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가 '종북'? 도대체 무슨 근거로

[신은미 책·토크콘서트 대담집 분석] 국가보안법 위반 기소할 수 있을까

등록 2014.12.22 15:54수정 2014.12.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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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출석한 신은미 "짝사랑에 배신당한 느낌" '종북콘서트' 논란에 휩싸인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발자 신분으로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수사당국의 재미동포 신은미(53)씨에 대한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경찰은 신씨의 통일 토크 콘서트 발언과 신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신씨는 북한을 찬양·고무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 14일부터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수사당국은 신씨의 북한 찬양·고무 혐의에 대해 두 가지 포인트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신씨가 책과 토크콘서트에서 "북한은 지상낙원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직접적인 북한 찬양·고무다. 다른 하나는 탈북자들이 "신씨가 토크 콘서트에서 탈북자의 80∼90%가 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낸 명예훼손 건이다. 이 발언을 신씨가 "탈북자들이 북한이 좋아서 돌아가고 싶다"는 맥락에서 한 것인지 여부는 북한 찬양·고무와도 연결된다. 

"북한은 지상낙원?"... 제대로 살펴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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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어린이돕기 평화콘서트가 열린 9일 오후 신은미씨와 황선씨가 대구동성아트홀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갖고 콘서트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 조정훈


시작은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전국순회 통일토크 콘서트'였다. 종편 등 보수 언론은 이 행사에서 신씨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북한을 찬양하는 등 '종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활빈단과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가 두 사람을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신씨를 문제삼고 있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은 신씨를 언급하며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은 눈 감고 편향된 경험을 실상인양 왜곡 과장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6일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초기에 범법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조금 시간이 지체된 면은 있지만 철저히 조사해 불법에 상응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오늘>은 '북한은 지상낙원' 발언이 두 사람이 한 말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두 사람을 비난한 종편 어디에도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황선·신은미 두 사람의 발언을 직접 딴 보도는 없고 두 사람이 한 말이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말한 것과 다름없다는 식이라는 것.

이에 <오마이뉴스>는 신씨의 책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와 토크콘서트 발언 대담집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를 살펴보았다.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발언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북한 체제를 찬양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했는지, 아니면 수사 당국이 제대로 책을 살펴봤는지, 맥락을 과장·왜곡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았다. 이는 유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공안탄압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경찰은 책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신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종귀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책 40~50페이지에 형광펜 밑줄을 그어 신씨에게 관련 내용을 캐물었다. '북한 사람들도 핸드폰을 쓴다, 물이 깨끗하다, 피자집이 있다' 등의 내용을 '교묘하게 북한을 찬양한 것 아니냐'며 문제 삼았다. 또 여행 안내원의 말을 그대로 전한 것에 대해, 신씨의 생각이 아니냐는 식의 유도질문도 있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더구나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은 책이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된 과정까지 문제삼았다. 선정 주체인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등으로 구성된 좌파단체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경찰은 신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기정사실화해 수사하고 있다"며 "신씨의 발언과 책 내용은 북한 체제를 찬양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탈북자 명예훼손' 발언 관련, 김 변호사는 토크 콘서트에서 비슷한 발언이 있지만 뜻이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탈북자 80~90%가 아니라 신은미씨에게 메일을 보낸 80~90%의 사람들이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는 뜻"이라며 "그들이 고향에 두고 온 가족과 친지가 보고 싶고 남한에서의 차별 때문에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뜻이지 북한이 좋아서 돌아가고 싶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은미씨 책] "150센티미터밖에 안 돼 보여, 이들이 군인이라니"

신은미 방북기 사진 ⓒ 신은미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는 신씨가 남편 정태일씨와 북한을 방문한 뒤 지난 2012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여행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신씨는 이 여행기로 지난 10월,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가 주는 제20회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북한의 실상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북한의 가난한 실상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나무를 태워서 달리는 자동차, 목탄차를 목격한 장면이 나온다. 책 128쪽에서 "나는 목탄차를 들어본 적도 없는데 남편은 어릴 적 기록사진에서 본 기억이 난다고 한다"며 "가솔린 대신 목탄을 태워 차를 움직인다는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적었다.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부분을 살펴보면 북한의 생활상이 잘 드러난다.

