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만 있다"

[인터뷰①]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등록 2014.12.21 10:25수정 2014.12.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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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5년 단임제의 말기 현상이 임기 2년도 안돼 벌어진 것이다"라며 "비선실세의 실체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워낙 불통이다 보니 비선실세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 남소연


지난 10일과 14일, 15일에 각각 정윤회씨와 이재만 총무비서관,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 권력'이나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들이다. 박 회장은 박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대통령 임기 2년차에 최측근들과 친동생이 잇달아 검찰에서 수사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들이 비리문제가 아닌 국정개입문제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는 점에서 특별하기까지 하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이를 두고 "불길한 예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반대파 얘기 들으려 하지 않고 아예 제외시켜"

이재오 의원은 18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5년 단임제의 말기 현상이 임기 2년도 안돼 벌어진 것이다"라며 "비선실세의 실체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워낙 불통이다 보니 비선실세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에는 '실세', '2인자'는 있어도 '비선실세'는 없었다"라고 강조한 이 의원은 "대통령이 열어놓고 사람들을 만나고 내각과 소통이 자유로우면 비선이 있을 이유가 없다"라며 ▲ 과거 권력으로의 회귀 ▲ 권력의 사유화 ▲ 가부장적 사고 ▲ 무책임성을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의원은 "대통령은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귀로 들어야 한다"라며 "문건이 찌라시 수준이고 청와대 실세는 진짜 진돗개밖에 없는데 자기에게 돌아오는 비판여론은 엄청나니 박 대통령이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자리는 개인감정이 아니라 국민감정에 충실해야 하는 자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의원은 "조선시대 충신은 죽음을 각오하고 간(諫)했는데 지금은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라며 "오직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만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은 반대파 얘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고 아예 소외시키거나 제외시킨다"라며 "권력으로부터 멀어지길 두려워하는 사람, 자리 욕심이 있는 사람들은 바른 소리 해서 찍힐 게 뭐 있나 해서 엎드려만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잘못한 것을 바꾸려는 노력이 없으면 그것은 위험하다"라며 "적어도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련 수석·비서관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세월호 참사 때 미진했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을 대폭 교체해서 임기 3년차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검찰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전에라도 특검하겠다고 얘기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이 의원은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진 직후 정윤회씨가 잇달아 언론과 공개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을 두고 "오만의 극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면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 들어가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라며 "그런데 '검찰이 다 알 거다'고? 그 말대로면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힐 내용을 자기는 다 알고 있다는 것인데 너무 오만하다"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이재오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박 대통령 통치방식이 워낙 불통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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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5년 단임제의 말기 현상이 임기 2년도 안돼 벌어진 것이다"라며 "비선실세의 실체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워낙 불통이다 보니 비선실세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 남소연


- 박근혜 정부 2년 차에 대통령과 가까운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이 검찰에서 조사받았다. 이것이 어떤 징후로 읽히는가?
"불안하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대통령 친동생이 임기 2년 차에 검찰에 조사받으러 갔다는 자체가. 참고인 자격이라도 말이다. 내가 이 사건을 '제왕적 대통령제 적폐의 결정판'이라고 했지 않나. 이명박 정권 때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김영삼 정권 때 김현철도, 김대중 정권 때 김홍업 등도 다 임기 말에 불려가지 않았나. 5년 단임제의 말기 현상이 임기 2년도 안 돼서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걸 이대로 갖고 간다? 국민들이 아는 걸 그대로 무시하고 싹 밀고 간다? 그러면 국민들이 신뢰하겠나. 앞으로 무슨 일을 한들 믿겠나. 대통령도 억울하고 분통터질 일이지만, 국민들이 저 뒤에 십상시·문고리· 정윤회가 있겠거니 해버리면 방법이 없지 않겠나.

내가 겪어봐서 안다. 나보고 실세니, 이명박 정권 2인자니 할 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재오가 공천을 다 했다'는 등 모든 원망을 뒤집어썼다. 어떤 지방 건설업자가 내 이름을 팔아서 공사 수주를 따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특임장관 시절 이재오 이름 대고 말하는 놈 있으면 무조건 구속시키라고 말할 정도였다. 대통령도 억울하겠지만 권력이 갖는 속성상 흉흉한 소문이 시중에 떠돌 수밖에 없다."

- 그렇다면 비선실세 의혹이 실체가 있다고 보나?
"알 수 없다.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워낙 불통이다 보니 나오는 말이다. '문고리 3인방을 만난야만 의견이 전달된다, 정윤회씨를 통해야만 일이 이뤄진다' 이런 일이 한두 건만 있어도 자연히 비선실세가 되는 것이다. (비선인 정씨와 달리) 나는 국회의원이다. 대선 경선 때부터 (이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일했고 국회의원으로서 같이 일한, 다 드러난 공인이다. 비선이 아니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아들이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친형이었다. 그 사람들도 비선은 아니다. 결국 실세로서 권력을 농단할 수는 있었어도 비선은 아니었다. 그런데 비선은 실체를 모르니깐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모르니 조사할 수도 없다. 그래서 비선은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있는 것이다."

