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무려 2시간... 중국 학교 정말 부럽다

6일간의 시안 여행2 -곡강에서 이백을 떠올리다

등록 2014.12.04 10:32수정 2014.12.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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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우리의 초가을 날씨 같다. 예의 그 스모그만 없다면 시안의 맑고 청명한 하늘을 보고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을 터인데 아무리 맑은 날씨에도 시안의 도심은 늘 희뿌연 안개 속이다.

10년 전만 해도 투명한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는데 개발은 자연의 깨끗함을 앗아갔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다고 했지만 너무 큰 것을 잃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질적 풍요를 얻었지만 그들은 365일 하늘 한 번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어 마시지도 못하고 바쁘게 살아간다. 비가 오기 전까진 말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이 비를 유난히 반기는 듯했다. 아니, 비 온 뒤의 하늘이 반가울 것이다.


일어나 간단히 씻은 후 호텔 식당에 갔다. 아침은 간단한 과일이다. 중국에서 보낸 6일 동안 나의 아침은 늘 똑 같았다. 접시에 토마토 대여섯 조각, 망고 두 조각, 수박 한 조각, 물처럼 맑은 조나 찹쌀 죽 반 그릇, 이것이 내 아침밥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아침을 거의 먹지 않은 탓도 있다. 하지만 여행길에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배를 많이 채우는 것보다 조금 덜 채우는 것이 훨씬 편하다. 특히 단체 여행에서 배를 가득 채우면 가끔 여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그러면서도 아침부터 저녁밥처럼 우람하게 먹어대는 사람들이 때론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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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제82중학에 들어서는 길, 학생들이 나와 환영해준다 ⓒ 김현


아침을 먹고 우리 일행은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제82중학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학교까진 버스로 20여 분 거리. 학교에 도착하자 제82중학 오광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과 학생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학생들이 양 손에 꽃수술을 들고 환영하는데 그 모습이 낯설지 않고 어디선가 많이 본 듯했다.

점심시간 두 시간,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하는 중국 아이들

18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중국 제82중학은, 우리로 치면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다. 우리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점심시간이다.


이들의 점심시간은 2시간 정도다. 점심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향한다. 대부분 아이들이 학교 근처에 집이 있다. 학교에도 급식 시설이 있어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이나 멀리 사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밥을 먹는다.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아이들은 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 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 아이들은 낮잠도 한숨 자고 온다고 한다.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배드민턴을 치거나 축구를 하며 논다.

보통 우리나라의 점심시간은 50분 내지 1시간이다. 급식하는 학생이 천 명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 늦게 밥을 먹는 경우엔 점심 먹고 교실에 들어오기가 빠듯한 경우도 있다. 점심 먹고 양치하기도 빠듯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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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에 참가한 학생들과 기념사진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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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추는 중국 학생들...평상시에도 우리의 동아리 활동과 같은 것을 통해 다양한 장기를 발휘한다고 한다.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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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댄스... 조금 어설프지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 김현


그렇다고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자동차를 세워두고 줄을 서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학부모들도 대부분 맞벌이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에 가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낮잠도 한숨 자고 온다. 가까운 곳에 사는 애들은 점심 먹고 학교에 와서 배드민턴을 치거나 축구를 하며 논다. 점심 먹기도 빠듯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들도 우리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필요에 따라 방과 후 수업도 하지만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는 없다. 이런저런 이야길 들으니 오늘은 괜스레 아이들이 안쓰럽게 다가온다.

곡강에서 달과 술에 취해 시를 읊은 이백은 어디 갔는가?

학교에서 간단한 환영식을 하고 과학실, 컴퓨터실, 실험실 등을 둘러보는데 그들이나 우리나 좋은 시설에서 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은 똑같음을 알 수 있었다. 학교를 둘러 본 후 곡강(曲江)으로 향했다.

곡강유적공원은 당(唐)나라 때의 황실정원으로 지금 조성된 정원보다 그 규모가 10배 정도였다 한다. 지금의 크기도 작지 않은데 10배라고 하니 규모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곡강은 당 나라가 번성하면서 문화도 융성했다 한다.