"(수양딸) 설경이가 군인들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그저 군복같은 교복을 입은 남녀 중학생 단체가 구경하러 온 줄 알았을 게다. 작은 키에 너무 체격이 왜소해 어린학생들처럼 보인다. 일부 군인들의 키가 어림잡아 150센티미터밖에 안 돼 보인다. 이들이 군인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119쪽)

"남편이 만룡 안내원에게 물어본다.
혹시 저 군인들이 어렸을 때, 소위 말하는 '고난의 행군' 시절, 잘 못 먹어서 그런 게 아닌가?"
"네, 맞습니다. 잘 보셨습네다, 선생님."(120쪽)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모습. 힘에 부쳐 보인다. 에너지 사정이 안 좋아서 그런지 농기구들은 보이지 않고 낫으로만 일하고 있다. 어느 세월에 다 할 수 있을는지…. 보고만 있는 내 마음까지 답답하다. 오곡백화 풍성할 시월의 농가가 한산하고 너무 조용해 적막함이 느껴진다."(131쪽)

"전기가 모자라 자주 정전이 된다. 남한과 마찬가지로 석유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 외화부족으로 연료가 귀해 기계가 있어 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다.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이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힘들 수밖에 없지 싶다."(267쪽)

책에는 북한 풍경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여행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평양에도 골프장과 교회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105쪽에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교회일 것이라며 반신반의했다"고 적었다. '대동강물이 맑다', '대동강 맥주가 맛있다'는 등의 느낌도 적었다. 하지만 종편 등이 얘기하는 "북한은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은 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북녘 동포들은 이렇듯 과학기술도 있고 부지런하며 근면하고 재주도 많다. 하기야 조그마한 반쪽 나라, 당당히 세계 경제 대국으로 우뚝 솟아 오른 한국, 우리와 한민족이니 무엇하랴. 그럼에도 힘들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북녘 동포들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229쪽)

"'이명수 폭포'로 가는 길에 있는 산장식 마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본 북한의 시골 마을 중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그동안 지나치면서 늘 봐왔던 가난한 북한의 시골마을 같지가 않다."(299쪽)

또 책은 남한을 '우리나라'라고 표현하고 있다. 156쪽을 보면 "먼저 남북의 정전협정에 왜 남한의 태극기 대신 유엔기와 인공기만 있는지 말이다"며 "아무리 유엔군이 우리나라를 도와줬다지만, 판문점 정전협정 장소에서 태극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토크콘서트] "교통수단이 제일 나빠 문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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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방북기 사진 ⓒ 신은미


<그래도 나는 노래하리>는 문제가 된 조계사 토크콘서트 등 신씨와 황선 대표의 대담을 녹취해 정리한 것이다. 신씨 발언은 앞선 책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간략하게 그 내용을 소개한다.

"여자들끼리 들어와서 마시는 것도 보고 술 문화가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참 생소하더라고요. 그런데 여자들끼리 멋을 내고 와서 술을 마시더라고요. 북한에도 그렇게 고급 술집, 고급 식당, 고급 백화점에 가서 외화를 지불하고 물건을 살 수 있게 구매력을 갖춘 사람들이 등장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36쪽)"

"사실 북한의 물은 대체로 맑았어요. 청천강 물도 보기만 해도 옥빛에 맑디맑은 빛깔이었고요. 강뿐 아니라 작은 개울도 맑아요. 북한동포들은 어딜 가나 식수로 쓴대요. 그냥 마셔요. 산에서 흐르는 물은 다 약수고, 강이 대체로 맑기 때문에 그걸 구경하러 오는 관광 상품도 있어요. (39쪽)"

"처음에 제가 2011년 10월, 가을에 북한을 갔거든요. 그때는 민둥산이 참 많이 있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사람들이 발길이 닿은 그런 산등성이는 다 나무가 없어요. 그리고 땔감을 준비하는지 어린 아이들부터 꼬부랑 할아버지까지 나무를 해서 등에 지고 나는 모습들을 많이 봤습니다. (43쪽)"

"교통수단이 없으니 다 찌그러져 가는 트럭이나 목탄차를 타고 다녀요. 거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행색을 보면 힘들게 사는 걸 알 수 있죠.(83쪽)"

"게다가 거기는 대중교통수단도 너무 나빠 제일 문제예요. 어디 갈 길이 없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안내원 따라다니는 게 편안하고 융성하게 대접받는 겁니다.(72쪽)"
#신은미 #종북 콘서트 #폭발물 테러 #황선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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