- 결국 이번 사건의 근본적 이유는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 때문이다?
"대통령이 열어놓고 사람들을 만나고 내각과 소통이 자유로우면 비선이 있을 이유가 없다. 내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하면 만나줬다. 그런데 직접 통화도 못하고 비서를 통해서 만나야 한다? 그러면 이미 나하고 (대통령 간에) 거리가 생겨버린다. 거기서 소위 비선이 생기고 실세가 생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땐 그런 것 없었다. '실세', '2인자'는 있어도 '비선실세'는 없었다."

"'과거 권력으로 회귀·권력 사유화·가부장적 사고·무책임성'이 문제"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잘 소통했다고 보나?
"집권 초기 2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특임장관 취임하고 여야와 소통했다. 수시로 청와대 안가에서 여야 의원들 만나서 술도 마셨고. 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를 했다. 장관이 대통령을 만나겠다는데 주변에서 가로막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국무회의 들어가기 전에 티타임하면서 안건으로 못 다룬 얘기를 대통령에게 다 말하고 했지."

- 왜 박 대통령은 유독 소통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보나? 
"내가 판단해서 말할 것은 아니고. 어쨌든 현상적으로 이런 문제가 나온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도 박 대통령의 불통이 심각하다고 보는 것인가? 
"그게 지금 드러난 결과로 언론에 노출되지 않나."

-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에 의존하기 때문에 불통이 발생한다고 보진 않나?
"앞서(11일 개헌 관련 토론회에서) 내가 이 정부의 네 가지 잘못된 점을 말하지 않았나. 먼저 과거 권력(유신시대)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있다. 본인이 의식하든 안 하든 잠재의식 속에 대통령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모두 움직이는 것, 권력의 사유화다. 권력의 사유화는 곧 국가의 사유화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가부장적 사고다. 내가 나라의 아버지고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들이 자신을 아버지·어머니로 받들어 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내 말이면 여당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개헌을 논의하지 말라면 안 해야 하고 문건유출이라고 하면 검찰은 유출 혐의만 수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적 권력으로서의 책임성이 없다. 공약 파기한 것을 국민에게 사과한 적 없지 않나. 이런저런 이유로 공약을 못 지키게 됐다면서 얘기할 수 있는데 사과를 안 한다. 그런 것들이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이라고 본다." (관련기사 : "현 정권, 유신 독재 향수" 이재오 직격탄)

- 그렇다면 박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훈련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민주주의를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은 국회의원 임기 동안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할 때도 이미 차기 대선후보였다. 또 평국회의원을 경험한 것도 아니다. 중간에 탈당까지 했다가 비상대책위원장, 당대표 등을 맡았다.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다. 그건 민주주의 훈련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훈련이었다. 그런 게(민주주의 훈련이) 결여되지 않았나 볼 수도 있다.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고."

- 2007년 대선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 문제를 집중 검증했다. 정윤회씨도 당시 의혹에 연루됐던 인사다. 이때 파악했던 것들이 이제서야 실체가 드러난다고 봐도 되나? 
"우리가 (정씨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그때 (당에서) 공정경선 관련 내부 검증기구가 있지 않았나. 거기서 질문들이 많이 나왔지."

"남들은 다 잘못이라 하는데, 넘어가도 된다 생각하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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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5년 단임제의 말기 현상이 임기 2년도 안돼 벌어진 것이다"라며 "비선실세의 실체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워낙 불통이다 보니 비선실세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 남소연


- 당시 정씨를 바라봤던 문제의식이 지금 드러난 것과 유사하지 않나?
"정씨가 최태민 목사 사위라는 것만 알았지 지금처럼 언론에 나는 실상들은 잘 몰랐다. 후보 주변의 사생활로 치부해서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당시 검증에서 '최태민 목사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끝났다. 후보 개인의 사생활은 자제하라는 게 당시 캠프의 지침이었다."

- 비선문제는 사생활이 아니지 않나?
"지금은 다른 문제다. (정씨가) 실세로서 국정을 농단했다면 그건 공적인 문제이고 나라 기강의 문제다. 그러니 지금 검찰에 불려간 것 아닌가."

