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진보당 해산심판... 주목되는 재판관 4인

[전망] 헌재, 예상 깨고 19일 선고... 진보당 "좋지 않은 신호"

등록 2014.12.17 19:03수정 2014.12.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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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석(사진 위 왼쪽부터), 안창호, 이진성, 이정미,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 김이수, 김창종, 강일원, 조용호 헌법재판관. ⓒ 유성호


사실 헌법재판소 선고를 미리 전망하는 것 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특히 참고할 만한 판례가 전혀 없는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심판청구(2013헌다1)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역시 헌정사상 처음이었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청구(2004헌나1)의 경우 그 직전 총선을 통해 국민적 판단이 이미 내려졌기 때문에 헌재의 선고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헌법재판관 9명의 판단에 달려있다. 2004년 10월 헌재는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확인 소송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관습헌법론을 꺼내 위헌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19일 오전 10시 선고기일 소식이 알려진 17일 통합진보당과 변호인들의 분위기를 요약하면 놀라움과 불안감이다. 이날 오후 12시경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의 긴급 브리핑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관련기사 :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선고... 청구 379일, 최종 변론 24일만)

홍 대변인은 "그동안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연내 선고설이 보도됐지만 통합진보당은 이를 믿지 않았다"며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심판이며, 정당 활동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결정을 헌법 수호의 최종 보루인 헌법재판소가 이토록 섣불리 판단하는 일은 없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1월 25일 최종변론을 한 지 한달도 되지 않았다"며 "충분한 심의절차 없이 서둘러 선고기일을 잡았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측 변호인의 좌장 격인 김선수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올해 내로 선고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설마 했다"고 말했다. 역시 변호인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오전 10시가 넘어 (헌재에서) 전화로 통지가 먼저 오고 문자로도 알려줬다"면서 "일반절차로 보면 보통 기일 일주일 전에 통지를 하는데, 이렇게 급하게 알려주는 게 뭔가에 쫓겨서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예상 빗나간 헌재

확실히 헌재의 선고는 빠른 감이 있다. 최종 변론 기일이 열린 지 24일밖에 지나지 않은 면이나, 이 사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이 아직 대법원에 머물러 있는 측면이나, 16만7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기록을 볼 때나, 다른 나라의 유사한 재판(독일의 경우 1951년 유사한 재판에서 약 5년이 걸림)과 비교할 때나, 정당해산심판이라는 사건의 무게감과 엄중함이나,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헌재의 19일 선고는 예상보다 빠르다.

지난해 11월 5일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반한다며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자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이 소송이 매우 오래갈 것으로 전망했다. 극단적으로 현 정부 임기 내에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또 지난 11월 25일 최종 변론기일이 끝난 뒤에도 연내 선고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런 헌재의 빠른 행보가 과연 어떤 결과를 암시할까. 논리적으로 속도와 결과는 인과관계가 없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헌법재판관 9명 중 다수가 이번 사건을 더 이상 숙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 일반절차로 볼 때 선고기일 지정은 과반이 동의하면 정해진다. 즉, 소수가 좀더 숙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더라도 5명 이상이 결론을 내자고 하면 되는 것이다.

앞서 통합진보당 쪽 반응에서 읽을 수 있듯이 이런 상황 전개를 진보당에 좋지 않은 신호로 해석하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법무부의  해산 청구 인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절차는 과반이지만, 해산 결정이 내려지는데 필요한 최소 인원은 6명이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고위법관 출신 재판관 4인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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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9명의 재판관 중 비교적 뚜렷한 성향으로 분류되지 않은 이진성, 김창종, 강일원, 조용호 재판관의 손에 진보당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은 모두 50대에 고위법관 출신들이지만, 지명자는 대법원장과 여야 합의, 박근혜 대통령으로 제각각이다.

이번 사건은 '이석기 RO 사건'과는 별개로 보수파 정부가 촉발시킨 '민주적 기본질서 해석 사건'이다. 법무부는 헌법 제8조 4항,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이 사건을 헌재로 끌어들였다. 이 조항을 얼마나 엄격히 해석하고 신중히 적용할 것인가.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재판관 9인의 결론은 이미 나와있다. 그리고 이틀 뒤 공개된다. 그 결정문에는 대법원 판결문과 달리 9인 개개인의 의견이 모두 실명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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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법무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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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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