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투척 A군 부모 "일베 성금 거부"

담임 교사와 피해자 측 관계자 A군 면회... "다친 사람들에게 사과"

등록 2014.12.17 21:56수정 2014.12.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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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에서 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품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 연합뉴스


"화공계열 열심히 공부해 대기업 취직 꿈도 꾸던 친구인데..."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열린 '통일 토크콘서트'에서 폭발물을 던진 고교 3학년 A군을 면회하고 나온 담임 교사 B씨는 담담하게 기자에게 털어놨다.

A군은 '폭발성 물건 파열 치상' '건조물 침입죄' 등의 네 가지 혐의로 18일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A군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하는 등 중범죄를 저질렀지만, 사람을 다치게 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A군은 경찰에 체포된 뒤에도 다친 사람이 있는 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한 공범은 없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범행 전 동선을 파악한 결과 공범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참소리>가 취재한 결과, 범행 전 A군은 친구 2명과 토크콘서트가 예정됐던 원광대학교를 찾았다. 두 친구는 A군의 범행 의사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행사가 연기된 것을 알고 한 친구는 집으로 돌아갔고, 다른 한 친구는 신동성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가했다. 이 친구는 토크콘서트가 노래 공연인 줄 알고 현장에 갔지만, 강연 형식이어서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다. 범행 당시에는 A군 혼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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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공 계열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어요"


A군은 화공 계열에 재능이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폭죽 등을 다루는 것을 좋아한 A군은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한 편이다. 위험물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A군은 화학분석사 등 같은 학교 여러 학생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한 학생이었다.

담임교사 B씨는 "(화학분석사는) 모든 아이들의 꿈이고, 나중에는 대기업에 도전하는 것이 우리 학교 학생들의 바람이다. A군도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A군은 1학기에 오후 9시까지 화학 공부를 친구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A군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취업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실습을 나가있던 상태였다.

"친구들이 장난을 치면 잘 받아줬고, 과시욕이 있는 친구도 아닙니다. 다만, 일베와 잔혹하고 폭력적인 애니메이션 등 그릇된 문화가 아이 인생을 꼬이게 만든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17일에는 폭발물 피해자모임 관계자들도 A군을 잠시 면회했다. 이 자리에서 A군은 다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또 A군은 이들을 면회하기 전 반성문을 작성하는 중이었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의사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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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8시 20분께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 콘서트에서 고교 3년생 오모(18)군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가방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매캐한 연기가 나면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 연합뉴스


A군을 만난 이세우 전북녹색연합 상임대표는 "누군가를 증오하면 자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말과 함께 A군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니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직접 만나보니 너무 순진한 친구여서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함께 A군을 만난 다른 관계자는 "분단이라는 아픔이 만든 사건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서 "A군의 진정어린 사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군의 부모도 다친 박창신 신부와 이재봉 원광대 교수를 직접 만나 사죄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신부와 이 교수는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일베와 일부 극우단체는 A군을 '열사' '의사'로 지칭하며 성금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약 1800만 원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일부 인사들이 익산경찰서를 찾아 A군 면회를 요청하고, 해당 학교를 방문했다. A군은 이들과 면회를 거부했으며, 해당 학교에서는 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A군이 잘못 뉘우치도록 도와야"

담임 교사 B씨는 "일부에서 A군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A군의 잘못을 잘한 일이라고 왜곡하고 있다"면서 "A군에게 결코 도움되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B씨는 "갈등을 조장하고 이를 여과 없이 청소년들이 보면 이번처럼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며 "종북 프레임 등 이념 문제로 여론을 갈등으로 모는 문화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는 "잘못이 있으면 꾸짖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라며 "A군이 잘못을 알도록 도와야 하는데, 일부처럼 A군을 감싸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A군의 부모는 일부 세력이 모은 성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B씨는 "계속 부모님들에게 연락을 시도해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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