- 정윤회씨를 이번 사건 전부터 알진 않았나?
"나는 그 사람을 본 적도 없고 최근까지 이름 중 '회'자가 바다 해(海)자인 줄 알았다. 지금 국회의원 하기도 바쁜데(웃음). 경선 당시에도 캠프에서 깊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다만 최태민 목사와 어떤 관계냐, 그렇게 공개적으로 당시 당내 검증위원회에서 물어본 것밖에 없다."

- 정윤회씨가 정말 비선실세라면 지금처럼 공개적인 언론 인터뷰에 나서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서 더 황당하다. 오만의 극치이거나 도를 넘었거나다. 진짜 비선실세라면 엎드려 있어야 하는데 '불장난' 이러니깐 국민들이 질려 버렸다. 잘못이 있든 없든 간에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면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한마디 하고 들어가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그런데 '검찰이 다 알 거다'라고? 그 말대로면 검찰이 수사 통해 밝힐 내용을 자기는 다 알고 있다는 것 아니냐. 너무 오만하다."

- 정씨의 그런 대응이 대통령에게 더 부담스러운 것 아닌가?
"절대로 안 좋은 태도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측근, 참모, 내각, 가까운 사람 등 모든 사람들의 잘못이 대통령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 통상 이런 경우 개각이나 청와대 비서진 개편으로 국면을 전환해왔는데. 
"당연한 수순이다. 그것이 정치의 관례다. 개각하고 문제된 사람 바꾸는 게 민주주의 국가의 책임성이다.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성이다. 역대 정권이 다 그랬다. 그게 국민에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한 것을 바꾸려는 노력이 없으면 그건 위험하다. 잘못을 아는 순간 고치려는 게 지도자의 자세이고. 남들은 다 잘못이라고 하는데 임명권자가 그냥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적어도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련 비서관, 수석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장관들도 교체해야 하고, 세월호 참사 때 미진했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도 대폭 교체해서 임기 3년차를 준비해야 한다.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거형'이고 개각은 '미래형'이다. 국민들이 볼 때 '내년부터 달라지겠구나' 하는 개각이 돼야 한다. 또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국민은 검찰이 청와대 지침대로 수사한다고 보는 것 아닌가. 그러니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이라도 특검해야 한다고 해야 한다.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 야당에서도 이 문제를 특검하자고 할 것이다. 
"단순한 정치공세로 볼 게 아니다. 사실 여당이 먼저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면 청와대와 짜고 했다는 오해를 받는다'면서 특검을 먼저 제안하는 게 현 정국을 푸는 길이다. 그런데 여당이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보기 바빠서 그런 말을 하면 난리나는 줄 알고 말을 못한다. 정치적인 문제는 야당이 주장하기 전에 여당이 먼저 치고 나가줘야 한다. 검찰 수사가 아무리 공정했더라도 국민이 믿지 않는다면 먼저 제안했어야 했다."

- 박 대통령은 이 사건 발생 후에도 청와대 비서진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했다.
"그게 바로 대통령의 생각과 국민의 생각 간에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내가 지난번에 '회남자(淮南子)'의 글을 올리지 않았나. 대통령은 국민의 눈으로 보고, 국민의 귀로 들어야 한다, 자신의 눈과 귀로 국민의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고. 물론 대통령도 억울한 점이 있겠지. 이게 엉터리이고 찌라시 수준에 불과한 문건이고 청와대 실세는 진짜 진돗개밖에 없는데 자기에게 돌아오는 비판여론은 엄청나니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는 개인감정에 충실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감정에 충실해야 하는 자리다."

- 이 의원도 '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내가 이렇게 비판하고 바른 소리를 하는 건 이 정권이 성공해야 나라가 불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일 많이 비판하는 사람이 제일 많이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고 했다.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면 비판할 일도 없다. 조선왕조가 왜 500년 유지했나? 그 500년 동안 비리·부패 없었겠나?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른 소리를 하다가 유배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충신은 죽음을 각오하고 간(諫)했다. 지금 장관이나 수석, 국회의원이 간한다고 죽나? 그런데 '지금 아니되옵니다' 말하는 사람 봤나? '통촉하십시오'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만 있다. 총리나 법무부장관, 여당 대표나 원내대표 같이 '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안 된다고 해야지. 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말하면 책임이 따르니까.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하니 자리도 없는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다. 이처럼 소위 '백의(白衣)'를 입은 사람들이 말하는 걸 귀담아듣고 불러다 얘기도 듣고 벼슬도 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파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아예 소외시키거나 제외시킨다. 그러다 보니 권력으로부터 멀어지길 두려워하는 사람, 자리 욕심이 있거나 개인적 욕심이 있는 사람들은 바른 소리를 해서 찍힐 게 뭐 있나 해서 엎드려만 있다."

