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노동자 울린 영화 <카트> 대사는... "억울해서"

[현장] 씨앤엠-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파업노동자들, 단체 관람

등록 2014.12.02 20:02수정 2014.12.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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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본 백기완과 명진스님의 '눈물' 투쟁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영화 '카트'를 관람한 백기완 소장과 명진 스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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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소리 사라진 객석, 울음소리 터져나오고... 투쟁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극장에 들어섰다. 불법 해고 통보를 받은 마트 노동자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팝콘 소리는 사라지고, 객석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 권우성


"억울해서."

현재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이 한마디에 무너졌다. 7년 전 이랜드 홈에버 파업을 다룬 영화 <카트>가 상영된 서울 종로 피카디리 영화관 곳곳에는 헛기침과 눈물 훔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객석이 크게 동요한 순간은 아르바이트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편의점 사장과 시비가 붙어 경찰서까지 간 아들이 '왜 그랬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답하는 장면이었다. 아들의 대답은 "억울해서"였다.

6개월째 거리에서 농성 중인 씨앤엠 노동자들을 비롯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2일 오후 오랜만에 농성장을 벗어났다. 이들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명진 스님의 제안으로 단체 영화 관람에 나섰다. 영화표는 박재동 화백, 유초하 충북대 명예교수 등 6명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백기완 소장·함세웅 신부·명진 스님, 노동자들 손잡고 극장에 오다

영화 시작 전 팝콘을 나눠먹으며 상기된 모습으로 영화관에 들어간 노동자들의 얼굴은 1시간 40여 분 후 달라져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출입구에서 만난 문창조(49)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SK 진짜 사장 비정규직 책임져라'라고 쓰인 빨간색 몸자보를 두른 그는 "영화 내용 중 파업 기간에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영화 주인공의 아들처럼, 그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 또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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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위해 '카트' 단체관람 추운겨울 농성하는 비정규직을 위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명진 스님, 함세웅 신부가 씨엔앰,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설치수리 노동자들과 함께 2일 오후 종로3가 피카디리롯데시네마에서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카트>를 단체관람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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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인근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노동자가 울먹이며 말을 잊지 못하자, 명진 스님이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 권우성


근처 카페에서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서 지은희 희망연대노조 씨앤앰텔레웍스지부 지부장은 영화 속 마트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노조활동을 시작하는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지난 8월 5일 처음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는 지 지부장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덜덜 떨며 마이크를 잡은 것처럼 나도 청심환을 먹고 노조 소식지를 돌렸다"며 "그렇게 12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노조원이 39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최명규(40)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영화 주인공들이 입은 조끼에 쓰여 있던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감동적으로 와닿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난 뒤 모두가 함께한다면 정말로 큰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동자들의 소감을 듣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시사회에 이어 두 번째로 관람했는데, 이 영화는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그린 영화"라고 말했다. 객석 한가운데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관람한 백 소장은 "상영관을 한 곳이라도 더 늘리는 데 앞장서서 우리 이야기가 영화관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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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관람을 마친 뒤 명진 스님, 백기완 선생, 비정규 노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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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과 백기완 소장이 손을 맞잡고 있다. ⓒ 권우성


#카트 #백기완 #씨앤앰 #케이블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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