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국에도 대통령 지지율 걱정하는 <조선>

[분석] 검찰 수사 의구심 여전한데 마무리 발언하는 언론들

등록 2014.12.17 13:33수정 2014.12.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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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 경정 검찰 소환 일명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유출 및 명예훼손 사건 수사 관련 4일 오전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청와대 문건 유출로 시작된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6일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한아무개 경위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는 한층 속도를 높이고 있다. 16일 밤 검찰은 박 경정을 체포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경찰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들고 나온 문건 박스에서 청와대 문건이 유출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문건이 보관됐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에서 한 경위가 이를 복사한 뒤 2차 유출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과 검찰의 수사결과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검찰 내부에서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는 수사였다는 불만이 있다고 보도한 <경향신문> 12월 17일자 1면 ⓒ 경향신문PDF


그러나 검찰 수사에 대해 국민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 15일 <한길리서치> 조사결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3.7%였다.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지지하는 의견이 63.5%에 달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2회에 걸쳐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비치는 발언을 했고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 결과도 그에 수렴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와 7일 새누리당 수뇌부와의 오찬 자리에서 '국정개입 의혹 문건'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이야기"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문건내용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내용" 등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 아니냐"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그 동안 의혹의 당사자인 정윤회씨를 소환조사했고,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조사했고,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외형상 검찰은 조사할 인사들을 불러서 조사를 한 셈이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에 비해 조사 결과는 단순할 전망이다.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대부분 '근거 없음'으로 마무리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형사처벌 대상자로는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1차 유출한 박 경정과 이를 복사해 언론 등에 2차 유출한 한 경위로 국한되는 분위기다. 즉, 국정개입은 없었고 문건만 유출된 것이다.

의혹은 그대로인데, 대통령 지지율 걱정하는 <조선>

민심이반보다 '핵심 지지층' 이반 걱정하는 조선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를 지적하는 <조선일보> 12월 17일자 사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이반에 대해 지적했다. ⓒ 조선일보PDF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조선> <중앙> 등 보수언론에서는 박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우려하며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사설을 같은 날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박 대통령, 핵심 지지층 이탈 조짐 제대로 봐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이 여론조사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면서 이리저리 흔들려서도 안 된다"며 의연한 국정운영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이 이상 떨어지는 것은 국정 운영 동력에 적신호(赤信號)가 켜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사설은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박 대통령 핵심 지지층의 이탈(離脫) 조짐"이라며 "2년 전 대선 때 박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사람 중 지금도 여전히 지지하는 사람 비율이 최근 2~3주 새에 10%포인트까지 빠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추가 지지율 하락 시 국정운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어느 대통령도 집권 초의 높은 지지율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며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언급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40% 선인 지금의 지지율도 집권 2년 차 12월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김대중(50%)·이명박(47%) 대통령보다는 낮지만 김영삼(36%)·노무현(27%) 대통령보다는 높다"며 현재 수준을 설명했다.

<조선>은 같은 날 게재된 '청와대부터 쇄신하라'는 기획기사를 통해서 비서관에 의존하는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지적하며 'No' 할 수 있는 참모로 진용을 재편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40% 아래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을 지적하며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나선 <중앙일보> 12월 17일자 사설 ⓒ 중앙일보PDF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을 통해서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국정쇄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17일자 '40% 아래로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12월 첫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 지지율이 전주 대비 6.6%포인트 하락한 39.7%를 기록했다면서 '큰 폭의 하락'을 우려했다.

이 신문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건 두말할 필요 없이 청와대 문건 파동의 충격 때문"이라고 지지율 하락 원인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권 2년차에 벌어진 권력 내부의 암투에 박 대통령을 지지해 온 '집토끼'들마저 실망하면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중앙>은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방법은 국정쇄신밖에 없다면서 '청와대 비서실 전면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경위, 이해되지 않는 결과들

검찰의 수사결과가 공개된 다음 날 보수언론에서는 입을 맞춘 듯 동시에 '국정쇄신'을 요구하며 마무리 발언을 하고 나섰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문건 유출 의혹을 받고 검찰 수사를 받던 최아무개 경위가 자신의 결백과 함께, 동료인 한아무개 경위에 대한 '청와대 회유' 사실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불과 나흘 전(13일) 일이다. 이어 JTBC는 지난 15일 한 경위에 대한 청와대의 '회유는 사실'이라는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하루 뒤인 16일 JTBC는 "(수차례 인터뷰를 한 한 경위가) 오늘 방송 직전 불안한 마음과 괴로움을 저희 취재진에게 전해 왔다"며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면서 방송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전하며 청와대 회유 의혹 보도를 잠시 유보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한 경위 회유 의혹... 여전한데 청와대에서 한 경위를 회유하려 했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의혹 해소를 주장하고 나선 <경향신문> 12월 17일자 사설내용. ⓒ 경향신문PDF


<경향신문>도 한 경위에 대한 청와대 회유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 신문은 17일자 '청와대, 무엇을 은폐하려 한 경위 회유했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절대권력 청와대를 상대로 한 경위가 거짓 증언을 하거나, 최 경위가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까지 거짓말을 했다고 믿기 어렵다"며 "한 경위의 증언과 최 경위의 유서 내용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특정한 방향으로 검찰 수사를 몰고 가기 위해 한 경위 등을 회유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더라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을 뿐더러, 지난 11월 28일 <세계일보> 보도 이후 언론에 등장해 '의혹'에 신뢰감을 주는 증언을 했던 인사들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건 내용과 관련해 신빙성 6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정씨 전화를 받으라고 전화한 사실'도 폭로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인사개입을 지시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확대 시킨 이도 다름 아닌 이 정부의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진룡씨였다.

이번 검찰 수사의 수혜자를 꼽자면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다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전화를 통해 '문고리 권력'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움직이도록 했고, '불장난' 운운하며 대통령 동생과 대질심문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정윤회씨가 아닐까. 이번 파문을 통해 그는 음지에서 양지로 화려하게 등장한 셈이 됐다.
#국정개입의혹 #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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