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일만에 막내린 홍콩 민주화 시위, 무엇을 남겼나

홍콩 경찰, 시위 캠프 철거... 시위대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

등록 2014.12.12 14:45수정 2014.12.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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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의 민주화 시위대 해산을 보도하는 영국 BBC 뉴스 갈무리. ⓒ BBC


중국에 맞선 홍콩의 역사적인 첫 민주화 시위가 75일 만에 막을 내렸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최후통첩대로 11일 시위대의 본거지 홍콩섬 애드미럴티 지역의 시위 캠프 철거에 나섰다. 끝까지 저항한 시위대 20여 명이 경찰에 끌려나가며 체포됐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큰 저항 없이 떠났다.

철거 작업에 투입된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캠프 주변에 둘러놓은 바리케이드와 철조망을 치우고 텐트와 우산 등을 거둬갔다. 또한 캠프에서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시위대를 끌어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돌아올 것이다" 라는 대형 걸개를 펼쳐 보이며 중국 정부에 민주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시위에 나서겠다는 경고를 던졌다.

시위 지도부 가운데 하나인 대학생 연합체 홍콩전상학생연회 알렉스 차우 비서장도 "오늘은 시위 캠프가 철거당했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대한 중국 정부에 맞선 홍콩의 '풀뿌리 시위'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중국이 오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친중국 성향의 인물을 내세우기 위해 후보자 자격을 제한하기로 하자 홍콩 시민들이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시작됐다.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위대가 10만 명에 육박하자 당황한 홍콩 경찰은 10년 만에 최루탄을 들고 나왔고, 시민들이 이를 막기 위해 우산을 펼쳐 들면서 '우산 혁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제사회도 이번 시위가 제2의 톈안먼 사태로 여기며 주목했고, 자존심을 건 중국 정부가 더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 영국 등 서방과의 외교적 마찰로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가 두 달 넘게 장기화되면서 점차 관심이 떨어지고 피로감도 누적됐다. 또한 도심 기능 마비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민들의 지지도 시들해졌다.

결정적으로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 연합, 중·고등학생 연합, 시민단체로 나뉘면서 지속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했다. 결국 지도부 간 의견 충돌로 균열이 생기면서 시위의 동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시위대 몰아낸 중국, 이겼지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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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의 민주화 시위대 해산을 보도하는 CNN 방송 뉴스 갈무리. 홍콩 시위대가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걸개를 펼쳤다. ⓒ CNN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은 이날 정례회견에서 "홍콩 당국은 법적 절차에 따라 사회 안정과 질서를 회복시킬 권리가 있다"며 "이번에 홍콩에서 발생한 도심 점거 시위는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훙레이 대변인은 "홍콩은 중국 정부의 내정에 관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어떠한 외국 정부나 기구, 개인이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며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반박했다.

중국은 강경한 입장을 끝내 고수하며 시위대 해산에 성공했지만 잃은 것도 많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빛은 물론이고 홍콩 시민들의 반중 성향을 자극하며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켜본 대만 국민들도 반중 성향에 다시 불을 지피면서 지난달 29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친중 노선의 집권 국민당에 참패를 안겨주며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홍콩 시위대는 중국 정부에 요구한 선거 개혁안을 받아내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를 거리로 끌어내며 대중의 힘을 중국과 국제사회에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콩 시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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