그러나 당의 쇠락과 함께 장안성이 무너지면서 이곳도 쇠락했다. 남아 있던 곡강 주변의 옛 건축물들도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대신 평당 1500만 원이 넘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곡강지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곡강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파트가 보인다. 그 뒤에 또 다른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은 더 비싸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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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실 같은 특별실의 여러 학습도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중국의 오광 교장 선생님 ⓒ 김현


곡강 일대는 장안에서 가장 번창했던 문화 중심지였다 한다. 2000년 전 진시황이 하나의 무덤 풀로 사라졌듯 화려한 당의 문화도 세월의 흐름에 묻혔다. 그리고 2003년 시안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서유기>의 현장법사에 의해 세워진 대안탑을 중심으로 지금의 곡강과 현 당나라 거리로 조성된 서안 대당불야성(大唐不夜城)까지를 새로운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그리고 이 세 곳을 연결하는 모노레일도 만들었다. 이 모노레일에는 사람들도 탈 수 있게 만들어졌는데 문제가 있어 지금은 빈 레일만 가끔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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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강지 ⓒ 김현


곡강에 대한 이런 저런 것을 현지 가이드 겸 통역을 하는 오 선생에게 들으며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구경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을 1시간 정도 줬지만 곡강의 한가로움에 느릿느릿 걷는다. 걸으며 옮겨 놓은 옛 유적을 감상하기도 하고, 새로이 조성된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곡강지 주변에 있는 유물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리로 막을 쳐서 보호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보호막 속의 유물들은 대부분 당나라, 명나라 때의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것은 곡강지가 새로 조성되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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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강지에 대해 설명해놓은 바위와 돌다리... ⓒ 김현


곡강지 주변을 감상하다 보면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못 가운데에 있는 허름한 배다. 나룻배 마냥 외로이 떠있는 배 한 척. 우리의 나룻배와는 사뭇 다르다. 작은 배에 사각의 방처럼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배. 옛 사람들이 주로 술잔을 기울이며 노닐던 배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물과 배. 술 한 잔에 밤이라면 달도 떠 있을 것이다.

물과 배, 달과 술을 생각하니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오른다. 달밤에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썼다던 시선(詩仙) 이백이다. 그리고 술에 취해 뱃놀이 하다 채석강에 비친 달이 너무 아름다워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던 이백이다. 평생 술과 함께 세상을 주유하며 말이 시가 되고, 시가 말이 된 이백을 생각한 건 단순히 곡강지의 외로운 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당 현종 말기에 이백은 현종의 부름을 받고 이곳에서 지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 선생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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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냇가의 돌다리 마냥 정겹다 ⓒ 김현


"혹시 이백에 대해 아시나요? 저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보니 생각나서요."
"그럼요. 이백이 곡강에서 뱃놀이를 자주 했다고 해요. 아주 빼어난 경치를 자랑했는데 지금은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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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외로이 떠있는 배 한 척 ⓒ 김현


이태백이 달밤에 술을 마시고 시를 읊조리고 뱃놀이 했다던 곡강이 지금의 곡강지는 아니란다. 그때 이백이 노닐던 곡강은 지금은 육지가 되어 알 수 없다 하는데 실제 그가 배를 타고 술과 함께 시를 읊었던 곳을 봤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든다. 하지만 이내 술을 마시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노래를 읊었던 이백의 시 '自遣(자견)'을 생각하며 곡강지를 나왔다.

對酒不覺暝대주불각명   술을 마시다 보니 날 저문 줄 몰랐는데
落花盈我衣낙화영아의   꽃잎이 떨어져 나의 옷자락에 가득하구나
醉起步溪月취기보계월   취한 몸 일으켜 달 비친 개울을 걸으니
鳥還人亦稀조환인역희   새는 돌아가고 사람 또한 드물구나


곡강지 옆 넓은 잔디밭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여러 가족들의 노니는 사이로 플란다스의 개 같은 큰 개 두 마리가 어린 주인과 뛰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여기가 중국인가 한국인가 헷갈린다. 함께 곡강지를 구경한 아이들이 "우리도 저기서 조금만 놀다가요" 한다.
#중국 시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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