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대표 "나는 정치적 희생양... 배후에 정명훈 있다"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밝혀... "직원 호소문 제출 경위 조사 해달라"

등록 2014.12.05 17:54수정 2014.12.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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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폭언,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직원들로부터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단장이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권우성


폭언과 성희롱, 인사 전횡으로 사퇴 요구를 받은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52)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정명훈 예술 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서울시향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직원들이 호소문을 통해 밝힌 폭언과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이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향 연습실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표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 중 대부분을 정 감독과 서울시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다.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돌연 취소한 박 대표는 이날은 작심한 듯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기자회견 도중 기자들이 박 대표의 말을 끊고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해 해명 해달라"고 두 차례 요구할 정도였다.

폭언과 성희롱, 인사전횡에 대한 입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인사전횡에 대해선 적극 부인했지만, 폭언과 성희롱 의혹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앞선 지난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호소문을 통해 박 대표가 "술집마담 하면 잘할 것 같다",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라도 나가서 음반 팔면 좋겠다" 등 직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인의 자녀를 채용하는 인사 전횡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인사전횡 주장은 적극 부인, 폭언·성희롱 의혹에는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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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폭언,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직원들로부터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단장이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권우성


먼저 박 대표는 일상적으로 폭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제가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썼고, 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죄송하다"면서도 "말투가 거칠었을 뿐 욕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기자가 '욕설'과 '폭언'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박 대표가 끼어들어 "욕설, 폭언이라는 표현을 쓰기 전에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미니스커트'와 '마담' 발언에 대해선 "직원이 아주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어 지적한 적은 있지만 발언의 맥락이 왜곡된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인지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과 감사관 앞에서 같이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성희롱 의혹에 대해선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와 언제, 어떤 식으로 당했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기자가 "직원들의 호소문에 날짜와 장소, 상황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고 되묻자 "감사원의 감사를 철저하게 받겠다"고만 답했다.

지인의 자녀를 채용했다는 인사 전횡 의혹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이었다. 박 대표는 "무료로 서울시향의 중장기 작업을 도와준 자문위원 한 명이 자신의 딸을 무급 인턴으로 써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두 달 동안 자료 조사하는 작업을 맡겼을 뿐 채용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직원들 배후에 정명훈... 호소문 제출 경위 조사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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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폭언,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직원들로부터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단장이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5층 연습실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박 대표는 이번 일은 정명훈 예술감독의 사조직처럼 운영되는 서울시향을 바꾸려는 과정에서 자신이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원들이 문제제기한 배후에도 정 감독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박 대표는 "처음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때 서울시향은 행정업무 미숙으로 단원 평가가 뒤바뀌고, 인사 규정을 위반하고 정 감독의 지인이 채용되는 등 방만하고 사조직처럼 운영되던 곳이었다"면서 "나태하고 공사 구분 없는 문화를 체계화시키려는 저의 목표와 기존 문화에 익숙한 분들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이런 과정에서 정 감독이 박원순 시장에게 '박 대표랑 일 못한다, 직원들도 다 싫어하니 나와 재계약을 원하면 11월 안에 정리해 달라'고 요구하며 직원들이 쓴 호소문를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는 정 감독이 새로 계약서를 쓸 때 상황을 잘 아는 내가 대표로 있으면 제한된 내용으로 작성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고, 박 시장이 거기에 부응한 게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그 후 박 시장과 면담 자리에서 서울시의회 회기까지만 마치고 갈테니 몇 주만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무리한 요구가 아닌데도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나가라고 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감사원에서 서울시향을 감사한다는데, 적극적으로 받을 것"이라며 "저는 어떠한 조사도, 감사도 피하지 않으며 제 희생으로 서울시향이 조금 더 투명하고 발전적 단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미리 준비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떠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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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장 떠나는 박현정 단장 성희롱, 폭언, 인사전횡 등을 이유로 직원들로부터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박현정 단장이 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박현정 #정명훈 #박원순 #서울시립교향악단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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