- 박 대통령이 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변해야지. 변하지 않으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논어'를 보면 공자가 '오십구비(五十九非)'라고 했다. '나이 60이 돼서 생각해보니 그동안 다 잘못했다, 지금부터 다시 해야겠다'는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뜻이다. 진보적인 얘기가 아니라 옛날의 공자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대통령도 변해야지."

- 김진태 의원 등 친박 홍위병들이 나서서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는데 이런 당내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하하하. 어느 정권이든 있게 마련이다. 지금 나라 얘기를 하는데 개인 국회의원 얘기를 할 게 있나?"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잘못된 판단... 국가운영 전혀 모르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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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과 송년만찬 위해 도착한 MB 자원외교 국정조사 합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이재오 의원 등 측근들과 송년 만찬을 함께 하기 위해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이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들어서고 있다. 이번 만찬은 지난 2007년 이 전 대통령 당선일과 생일이 겹치는 19일을 하루 앞두고 축하 차원에서 마련됐다고 측근들은 밝혔다. ⓒ 남소연


-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측근 인사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등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앞두고 친이계가 힘을 모은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말했지만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잘못됐다. 자원외교는 어느 정권이든 다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까지 올라가 자원외교를 안 할 수 없었다. 자원 없는 나라들은 그때 다 자원을 확보하려고 했다. 더군다나 국내문제도 아니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문제인데 그것을 국정조사한다? 상대국에서 뭐라고 보겠나? 저 나라는 대통령 임기만 끝나면 불려가서 조사받으니 자원외교를 할 필요 없다고 하지 않겠나?

또 조사하려면 그 나라에 가서도 조사해야 한다. 그 나라의 주무장관이 허가해야 자원외교가 이뤄지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조사할 수 있나? 못한다. 그래서 자원외교를 국정조사한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다. 다만 비리나 부패가 있었다면 국정조사 이전에 사법처리해야지. 그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국정조사하니까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오라는 건 넌센스다. 국가운영을 전혀 모르는 얘기다."

- 언론보도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조사 출석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도 있다.
"언론이 잘못 쓴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본인은 (이 문제에) 담담하다. 국회 논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다. 당시는 자원외교를 안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그때 언론보도를 찾아봐라. 다 자원외교 해야 한다고 난리쳤다. (증인 출석 얘기는) 대통령 안 해본 사람이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

- 이번 자원외교 국조 합의를 '전 정권을 제물로 삼아 현 정권의 위기를 덮자고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 야당은 국정조사하자고 할 수 있다. 정치공세를 해야 하니까. 나도 야당해봤으니 안다. 그런데 여당이 그런 속셈을 알고도 덥썩 받은 건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다."

- 김무성 당대표가 지난 9일 이 의원과 저녁식사를 하며 자원외교 국조 관련 양해를 구했다는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그러면 김 대표와 그날 무슨 얘기를 나눈 건가?
"그날 (2014 대한민국 한센인 대회에서) 한센대상을 받았다. 그때 참석한 의원들이 다 같이 중식당에 가서 자장면 한 그릇씩 먹고 갔다. 의원들 여럿이서 먹었는데 그럴 때 (자원외교 국조) 얘기가 나와겠나?"

-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은 다 준비됐나?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집필했으니 거의 초안은 다 된 걸로 안다."

- 언제 출간하나?
"검토하고 가필하고, 빠진 게 있나 봐야 한다. 초고는 된 거 같다."

- 내년 상반기에는 나오겠다.
" 그렇지 않겠어?"

"내가 감옥 안 갔으면 MB정권 성공한 것 아닌가?"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을 기록하는 회고록 외에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등을 별도로 기록한 회고록을 쓰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재임기간 땐 국정 관련 회고록이고 대통령 되기 전까지의 회고록도 있을 것 아니냐. 서울시장 때나 대선경선 때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고 재미있는 얘기도 많다. 그러나 (이번 회고록에) 그건 포함시킬 수 없잖아. 대통령 취임 전 얘기를 다시 쓰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만약 결정되면 대선 경선 때 얘기도 담기나?
"그렇지. 대선 나가기로 결심한 것부터 서울시장, 대선 경선 이기는 과정 등은 따로 책 한 권 정도 분량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하자는 안도 있고, 대통령이 됐으면 그만이지 왜 그것을 쓰냐는 말도 있다."

- 정두언 의원이 "MB정권 실패했다"라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 정 의원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의 생각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나 MB정권 들어서서 한 일이 4대강만 있는 게 아니다. 호남선 복선 공사도 2년 앞당겼고 새만금도 2년인가, 3년인가 앞당겼다. 제일 혜택 본 게 호남이다. 또 나더러 이명박 정부 2인자라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감옥 안갔잖아. 그러면 성공한 것 아닌가?"

- 이 의원은 MB정권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나? 
"나는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재오 #박근혜 #이명박 #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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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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