 김현


비가 오고 쌀쌀한 밤이 되어서인지 조금 한기가 느껴졌다. 사람들의 인적도 뜸했다. 쌀쌀한 기운에 비닐 우비를 다시 걸쳤다. 여선생들이 피곤하고 다리도 아프다고 말한다. 전주에서 새벽 2시에 출발해서 쉼 없이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시계를 보니 6시 50분을 향하고 있다. 약간의 허기를 느끼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옛사람들의 고난의 땀방울이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닌가. 또 그런 역사를 바라보고 느끼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중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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