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꿀 수 있다는 증거됐다"... 씨앤앰 고공농성 철수

[현장] 노사잠정합의 노조 통과... 고공농성자 가족과 상봉

등록 2014.12.31 19:26수정 2014.12.3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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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만에 땅 밟는 씨앤앰 고공농성자들 씨앤앰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 함의로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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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와 연대 보여준 동료들에게 손 흔드는 고공농성자들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끝낸 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남신 천주교 신부의 부축을 받으며 크레인을 타고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 유성호


"정균아, 사랑한다. 성덕아, 보고 싶다."

크레인이 올라가자 땅 위의 사람들이 함성을 외쳤다. 31일로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던 케이블방송 씨앤앰 수리 기사 임정균(38), 강성덕(35)씨가 30미터 아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12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앞 광고 전광판에 올라갔다.

크레인이 도착하자 마이크를 잡은 임씨는 "우리의 승리는 여러분들의 연대 덕분이었다"며 "굴뚝 위에서 농성중인 스타케미칼 차광호 동지와 쌍용자동차 이창근, 김정욱 동지에게 가열찬 연대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는 "자기 일처럼 나서 준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자본가와 권력의 편에 맞서 항상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대형 전광판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땅 위의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외쳤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비정규직 철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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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만에 뜨거운 재회 씨앤앰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승계 함의로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끝내며 함께 내려가기 위해 올라온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남신 천주교 신부와 포옹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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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철폐 투쟁"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끝낸 뒤,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며 동료들과 함께 승리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해고자 복직을 포함한 노사 잠정 합의안을 노조가 최종 통과하면서 씨앤앰 고공 농성이 마무리됐다. 이들은 올해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5시 20분경 크레인을 타고 땅을 밟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을 얼싸 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조끼에는 '노동인권 실현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노란 목도리를 한 두 사람은 기자들 앞에서 소감을 밝혔다. 임씨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눈물이 난다"며 "(합의안 통과로) 기쁘기도 하지만 아직도 고공농성중인 쌍용자동차와 스타케미컬 동지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강씨는 "저희 투쟁은 승리했지만 이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비정규직 철폐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합의안에 대해 강씨는 "사측이 노조와 상생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서도 "해고자 복직은 당연한 결과다, 앞으로 약속이 지켜지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구급차를 타고 경기 구리시 원진 녹색병원으로 이동했다. 고공농성으로 인한 건강 이상 유무를 검사하기 위해서다. 이후 농성을 벌이면서 발생한 업무방해와 건조물침입,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2000여 명 노동자들 "단결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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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와 연대 감사 표하는 고공농성자들 씨앤앰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승계 함의로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끝내며 동료들과 지지자들에게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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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뜨거운 포옹하는 고공농성자 50일째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 강성덕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와 가족과 함께 포옹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30일 씨앤앰사측과 협력업체 대표, 노조 등으로 구성된 3자협의체는 109명 중 이직·전직 인원을 제외한 83명 전원을 복직하기로 잠정 합의했고 31일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오후 3시 30분부터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 지부와 케이블방송비정규직 지부는 서울파이낸스 앞에서 '투쟁 승리 보고 대회'를 열어 고공농성 철수와 해고자 복직 등을 자축했다. 영하 5도에 이르는 한파에도 2000여 명(경찰 추산 1300명)의 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은 "단결만이 살길이다", "연대가 힘이다", "단결 투쟁, 승리 투쟁"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서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오늘의 승리를 결코 잊지 않고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물 흘리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며 "이 땅에 억압받는 노동자들의 승리를 위해 해고된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싸워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 발언에 나선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승리는 힘을 합치니까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증거가 됐다"며 "승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이다, 앞으로 힘을 합쳐 연대해 나가자"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은 "여러분들의 승리는 일하는 국민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것으로 그 선물 정말 감사하다"며 "이번 싸움에서 뜨겁게 연대하고 서로 신뢰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씨앤앰 #전광판 고공농성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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